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었던 AI의 등장
1987년, 기술진흥확대회의에서 정부가 AI를 차세대 핵심기술로 공식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AI는 대중에게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ETRI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언어처리와 음성인식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1988년 ETRI는 ‘영·한 및 한·영 기계번역 시스템 개발’ 과제에 참여하며 자동번역 연구를 본격화했다. 당시 목표는 과학기술 논문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번역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후 연구는 단순 번역을 넘어 실제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확대됐다. 1993년부터는 자동통역 기술 연구가 시작됐고, 1995년에는 한·일 자동통역 시스템 기술이 공개됐다. 이 시스템은 음성인식, 기계번역, 음성합성 기술을 결합해 사람의 말을 실시간으로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구조였다.
1996년에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일본 ATR, 독일 지멘스 등과 함께 국제 공동연구 컨소시엄 ‘C-STARⅡ’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ETRI는 음성인식·언어번역·음성합성 기술을 통합한 대화체 음성언어 번역시스템을 개발했고, 1999년에는 미국·일본·프랑스와 함께 국제 자동통역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AI 기술이 세계 공동연구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한·일·영·불어 자동통역 시연회’ 기사(매일경제, 1999.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