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7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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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3

한계를 뛰어넘은
QD-OLED의 등장

프리폼디스플레이연구실 권병화 책임연구원

수십 마이크론 크기의 잉크 방울이 18만 개가 넘는 화소 영역 위에 정확히 안착해야 비로소 하나의 화면이 완성된다.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공정 끝에, 한 장의 유리 기판 위에 OLED와 양자점(QD)을 쌓아 올린 새로운 QD-OLED가 탄생했다. 공정과 이론의 결과물을 빛이라는 직관적 실체로 볼 수 있음에 매력을 느낀다는 권병화 책임연구원은 더 얇고 정밀한 디스플레이에서 MR·XR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웹진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하고 계시는 업무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리폼디스플레이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책임연구원 권병화입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TV와 스마트폰부터 미래 착용형 기기인 AR·VR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발에 참여하신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 집적 기술’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기술은 단 1장의 유리 기판 위에 ‘청색 빛을 내는 OLED’와 ‘이 빛을 받아 다채로운 색으로 완성하는 양자점(QD)1)양자점(QD, Quantum Dot):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나노입자로, 입자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빛을 내거나 변환하는 소재. 디스플레이에서는 높은 색순도와 색재현율을 구현하는 핵심 색변환 소재.’을 샌드위치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적층) 하나의 패널로 일체화(집적)한 기술입니다.

상용 QD-OLED(좌)와 ETRI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우) 디스플레이 구조 비교 모식도

현재 상용 QD-OLED는 일반적으로 청색 OLED 발광 기판과 QD 색변환 기판을 별도로 제작한 뒤 접합하는 구조를 사용해요. 이 경우 두 기판 사이에 충진재층2)충진재층: 서로 다른 기판이나 층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형성하는 재료층. QD-OLED에서는 청색 OLED 발광 기판과 QD 색변환 기판 사이를 채우고 접합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층.이 필요하고, 기판 정렬과 합착 공정이 추가돼 패널 두께와 제조 복잡도가 증가한다는 한계가 있죠.

반면 이번 단일 기판 적층 기술은 단 1장의 유리 기판 위에서 하부 OLED 상부에 ‘블랙 픽셀 정의층(Black PDL)3)블랙 픽셀 정의층(Black PDL, Black Pixel Define Layer): 디스플레이 화소 영역을 구분하고 이웃 화소 간 빛 번짐을 막는 검은색 격벽 구조. QD 색변환층을 각 화소 영역에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색 간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층.’과 QD 색변환층4)QD 색변환층: 청색 OLED에서 나온 빛을 양자점(QD) 소재를 이용해 적색과 녹색 빛으로 바꾸는 기능층. QD-OLED에서 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핵심 화소 구성 요소.을 일체형으로 형성해요. 이를 통해 기존 기판 사이를 메우던 두꺼운 충진층 자체를 원천 제거함으로써, 빛이 옆 화소로 새어 나가는 물리적 유격을 최소화한 명확한 구조적 차별성을 지녀요.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폴더블 OLED에 적용되는 COE(Color-filter-on-Encapsulation)5)COE(Color-filter-on-Encapsulation): OLED 봉지층 위에 컬러필터와 블랙 픽셀 정의층 등을 형성하는 디스플레이 적층 기술. 주로 외부 빛 반사를 줄이고 편광판을 대체해 패널 두께와 소비전력을 낮추는 데 활용되는 기술. 기술 개념을 잉크젯 기반 QD-OLED 소자에 확대 적용하고, 이를 패널 수준까지 구현했는데요, 기존 COE 구조가 주로 외부 빛 반사 저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Black PDL 격벽 내부에 QD 색변환층까지 직접 형성해 색변환 기능을 하나의 기판 위에 집적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Multi-pass Swath 프린팅 공정 고도화: 18만 4,800개의 서브픽셀 내 QD 잉크 정밀 안착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 기술은 패널 두께와 제조 공정을 기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이고, 정렬 오차까지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에요. 공정 단순화를 통해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부터 얇은 폼팩터와 고화소 집적도가 요구되는 혼합현실(MR)과 확장현실(XR)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공동 연구 과정에서 ETRI와 기업의 역할은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연구원과 국산 소부장 기업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해 이뤄낸 결실입니다.

