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1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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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3

한계를 부수는
네트워크를 만나다

모바일코어네트워크연구실 고남석 책임연구원

AI를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네트워크가 등장했다. 이 소식을 듣고 ETIR의 고남석 박사를 찾아가 보았다. 대학 시절 한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네트워크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말하는 고남석 박사.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장치와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해 거대한 통신 환경을 움직이게 만드는 네트워크의 구조에 깊이 매료됐다며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기술의 기반을 만든다는 네트워크의 특성은 지금도 그를 연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웹진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하고 계시는 업무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ETRI에서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고남석입니다.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이나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이동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뒤에서 전체 네트워크 흐름을 관리하는 핵심 시스템이에요.

현재 6G 시대를 대비해 AI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서비스 요구에 맞게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 코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국내 최초로 지능형 6G 코어를 구현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구현한 기술은 앞으로 6G 모바일 코어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서비스 요구에 따라 네트워크 동작을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그래머블 모바일 코어’ 구조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기존의 5G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는 대부분 미리 정의된 정책과 절차에 따라 동작하는 구조예요. 이런 방식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서비스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는 매우 낮은 지연 시간이 중요하고, 어떤 서비스는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러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네트워크가 상황을 이해하고 서비스 요구에 맞게 동작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예요. 특히 데이터 전송 경로를 서비스 특성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네트워크 효율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켰죠. 쉽게 말해 기존 네트워크가 ‘정해진 방식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서비스 요구에 맞게 동작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라고 볼 수 있어요.

AI 기반 네트워크 자동화 기술 개념도
서비스 프로그래머블 유저 플레인 구조

특히 이번 기술은 서비스 특성에 맞게 테이터 전송 경로를 설정할 수 있는 SRv6(IPv6 세그먼트 라우팅) 기술을 적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 중 하나가 SRv6(Segment Routing over IPv6)예요. 이 기술은 데이터를 목적지까지 전달하는 경로를 보다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네트워크 기술이죠.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SRv6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경로가 존재하잖아요. 교통 상황이 복잡하면 우회로를 선택하기도 하고, 시간이 급하면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기도 하죠.

SRv6 기술도 이와 비슷해요.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할 때 서비스 특성에 맞는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이나 원격 제어 서비스처럼 지연 시간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경로를 선택하고, 대용량 영상 전송과 같은 서비스는 대역폭이 충분한 경로를 선택하죠.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 전달 경로를 보다 유연하게 설정하는 거예요. 네트워크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연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연구하다 보면 특정한 한 순간보다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되는 과정 자체가 더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통신 네트워크 기술 연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성능을 검증한 뒤 국제 표준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의미 있는 기술로 자리 잡게 되죠.

현재 연구도 아직은 검증 단계에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해요. 특히 6G 기술은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함께 논의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지금은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국제 표준화 논의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연구 결과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는 순간이 가장 기쁠 것 같아요. 연구팀과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고 검증하면서, 차세대 네트워크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체감하며 기술을 사용하게 될까요?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일반 사용자들은 더 빠르고 안정적인 디지털 서비스 환경을 체감하게 될 거예요.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서비스들은 기존보다 훨씬 높은 네트워크 성능을 요구할 거예요. 예를 들어 XR(확장현실) 서비스, 자율주행 차량, 로봇 제어, 실시간 AI 서비스 같은 것들 말이죠. 이 기술들은 매우 낮은 지연 시간과 높은 안정성을 동시에 필요로 해요.

서비스 프로그래머블 모바일 코어 기술은 이런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 서비스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환경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특별히 네트워크 기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고, 서비스 응답 속도가 더 빨라지고,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보다 자연스럽게 동작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이런 변화가 바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 가져올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AI가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제어하고 자동화시킨다면, 앞으로 통신망 운영의 패러다임이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 운영 방식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네트워크 운영자가 정책을 설정하고 시스템이 그 정책에 따라 동작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네트워크 규모와 복잡성이 계속 증가하면서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요. 이때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AI가 네트워크 상태와 트래픽 패턴을 분석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하거나 최적의 운영 방식을 제안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네트워크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거예요. 결국 미래의 네트워크는 보다 지능적이고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구실의 연구 계획과 박사님의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스마트폰이나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그 뒤에서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해요. 그래서 이 분야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주목받는 화려한 기술은 아닐 수 있지만,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 기술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연구를 계속해 나가야 하죠.

앞으로도 이러한 기반 기술을 축적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특히 6G 시대에는 AI, 컴퓨팅, 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도 이에 맞춰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후배 연구자들이 더 자유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연구를 하다 보면 기존 기술과 기반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을 때 새로운 상상과 도전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연구팀과 함께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 분야에서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키고, 미래 연구자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