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7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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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

더 얇게, 더 빠르게, 더 똑똑하게
혁신의 스펙트럼을 마주하다

기술의 경쟁력은 눈에 보이는 완제품보다 그 안을 이루는 소재와 부품에서 시작된다. ETRI는 1980년대 광통신용 반도체 레이저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에너지, 센서·액추에이터, RF·테라헤르츠, 양자기술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내다본 소재·부품 연구를 꾸준히 이어왔다. 새로운 산업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핵심 기반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산업과 연결해 온 시간은 곧 대한민국 ICT 산업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미래를 먼저 본 기술, 산업의 기반을 만들다

ICT 산업은 완제품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소재와 부품 기술이 준비되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ETRI는 이러한 흐름을 예측하며 산업의 변곡점마다 핵심 기반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스플레이다. LCD1)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디스플레이): 전기장을 이용해 액정의 분자배열을 변화시켜 외부 입사광을 산란, 간섭, 변조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화상 표시장치다.가 막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ETRI는 이미 LCD 이후를 내다보고 OLED2)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유기발광다이오드):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전계발광 현상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형 유기물질이다.와 무기 EL·FED 연구를 시작했다. 이어 2000년대에는 투명·플렉시블 디스플레이, 2010년대에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와 생체신호를 인지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 연구로 영역을 확장하며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를 이끌었다.

광 기술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1980년대 초 광통신용 반도체 레이저 연구를 시작한 이후 결정성장 장비 LPE를 도입하며 기반을 다졌고, 이후 파장가변 반도체 레이저, WDM-PON 광부품, 400Gbps급 코히어런트 광검출 기술과 광송수신 엔진까지 개발하며 초고속 광통신 시대를 준비해 왔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1995년 리튬 이차전지를 시작으로 태양전지와 체열 에너지 변환 기술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ICT 기기를 구동하는 정보전원 기술에서 나아가 웨어러블과 IoT 시대를 대비하는 에너지 소재·부품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며 미래 ICT 인프라의 기반을 마련했다.

(좌) 플렉시블 OLED 시제품(2006.11.) / (우) OLED 조명(2009)

소재에서 시스템까지, 기술의 경계를 넓히다

ETRI의 연구는 개별 소자 개발에 머물지 않았다. 소재를 시작으로 소자와 모듈, 시스템까지 연결하며 기술을 하나의 완성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RF·테라헤르츠 분야가 대표적이다. 1991년, GaAs, InP, GaN 등의 화합물반도체 기반 RF 소자 연구를 시작한 ETRI는 무선통신과 밀리미터파 시스템용 소자와 부품의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에는 테라헤르츠(THz)파 연구를 통해 소재부터 소자·모듈·시스템에 이르는 전 주기 기술을 확보하고, 비파괴 검사와 차세대 통신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연구를 확대했다.

센서·액추에이터 분야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발전시켰다. 비냉각형 고성능 적외선 영상 센서, 디지털 High-SNR MEMS 마이크로폰, 음장보안 센서, 복합환경 센서, 비접촉식 초고감도 습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개발하는 한편, 새로운 알고리즘을 접목해 센서의 지능화를 추진했다. 액추에이터 분야에서도 초박형 압전 세라믹 스피커와 피부를 통한 초음파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확보하며 응용 가능성을 넓혀왔다.

테라헤르츠파이용한 비파괴검사 기술개발

축적된 소재·부품 기술, 새로운 ICT 시대로 이어지다

소재·부품 기술은 산업의 기반인 동시에 미래 기술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다. ETRI는 수십 년간 축적한 반도체와 광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ICT 패러다임을 준비해 왔다.

양자 분야는 이러한 축적의 대표적인 사례다. ETRI는 기존 반도체와 광검출기,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정보통신 연구에 착수했다. 2005년 국내 최초의 유선 양자키분배 시연을 시작으로 양자암호통신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했으며, 이후 무선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컴퓨팅 플랫폼, 양자 광집적회로 연구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평판 디스플레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연구를 통해 초미세 픽셀 공간광변조기를 개발했으며, 촉감과 생체신호를 인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 연구에도 도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가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장치를 넘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준비하고 있다.

ETRI는 새로운 산업이 필요로 할 기반기술을 미리 준비하고, 축적된 연구성과를 다음 세대 기술로 연결해 왔다. 광에서 RF, 에너지, 디스플레이, 센서, 양자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축적은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ICT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계속 확장 중이다.

(좌)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로 3cm 홀로그램 구현 / (가운데) 양자암호통신 100미터 성공 / (우) 무선 양자통신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