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1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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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

세상을 잇는 기술의 시간

네트워크는 단말과 단말을 연결하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주도로 1980년대 전전자교환 전화망 구축을 시작으로, 같은 시기 인터넷 실험망을 도입하고, 1990년대 초고속정보통신망, 2000년대 광대역통합망 등 국가 네트워크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만들어왔다. 연구원은 든든한 동반자로서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하며 대한민국 네트워크 경쟁력의 기반을 다졌다.

대한민국 인터넷의 시작

1982년, 아직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기. ETRI의 모태 기관 중 하나였던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TCP/IP1)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 기반 네트워크 접속 실험에 성공했다. 경북 구미 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중앙컴퓨터를 텔넷으로 연결하고, 1200bps 모뎀을 통해 파일을 주고받았다.

이 실험망은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이라 불렸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인터넷 실험망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TCP/IP 기반 네트워크를 실험한 국가로 기록된다. 1983년 KAIST가 합류하면서 네트워크는 안정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같은 해 네덜란드 MCVAX, 미국 HP연구소와의 국제 연결에도 성공했다. 1984년에는 아시아넷(Asianet)이 출범하며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

디지털 교환기로 연 1가구 1전화 시대

인터넷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던 그 무렵, 대한민국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급증하는 전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 구축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개발사업이 착수되는데, 1982년도, 시분할 전전자교환기 개발사업인 ‘TDX-1 개발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1986년 ETRI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전전자교환기 ‘TDX-1’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1991년에는 용량을 10배 이상 확장한 TDX-10을 개발하며 ‘1가구 1전화 시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전화가 보편화되자 네트워크의 역할도 확장되었다. 단순 통화를 넘어, 전국대표번호(1588·1577), 무료전화(080), 정보이용료(060), 전화투표(1580)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지능망(IN)’ 개념이 등장했다. 네트워크는 음성을 전달하는 단순한 통신을 넘어,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대용량 통신처리시스템(AICPS)을 개발해 600만 명 이상의 데이터 이용자에게 99% 이상의 접속 성공률을 보장했다. 모뎀 기반의 아날로그 전화선을 사용한 데이터 통신이 ‘인(忍)터넷’이라 불릴 만큼 느렸던 접속 환경은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 서비스 시대로 전환됐다.

TDX 개발 모습

빛으로 여는 초고속 시대

1990년대 이후에는 더 빠르고 넓은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광통신기술 개발이 시작된다. 1992년 155Mbps 동기식 전송시스템 상용화를 시작으로 2.5Gbps, 10Gbps, 그리고 테라비트급 WDM 시스템까지, ETRI는 대용량 광통신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시켰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보급률이 빠르게 향상되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ETRI는 초고속 광가입자망 기술개발을 통해 집안까지 광신호를 직접 광대역으로 양방향, 실시간 서비스할 수 있는 기가비트 FTTH(Fiber To The Home, 댁내광가입자망) 시대를 개척했다.

2015년에는 NG-PON2 기반 10Gbps급 광인터넷 기술을 개발해 기존 대비 100배 빠른 환경을 구현했다. 2019년에는 5G 이동통신용 RoF 기술을 통해 실내 음영지역 문제를 개선했고, 2020년에는 1/1,000초 이내 응답이 가능한 촉각인터넷(TIC-TOC) 기술을 선보였다. 이로써 초저지연·초고속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촉각인터넷(TIC-TOC) 기술

소프트웨어로 다시 쓰는 네트워크

통신환경은 음성에서 데이터로, 회선에서 패킷으로 전환되며 변화를 가져왔다. 1990년대 ATM 교환기 개발, 2000년대 고속 라우터와 품질보장 액세스 라우터 개발은 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특히 패킷-광 통합 스위치(POINTS)와 광-회선-패킷 통합 스위치(OCES)는 폭증하는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국내 네트워크 산업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광·회선·패킷 통합 스위치 시스템(OCES)을 연구개발 망에 적용해 성능 검증하는 모습

2010년대 이후 네트워크는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재편되었다. ETRI는 개방형 프로그래머블 네트워킹 핵심기술을 통해 네트워크 운영체제(NOS), SDN 제어기, NFV 기반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장비 종속 구조를 완화하고, 서비스 개발 시간을 1/10로 단축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이제 네트워크는 단순한 연결 인프라가 아니라, 서비스를 즉각 설계하고 배포하는 ‘플랫폼’이다. 가상화 기술은 물리적 장비를 넘어 유연한 인프라 구성을 가능하게 했고, 컴퓨팅과 네트워킹의 결합은 데이터센터 혁신을 이끌었다.

ETRI는 IoT, 클라우드, 5G, 6G, AI와 결합된 ‘초연결 데이터 중심 사회’의 기반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능을 품은 네트워크는 스스로 최적화하고, 서비스를 예측하며, 사회의 신경망처럼 작동하며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오케스트라 광 인터넷 기술 관련 실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