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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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STORIES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 속 과학 이야기

동화 속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도 코가 길어지지 않는다. 정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일까? 거짓말로 생겨난 스트레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신체에 변화를 일으킨다. 코가 길어지진 않지만 거짓말에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글. 박용기 과학칼럼니스트

실존하는 피노키오 효과

Gemin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토막으로 만든 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소년이 되기 위해 겪는 모험담 이야기다. 가난한 목수 제페토는 나무로 인형을 깎아 피노키오를 만든다. 피노키오는 만들어지자마자 말을 하고 뛰어다니는 살아 있는 인형이 된다.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진짜 아이처럼 사랑하며 학교에 보내려고 자신의 외투까지 팔아 교과서를 사 준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게으르고 충동적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고 구경거리와 유혹을 따라다니다가 거짓말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져 할아버지를 속일 수 없다. 피노키오는 여러 유혹을 겪게 된다. 유혹에 빠져 당나귀로 변하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고, 바다에 빠져 거대한 고기 뱃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를 만든 제페토와 재회하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진정한 후회를 통해 진짜 인간 소년이 되는 이야기다.

오래전에 읽어 전체 스토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아이라는 인식은 또렷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Gorlov Alexander / Shutterstock.com

그렇다면 뛰어난 작가의 상상력은 과학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스페인의 그라나다 대학(University of Granada)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아 부신수질에서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물질은 교감신경 지배 장기에 작용하여 혈압을 상승시키는데, 콧속의 혈관 조직도 일시적으로 팽창시키기 때문에 코끝 조직이 간지러워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지거나 비비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과 의학계에서는 ‘피노키오 효과(Pinocchio Effect)’라고 부른다. 실제로 코가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는 동안 코 부분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과학적 실험 결과가 작자의 상상력과 연결이 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거짓말 탐지기의 등장

‘피노키오의 모험’이 1883년에 발표되었는데, 그보다 38년 뒤인 1921년 미국의 생리학자이자 경찰이었던 존 어거스터스 라슨(John Augustus Larson)은 최초의 과학적인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 Polygraph)를 개발했다. 그는 심장 박동, 혈압, 호흡 등을 동시에 기록하여 거짓말을 탐지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을 하는 동안 심리적인 긴장이 발생하고, 이는 자율신경계에 변화를 가져와 생리 신호가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여러 가지 측정을 통해 기록하는 장치다. 측정 대상의 생리 신호로는 심박수, 혈압, 땀에 의한 피부 전도도 변화, 호흡 등이 있다.

먼저 이름, 생년월일 같은 명백한 진실 질문 등을 통해 조사 대상자의 기초 신호를 설정하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핵심 질문을 통해 변화되는 생리 신호를 측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오류가 날 가능성이 있다. 긴장을 잘 숨기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에도 생리 신호 변화가 작지만, 극도로 긴장하거나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은 측정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생리 신호의 변화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법정 증거로 인정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나 뇌의 초미세 자기 신호 측정장치인 뇌자도(MEG, Magnetoencephalography)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생리 신호 측정보다 거짓말할 때 뇌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상하다

이 밖에도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는 나무로 만든 인형이 걷고, 말하고, 생각하며, 나중에는 진짜 사람이 되는 작가의 상상이 그려져 있다. 이는 마치 인간이 만든 로봇의 진화와 AI와 만나 거의 인간화되는 로봇의 미래를 그린 것 같아 흥미롭다.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로섬의 유니버설 로봇)> 무대의 모습. 이 작품을 통해 ‘로봇’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나왔다. (출처: wikipedia commons)

‘로봇’은 거짓말 탐지기의 발명과 거의 같은 시기인 1920년에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 처음 등장했다. 그 후 1961년에는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등장했고,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지능형 로봇,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Humanoid)와 식당에서 서빙을 돕는 협동로봇 등을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이 중에서 피노키오는 AI와 결합된 미래의 휴머노이드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교감하며 함께 살아갈 피노키오 같은 휴머노이드를 기대해 본다.

박용기 과학칼럼니스트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재료공학자이자 과학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KAIST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받았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부원장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의학물리 전공 책임 교수·교무처장을 역임했고, 은퇴 후에도 강연과 칼럼으로 과학문화 확산에 힘써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맛있다, 과학 때문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