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3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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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STORIES

동화 백설 공주 속
과학 이야기

왕비는 마법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거울이 답한다. “백설 공주입니다.” 마치 스마트폰을 보며 AI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동화 백설 공주의 작가는 이런 오늘날의 과학기술을 상상하고 있었을까?

글. 박용기 과학칼럼니스트(‘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동화 백설 공주의 원작은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그림 형제(Jacob Grimm, Wilhelm Grimm)가 19세기 초 독일과 유럽 각지의 민담을 수집해 수록한 ‘어린이와 가정 동화집’에 수록된 동화 중 하나다.

아름다운 공주 백설 공주는 새어머니인 왕비의 질투를 받게 된다. 왕비는 마법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라고 묻고, 거울이 백설 공주가 가장 아름답다고 답하자 그녀를 없애려 한다. 사냥꾼에게 백설 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사냥꾼은 차마 해치지 못하고 공주는 숲으로 도망친다. 숲속에서 일곱 난쟁이의 집에 머물게 되지만, 왕비는 독이 든 사과로 다시 공주를 죽이려 한다. 사과를 먹은 공주는 깊은 잠에 빠지고 유리관에 누워 있게 된다. 훗날 한 왕자가 그녀를 발견하고, 키스로 저주가 풀려 깨어나게 되어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Gemin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마법의 거울과 음성인식 기술

왕비는 마법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부르며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묻는다. 마치 요즘 스마트폰의 디지털 비서를 불러 질문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계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술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의 AT&T 벨 연구소가 개발한 오드레이(Audrey, 1952) 시스템은 특정 화자가 말하는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약 90% 이상의 정확도로 인식했다. 10년 뒤 IBM 슈박스(Shoebox, 1962년)가 시애틀 세계 박람회에서 공개되었는데, 16개의 영어 단어와 산술 명령(plus, total 등)을 인식하여 간단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 후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개발된 하피(Harpy, 1976년)는 약 1,000개의 단어를 인식했으며, 개별 단어를 넘어 전체 문장을 이해하기 시작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거듭하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음성인식 기술은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을 만나면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애플의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2014년), 아마존의 알렉사(Alexa, 2024년) 등의 AI 비서가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소음 환경 속에서도 사람의 음성을 약 95% 이상의 정확도로 인식하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마법의 거울과 AI 얼굴 인식 기술

백설 공주에 나오는 마법의 거울은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얼굴 인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얼굴 인식 기술은 사람 얼굴의 눈, 코, 입 등의 위치를 측정하여 숫자로 바꿔서 비교하는 기술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기술 개발과 축적된 기술에 2010년대 이후에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기술이 합해져,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기술로 발전하였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예로는 얼굴 인식을 통한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 공항 출입국 심사, 출입 통제 시스템 등이 있다.

독사과의 과학

동화 속에서 계모는 독이 있는 사과를 백설 공주에게 먹게 해 잠들게 한다. 이러한 설정은 중세 유럽에서 독버섯, 식물성 독이나 비소 같은 독극물로 사람을 살해하는 일이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설정이다. 그런데 사과씨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시안배당체 성분이 들어 있어, 씹어서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청산가리(사이안화수소)로 분해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소량은 괜찮으나 많은 양의 씨를 씹어 먹으면 구토,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백설 공주가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죽은 듯이 잠든 현상은 현대적인 독성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자연계에는 신경을 마비시켜 호흡이나 심장 박동을 극도로 늦추는 물질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복어 등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소는 적절한 양이 투입될 경우, 겉보기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명이 유지되는 ‘가사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오래전 유럽에서 민담으로 전해오던 이야기 속에는 마법의 거울과,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으로부터 사랑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는 기적 같은 상상들이 등장하지만, 그 상상들은 오늘날 현실이 되거나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일이 되었다. 현실을 뛰어넘는 이러한 동화 속 상상력은 인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나침반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