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1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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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산업 현장 속
피지컬 AI를 들여다보다

스포터 김병호 대표

스포터(Spotter)란 바라보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을 뜻한다. 공정의 자동화가 필요한 산업 현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를 소상히 관찰해 새로운 해답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스포터의 로봇 자동화 AI 플랫폼은 실제로 산업 현장의 필요를 섬세하게 포착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병호 대표를 찾아가 보았다.

ETRI 웹진 구독자들에게 대표님과 스포터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제조 현장을 위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포터의 대표 김병호입니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공장과 생산 공정의 자동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여러 제조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아직 자동화되지 못한 영역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정밀 조립이나 나사 체결처럼 사람의 숙련도에 의존하는 작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아 많은 공장에서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죠. 이런 자동화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포터는 로봇을 활용한 보다 유연한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스포터의 기술을 통해 제조 공정에서 로봇이 그동안 자동화가 어려웠던 나사 체결, 삽입, 조립과 같은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제조 현장을 지그와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화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유연한 자동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스포터의 주요 기술, 나사 체결 솔루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포터의 나사 체결 솔루션은 로봇이 수행하는 나사 체결이나 삽입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렬 문제1)로봇이 나사를 체결하거나 부품을 끼울 때 나사·공구·구멍의 위치와 각도가 정확히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 기반 AI2)이미지나 영상 데이터를 AI가 분석·판단하는 기술 플랫폼이에요. 제조 현장에서 로봇 자동화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실제 작업물의 위치 오차, 공차, 조립 편차 등 다양한 변수 때문입니다. 기존 자동화 설비는 이러한 변수를 기계적인 지그나 고정 장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제품 변경이나 공정 변경이 발생하면 라인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에 어려움이 있었죠.

스포터의 나사 체결 솔루션은 카메라와 보정 알고리즘을 이용해요. 작업물의 위치와 자세를 서브밀리미터 수준으로 추정하고, 로봇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정확한 체결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죠. 이를 통해 기존의 지그 중심 자동화 방식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공정 편차를 보정하는 접근 방식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해요. 결과적으로 제조 라인의 유연성을 높이고 제품 변경이나 공정 변경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피지컬 AI를 협동로봇에 먼저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로봇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단연 관심이 높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아직은 넘어야 될 기술적 장벽이 많아요. 현재 지금 바로 현장에 도입이 가능한 폼팩터3)폼팩터(form factor): 로봇의 형태는 협동로봇 및 산업용 로봇이에요.

협동로봇은 이미 많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고, 설치 비용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폼팩터죠.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협동로봇과 산업용 로봇을 통해 피지컬 AI 기술을 미리 적용하고 산업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나중에 휴머노이드 기술이 발전했을 때에도 자연스레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현장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정밀도4)정밀도: 불량, 재작업 비율을 낮추는 기기의 정밀함’, ‘유연성5)유연성: 환경 및 제품이 바뀌어도 빠르게 대응 가능한 기술의 능력’, ‘비용6)비용: 상품의 가격’ 중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비용입니다. 정확히는 ROI(Return on Investment, 비용 대비 효과)가 소비자의 결정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밀도나 유연성은 기술적인 장점이지만 결국 고객은 해당 기술이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정밀도가 아무리 높아도 설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유지보수 비용이 크다면 실제 도입은 쉽지 않아요. 반대로 일정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하면서도 기존 공정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짧다면 도입이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죠. 그래서 저희도 기술 개발을 할 때 ‘현장에서 실제로 도입 가능한 기술인가?’라는 관점을 항상 함께 고려하고 있어요.

스포터는 CES 2026에 참가해 나사체결 협동로봇 자동화 솔루션‘Spotter ALGN’을 공개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연구기관에서 개발되는 로봇·AI 기술이 산업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기술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대한 이해를 통한 문제 정의라고 생각해요. 연구 단계는 기술을 중심으로 알고리즘의 성능이나 지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실제 제조 현장은 설비 안정성, 유지보수 편의성, 운영 인력의 숙련도,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등 다양한 변수와 제약 조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해요. 따라서 연구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현장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실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통한 현장 실증을 통하면 더 많은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회사 운영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반대로 즐거움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창업하며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처음 목표는 기술사업화였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보다 그 이외의 것들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것보다도 제품화, 고객 발굴, 투자 유치, 조직 운영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일들이 더 중요하기도 한데 연구원일 때는 이런 일들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죠.

반면 즐거움이라고 하면 연구나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누군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서 그것이 실제로 작업되고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재미를 느껴요.

향후 5~10년을 봤을 때, 피지컬 AI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AI 모델을 만드는 능력보다 AI를 실제 시스템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지컬 AI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인데 현실 환경에는 센서 데이터의 노이즈7)센서가 측정할 때 함께 섞여 들어오는 불필요하거나 부정확한 신호. 실제 값과 다른 값., 작업물 편차, 공정 조건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알고리즘뿐 아니라 센서, 로봇 제어, 시스템 통합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필요해요. 또한 연구 환경에서의 성능과 실제 현장의 요구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각도 중요해요. 결국 앞으로는 AI와 실제 산업 시스템을 함께 이해하고 이를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ETRI 후배 연구자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술이 아니라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실에서 바라보는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기술에서 출발하면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풀게 되기 쉽지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산업 현장을 많이 방문하거나 사용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창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도전뿐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팀워크, 그리고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터의 추후 계획과 대표님의 비전을 알려주세요.

스포터는 현재 나사 체결과 정밀 조립 공정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해요. 또한 이러한 방향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피지컬 AI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어요. 로봇이 제조 현장에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화 기술을 만들어 유연한 제조 자동화 환경을 만들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