특히 ETRI는 이번 기술의 전체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최종 패널로 완성해 내는 ‘기술 총괄’ 및 ‘공정 통합(Integration)’ 역할을 주도했어요. 기존 2기판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라는 원천 소자 구조를 독자적으로 설계했고, 하부 청색 OLED부터 박막 봉지층, Black PDL 격벽, 잉크젯 QD 색변환층으로 이어지는 전 공정의 정밀 일체화 프로세스를 수립했죠. 단편적인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소재와 장비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해 실제 작동하는 패널 수준의 소자로 종합 검증해 낸 것은 국책연구기관인 ETRI였기에 가능했던 핵심 역할이에요.

함께 참여한 소부장 기업들은 ETRI가 제시한 혁신적 구조를 구현할 수 있도록 맞춤형 핵심 소재 개발과 고정밀 공정 장비의 최적화를 전담했어요. 고해상도 잉크젯 정밀 토출이 가능한 QD 잉크 및 Black PDL 소재, 이를 오차 없이 인쇄하고 증착할 수 있는 전용 장비 기술을 적기에 공급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렸죠.

결과적으로 ETRI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원천 공정·소자 기술과 국내 기업들의 우수한 소재·장비 역량이 선순환 생태계를 이루며, 상용화 가능성이 극대화된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 패널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단일 기판 적층형 QD-OLED 디스플레이 패널

연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18만 개가 넘는 화소 영역에 QD 잉크를 정밀 토출하기 위해 첫 공정 버튼을 눌렀던 순간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수십 마이크론 크기의 작은 잉크 방울은 연구실 내 미세한 진동이나 사람의 움직임, 숨소리만으로도 토출 위치가 어긋날 만큼 극도로 예민해요. 그래서 실험이 진행되는 내내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장비의 토출 과정을 적막 속에서 지켜보아야 했죠. 마침내 토출된 잉크 방울들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안착하며 6인치 패널의 미세 화소들을 고르게 채워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아마도 그 감동 속에는 ‘드디어 안심하고 퇴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함께 있었던 것 같아요.

해당 기술이 6인치급 패널 수준에서 공정 검증이 완료됐습니다. 추후 해당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어떤 분야에 활용될까요?

거실에서 사용하는 대형 프리미엄 TV는 물론, 장치가 가볍고 화면이 매우 촘촘해야 하는 안경 형태의 혼합현실(MR)·확장현실(XR) 기기용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용화를 위해 남아 있는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일 기판 구조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크게 디스플레이 패널의 내구성 확보와 양산 실증 공정 테스트라는 숙제가 남아 있어요.

우선 OLED 소자와 유·무기 박막 봉지층, QD 잉크층 등 서로 다른 물성의 다층막이 직접 적층되는 구조 특성상, 열팽창이나 외부 변형에 의한 층간 박리를 막고 수분·산소에 의한 열화를 방지하는 ‘단일 기판 장기 신뢰성 기술’이 선행되어야 해요. 그리고 실제 산업 현장의 양산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적층 구조를 직접 제작해 보고, 대면적 공정 균일도와 수율을 검증하는 양산 적응성 평가 및 공정 테스트가 병행되어야 하죠.

앞으로의 연구 계획과 박사님의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디스플레이 공정에 적용되는 잉크젯 프린팅은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아,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제어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기술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우선은 이번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실용 기술을 구현해 보고 싶어요. 나아가 공정 및 소재 측면에서 기술적 접점이 있는 태양전지, 배터리, 바이오 분야의 요소 공정에도 필요에 따라 원내 연구진분들과 협력하며 접목 가능성을 차근차근 탐색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