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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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3

6G의
내일을 묻다

이동통신연구본부 김일규 본부장

30여 년 전, 통신의 매력에 빠져 연구를 시작한 김일규 본부장. 그는 2G부터 6G까지 이동통신의 모든 세대를 현장에서 경험해 왔다. 수학적 이론과 시뮬레이션으로 그려낸 설계가 실제 통신기술로 구현되는 과정 자체가 그를 통신 분야에 머물게 한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이제 그는 6G와 AI 기반 통신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며, 통신이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반이라는 자부심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세계 최초로 200Gbps급 6G 무선시연에 성공하셨습니다. 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성공한 200Gbps1) bps(Bits Per Second): 통신 속도의 단위로, 1초간에 송(upload) 또는 수신(download)할 수 있는 비트의 수를 나타냄(초당 기가비트) 무선 시연은 1초에 약 25GB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준으로, 상용화된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인 20Gbps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예요. 단순히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실제 무선 환경에서 이를 구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죠. ETRI가 주관하고, 국내 여러 중소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예요.

기술적으로는 초고주파인 서브 테라헤르츠(Sub-THz) 대역에서 10GHz(기가헤르츠)의 넓은 대역폭을 활용했어요. 그리고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신호를 보내고 받는 ‘다중점 송·수신 무선전송 기술’을 적용해, 신호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전송 용량을 크게 끌어올렸죠. 이번 성과는 앞으로 6G 시대의 초고속·초대용량 통신을 가능하게 할 핵심 기반 기술을 실제로 검증한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200Gbps급 6G 무선전송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ETRI 콘퍼런스 2025에서 해당 기술이 시연됐죠. 서울, 대전, 부산에 있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도 보여주셨어요. 시연을 선보였을 때 어떠셨는지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200Gbps 시연 자체는 2024년 12월에 처음 선보였어요. 당시에는 6G 무선링크만 연결해, 순수하게 ‘무선 성능’에 초점을 맞춰 보여드렸죠. 그동안 우리 본부는 항상 무선링크의 성능 위주로만 보여드렸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Top 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이동통신, 유선통신, 메타버스, 콘텐츠 등 4개 본부가 함께 과제에 참여하게 됐어요. 단순히 무선 속도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선 구간에 프로토콜 스택을 올리고 이를 유선망과 연동해, 최종적으로 실제 서비스까지 구현하는 과제로 확장된 것이죠.

저 역시 현장에서 서비스를 직접 보면서 굉장히 놀랐어요. 무선 링크 성능만 시연하고 홍보해 오다가 실제 서비스가 구동되는 모습을 보게 됐으니까요. ‘이 기술로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구나’라는 걸 직접 보니 상당히 감동적이더라고요.

ETRI 콘퍼런스 2025에서 초연결 6G PoC 기술을 시연 중인 모습

해당 기술을 위해 4곳의 기지국에 동일한 대역 주파수를 쏘고, 동시에 받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기지국을 동시에 쓰는 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기술은 초고주파인 서브 테라헤르츠(Sub THz) 대역에서 10GHz(기가헤르츠) 대역폭을 활용해요. 그런데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전파는 매우 예민해져요. 이렇게 되면 신호의 품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아주 까다로워지죠. 특히 전파에 미세한 떨림이나 잡음이 많이 생기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더불어 100Gbps가 넘는 영화 수십 편 분량의 데이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하고 정리하려면 내부의 베이스밴드2) 베이스밴드(Baseband): 데이터 통신에서의 반송파를 변조하기 위하여 쓰이는 신호가 점유하는 주파수 대역 기술이나 프로토콜3)프로토콜(Protocol):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 또는 한 장치와 다른 장치 사이에서 데이터를 원활히 주고받기 위하여 약속한 여러 가지 규약 기술 등이 굉장히 복잡해지는데, 이 과제도 성공적으로 해결해야 했죠.

6G 기지국 및 단말

그래서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길(주파수 대역)을 기존보다 훨씬 넓게 사용했어요. 그리고 기지국 4곳에서 동시에 데이터를 쏴주고, 스마트폰이 이 신호들을 레이저처럼 한곳으로 모으는 ‘빔포밍’ 기술을 사용해 간섭 없이 합쳤죠. 덕분에 200Gbps라는 엄청난 속도를 구현할 수 있었어요. 이 방식은 고주파 대역이 장애물에 약한 단점을 극복하고, 여러 경로로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과 속도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6G 통신망이 상용화된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체감하게 될까요?

5G가 스마트폰을 빠르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 6G는 삶을 편하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어요. 국민은 ‘스마트시티’, ‘스마트 공장’, ‘AI 에이전트 서비스4)AI 에이전트 서비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최적의 조치를 스스로 결정·실행하는 자율적 AI 시스템 ’ 등 6G 인프라 위에서 구현되는 고도화된 미래 서비스를 통해 변화를 체감하게 될 거예요. 국민 개개인은 더 안전하고, 더 빠르고, 더 개인화된 ‘SF 같은 일상’을 체감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요.

박사님께 개인적으로 이번 연구가 어떤 의미였는지, 연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번 연구는 저 개인적으로도, 또 우리 연구팀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커요. 무엇보다 6G 200Gbps 무선 시연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있죠. 당시 국내에 발표했을 때 해외에서도 기사화됐고, 해외의 과학 전문 매체에서도 ‘세계 최초’ 사례로 소개됐거든요.

200Gbps 무선링크 성능을 보여주는 화면. 하단에 속도 201.5Gbps가 표시돼 있다.

또 하나는 단순한 시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구현 과정에서 여러 핵심 원천기술을 발굴했고, 그중 일부는 이미 도시 표준에 반영되고 있어요. 국제 표준에 채택되면 전 세계 기지국과 단말기에 기본 기술로 적용되기 때문에 산업적·경제적 가치도 매우 크거든요. 표준 특허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과였다고 생각해요. 연구실 안의 성과가 세계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큰 보람이자 감동으로 남아 있어요.

연구실의 연구 계획과 박사님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현재 서브 테라헤르츠 기반 6G PoC5)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 원리 또는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어떤 방법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실현성을 보여주는 일 시스템을 개발한 단계이고, 이제는 본격적인 표준화와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어요. 6G 국제 표준은 2029년 초 완성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그 일정에 맞춰 상용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연구실의 중요한 과제예요.

더불어 앞으로는 AI 기반 RAN(Radio Access Network), 즉 AI가 중심이 되는 이동통신 시스템에 집중하려 합니다. 5G가 사전에 설계된 알고리즘 중심 구조였다면, 6G는 기지국에 GPU가 탑재되고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전송 방식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구조로 진화하게 됩니다. 통신기술의 패러다임이 ‘규칙 기반’에서 ‘학습 기반’으로 전환되는 셈인데요. 저희는 이러한 AI-Native 6G 구현을 하나의 핵심 방향으로 보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어요.

저는 2029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30년 넘게 이동통신 연구를 해온 만큼, 6G를 제대로 상용화 단계까지 이끌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5G 이후 국내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6G를 계기로 다시 한번 산업 생태계가 커졌으면 좋겠어요. 현재도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비전이에요. 6G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산업 재도약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