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3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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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

안정적인 통신을 꿈꾸며,
우주로 쏘아 올린 기술

1957년 10월, (구)소련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시작으로 위성통신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64년 인텔샛(Intelsat)1)인텔샛(Intelsat): 국제 통신 위성 기구, 1976년 인마샛(Inmarsat)2)인마샛(Inmarsat): 국제 해사(海事) 위성 기구의 설립으로 국제전화를 비롯한 선박통신과 국제경기의 실시간 TV 중계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후 계속해서 발전하는 위성통신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반에 들어서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위성통신의 가능성을 실험하다

1980년대 초반, 우리 사회는 빠르게 증가하는 통신수요에 직면하게 됐다. 기존의 지상 기반 통신망만으로는 이런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안으로 ‘위성통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통신·방송 위성 보유 및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 계획을 수립한다.

1983년, ETRI는 통신·방송 위성에 관한 타당성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한국 위성통신 개발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위성통신은 일부 선진국이 주도하는 첨단 영역이었고, 국내에서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ETRI는 국내 주요 전자·통신 기업들과 협력해 Ku 대역(12~14GHz) 디지털 SCPC3)SCPC(Single Channel Per Carrier): 1개 캐리어당 단일채널을 수용하는 통신 기술 방식의 위성통신 지구국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실제 시스템 형태를 갖춘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기술적 격차는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국제 공동연구와 지속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그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갔고,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독자적인 위성통신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

독자 위성을 향한 기술적 결단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위성통신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 역시 독자적인 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위성통신은 산간오지나 도서 지역과 같이 기존 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위성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정부는 단독위성 확보 방침을 확정하고, 1990년 ‘위성사업단’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ETRI는 이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위성통신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그 결과 1994년, 저속 데이터 전용 지구국4)지구국: 통신위성이나 우주선 등에 설치된 무선국과 통신하기 위해 지상에 설치한 무선국(VSAT)과 도서벽지·행정통신 지구국(DAMA·SCPC)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이르렀다.

특히 이 시기에는 위성과 지상 간 송수신 장치를 집적화하는 ‘초고주파 반도체화 기술’이 적용되면서, 위성통신의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향후 위성 탑재체 국산화로 이어지는 핵심 기반이 됐다.

VSAT 시스템 및 시범서비스 운용환경

일상으로 스며든 위성통신

1990년대 이후 위성통신 기술은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우리의 일상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위성방송이다.

연구원은 다채널 고화질 방송을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04년부터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HDTV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이는 지역 간 방송 격차를 해소하고, 동일한 품질의 콘텐츠를 전국에 제공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위성항법 기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2010년에는 미국의 GPS와 유럽의 갈릴레오 위성항법 신호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복합수신기 기술이 개발되면서,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인 위치정보 서비스의 기반이 마련됐다.

더불어 정지궤도 기상위성 지상국 기술 개발을 통해 대용량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신·처리·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고, 이는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위성통신이 특정 산업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GPS / 갈릴레오 복합수신기

우주 인프라를 완성하다

2010년, 대한민국 위성통신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지궤도 복합위성 ‘천리안위성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 ETRI는 천리안위성의 통신 탑재체와 관제시스템, 시험지구국 개발을 담당했다. 천리안위성은 통신, 해양, 기상 관측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위성으로, 한국이 단순한 기술 추격 국가를 넘어 위성 활용 능력을 갖춘 국가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 위성 보유국이 됐고,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으로서도 세계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왼쪽) ETRI의 FC 서브 시스템(안테나)
(오른쪽) 2010년, 우리나라가 발사한 천리안 1호 위성

이후에도 ETRI는 다목적 실용위성 관제시스템, 위성 RF 부품, 위성항법 기술 등 위성통신 전반에 걸쳐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이루어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과 서비스로 연결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위성 발사 비용의 감소와 고효율 위성통신 기술의 발전, 그리고 저궤도 위성 중심의 새로운 우주 산업 환경이 열리면서 위성통신의 역할은 더 확대되고 있다. ETRI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차세대 위성통신 기술 개발과 공공복합통신위성 사업을 주도하며, 지상과 우주를 잇는 연결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