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5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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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STORIES

동화 오즈의 마법사 속
과학 이야기

미국의 동화작가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이 1900년에 쓴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는 단순한 어린이용 판타지를 넘어, 출간 당시의 시대상과 철학적인 상징을 가득 품고 있는 작품이다. 그가 서류함 두 번째 칸에 적힌 O-Z라는 분류 기호를 보고 영감을 얻어 ‘OZ’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 동화 속에는 어떤 과학적 상상들이 숨어 있을까?

글. 박용기 과학칼럼니스트(‘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AI(Co-pilot) 생성 이미지

미국 캔자스에 살던 소녀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비로운 나라 오즈에 떨어지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사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던 도로시는 길 위에서 각자의 소원을 가진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마법사 오즈는 도로시 일행에게 도움의 조건으로 서쪽 마녀를 처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일행은 갖은 고생 끝에 물을 이용해 마녀를 물리치게 된다. 도로시 일행은 다시 오즈를 찾아가지만, 위대한 마법사의 실체는 사실 기계 뒤에 숨어 사람들을 속이던 평범한 할아버지였음이 밝혀진다. 친구들은 이미 여정 속에서 스스로 지혜와 마음, 용기를 발휘했음을 깨닫고 마법사에게 상징적인 선물을 받게 된다. 도로시는 착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으로 구두의 마법을 사용해 꿈에 그리던 고향 캔자스로 돌아간다.

동화 속의 과학적 상상

동화 속에는 오늘날의 인공지능과 연결되는 개념의 두뇌 없는 허수아비, 그리고 첨단 로봇공학과 연결되는 양철 나무꾼 등의 과학적 상상력도 그려져 있지만, 가장 압권인 과학적 상상력은 주인공 도로시가 은구두의 뒤꿈치를 세 번 부딪치며 “집만 한 곳은 없어(There’s no place like home)”라고 외치자 순식간에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동(Teleportation) 장면의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은 도로시의 순간이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양자 원격 전송(Quantum Teleportation)

물리학에서 말하는 가장 현실적인 순간이동은 사람의 ‘몸’을 통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의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도로시가 구두를 부딪치는 순간, 도로시의 온몸을 구성하는 수십조 개의 세포와 원자 정보가 순식간에 디지털 데이터로 스캔된다. 이 정보들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상태인 전송로를 통해 캔자스에 대기하고 있던 장치에 빛의 속도로 쏘아지고, 이곳에서 원자 재료들이 이 정보와 결합해 ‘도로시’라는 인간을 완벽하게 재조립하는 과정으로 상상할 수 있다.

우주의 지름길인 웜홀(Wormhole)을 통한 이동

또 다른 해석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등장하는 개념인 공간과 공간을 잇는 통로를 만들어 이동했다는 가설이다. 오즈라는 다른 차원의 세계와 캔자스라는 현실 세계 사이의 시공간을 강하게 구부려, 두 지점을 직접 연결하는 미세한 ‘웜홀’을 일시적으로 만든 후 도로시는 분해되지 않고, 구두의 마법 에너지가 열어젖힌 시공간의 지름길을 통해 한 걸음 만에 공간을 건너갔다는 상상이다.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은?

그렇다면 미래의 어느 날, 우리도 도로시처럼 한순간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미 빛이나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서 순간이동을 구현하고 있지만, ‘인간의 순간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최초로 광자(빛의 알갱이)를 원격 전송하는 데 성공한 이후, 최근에는 원자(양자) 상태의 정보를 수십~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래의 양자 컴퓨터와 초고속 양자 인터넷의 핵심 기술로 활발히 연구 중인 기술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약 1028개(1조 x 1조의 만 배)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원자 하나하나의 위치와 양자 상태를 완벽하게 측정해 데이터로 변환하려면, 현재 전 세계 모든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합친 것보다 수억 배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게 된다. 게다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완벽하게 측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웜홀을 통한 이동은 동화적으로는 가장 멋진 상상이라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론적으로만 존재 가능하고 실험적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이 동화가 쓰인 1900년에는 순간이동은 과학적 영역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비록 원자 수준이기는 하지만 순간이동이 과학의 활발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며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