Vol.267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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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STORIES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속
과학 이야기

※ 해당 이미지는 ai가 생성한 이미지 입니다.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면 동굴 문이 스르르 열리는 모습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 문 앞에서 이러한 주문을 장난삼아 외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자동문들이 일상화된 시대를 산다.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과학적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글. 박용기 과학칼럼니스트(‘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ChatGPT

가난한 나무꾼 알리바바는 숲에서 40인의 도적이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으로 동굴을 열어 보물을 숨기는 것을 목격한다. 알리바바는 동굴의 비밀을 알아내어 그 안에 숨겨둔 보물 일부를 가져오는데, 탐욕스러운 그의 형 카심은 욕심 때문에 동굴에서 나올 때 주문을 잊어 도둑들에게 죽고 만다. 도둑들은 알리바바를 추적하지만, 지혜로운 하녀 모르기아나의 기지로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도둑들의 두목까지 제거한 뒤 알리바바는 보물의 비밀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 된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18세기 초, 프랑스의 동양학자 앙투안 갈랑이 1704년부터 1717년 사이에 출간한 프랑스어 번역판 천일야화에 수록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본래 이 이야기는 중동 지역(특히 이라크 등)에서 민간에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설화였다.

이야기 속 과학적 상상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과학적 상상은 단연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에 반응하여 스스로 열리는 바위 문이다. 고대인들의 이 기발한 상상력은 현대 과학 기술로 완벽하게 구현되어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자동으로 열리는 바위 문뿐만 아니라 “열려라, 참깨”라는 음성 인식과 암호 기술 또한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자동문의 역사와 과학

오늘날과 같은 상업용 자동문의 역사는 20세기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30년대, 미국의 한 호텔에서는 종업원들의 서빙 편의를 위해 발판식 센서(Foot-pad switch)를 이용한 자동문을 시범 운영했다고 한다.

195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지역은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많아 기존 여닫이문(Swing door)을 여닫는 데 큰 불편함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 호튼(Dee Horton)과 루 휴잇(Lew Hewitt)은 1954년 매트(Mat) 센서를 밟으면 작동하는 압력 작동식 자동 슬라이딩 도어를 발명했다. 그 후 1960년, 두 사람은 ‘호튼 오토매틱스(Horton Automatics)’를 공동 설립하여 미국 최초의 상업용 자동 슬라이딩 도어를 시장에 선보였다.

1970~80년대 이후, 전자 기술과 센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자동문은 더욱 스마트하고 안전해졌다. 단순한 개폐를 넘어, 비접촉, 실내외 공기 차단, 보안, 출입자와의 충돌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여 스마트 홈/빌딩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되고 있다.

음성 인식 기술과 보안

“열려라 참깨!”(Open sesame!)라는 명령어를 말하면 열리는 문은 오늘날의 음석인식 기술과 보안기술이 함께 적용된 상상이라 할 수 있다. 동화 속 동굴 문은 인류 최초의 ‘음성 인식 바이오 도어록’이었던 셈이다.

이는 오늘날 스마트폰의 스마트 비서(Siri, 빅스비)나 인공지능 스피커에 쓰이는 음성 인식 및 화자 인증(Speaker Verification) 기술의 초기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음성 인식 시스템은 단순한 명령어 인식을 넘어 인간의 목소리가 가진 고유한 주파수, 주파수 변동 속도, 성대의 특성(생체 인식 정보)을 분석하여 주인의 목소리와 타인의 목소리를 구분한다.

그런데 왜 암호는 하필 ‘참깨(sesame)’였을까? 참깨의 꼬투리는 완전히 익으면 탁! 하고 터지면서 순식간에 문이 열리듯 반으로 갈라져 씨앗을 쏟아내는 성질이 있어 고대인들은 이 참깨 꼬투리가 터지는 모습에서 ‘닫힌 문이 열리는 형상’을 직관적으로 연상했을지도 모른다. 동화 속에서 카심은 명령어 단어를 잊어버려 “열려라, 보리!”, “열려라, 밀!”을 외쳤기 때문에 나오는 문을 열 수 없었다.

오래전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의 상상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요즈음에는 단순한 음성인식과 명령어 암호 정도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 보안 장치들이 발달했다. 등록된 사람의 목소리에만 반응하거나 생체 및 얼굴 인식 등을 통한 보안이 추가되었다. 만일 40인의 도둑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알리바바도 동굴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