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0
March
ENG
SPECIAL 2

다이얼부터 스마트폰까지,
손안에 들어온 통신기술

다이얼을 돌리던 전화기에서 손바닥 위 스마트폰까지. 통신기술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를 바꿔왔다. 전화 한 통이 귀하던 시절, 통신기술은 국가의 과제였고 연구자들의 사명이었다. ETRI는 전화적체 해소에서 디지털 교환기, 광통신, 이동통신으로 이어지는 통신기술의 굵직한 전환점마다 연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유선에서 디지털로, 한국통신의 첫 도약

통신기술의 출발점은 유선이었다. 1885년 8월 한성정보총국이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을 발송한 것이 우리나라의 유선통신의 시초다. 1867년 미국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 다수의 발명가가 전화를 발명하면서 유선전화서비스가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1896년에 첫 개통하게 된다.

1960년대, 국가의 경제가 고도성장하게 되면서 전화는 경제활동의 필수품이자 국가 경제산업 발전의 기반으로 인식됐다.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전화 수요를 받아들이지 못해 전화적체현상이 심각해졌고, 이를 계기로 시분할 전전자교환기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1982년, 5년간 연인원 1,300명의 연구진과 총 24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연구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를 통해 ETRI는 1986년, 세계에서 10번째로 전전자교환기 TDX-1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개선 작업을 거처 1991년, TDX-1 용량의 10배가 넘는 TDX-10을 개발한다. 이로인해 우리나라는 기계식 교환기와 아날로그 교환기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디지털 교환기를 사용하게 되는 유일한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이로써 ‘1가구 1전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왼쪽) TDX 개발 모습 / (오른쪽) TDX 시험 모습

이동통신의 퀀텀 점프를 마주하다

유선통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서도 동시에 이동통신 기술도 함께 발전해 나간다. 1947년 벨랩이 셀룰러 개념1)셀룰러 개념: 셀룰러 시스템은 기지국이 소출력 안테나를 통해 6~12마일 또는 13~20㎞ 반경의 무선 구역, 즉 일정 범위의 셀만을 담당함으로써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주파수를 재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통신 방식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을 고안하고, 1983년 미국 시카고의 Ameritech 사가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에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스가 들어온 시기는 1980년대 중반이다. 그러나 분단국가이기에 국가 안보에 민감했고, 사용에 제약도 심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제약이 크게 풀리며 가입자가 급증한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2세대 이동통신인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ETRI는 1988년부터 디지털 이동통신 개발에 착수한다. 당시 이동통신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접속방식이었다. ETRI는 퀄컴의 CDMA2)CDMA(Code-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 주파수 대역 확산 기술을 응용하여 개발한 부호분할 다중접속 방식의 디지털셀룰러 시스템으로, 여러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방식을 도입한다. CDMA는 가입자 용량이 아날로그 방식의 10배, 미국이 사용 중이던 TDMA3)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시분할다중접속): 하나의 중계기에 여러 사용자가 접속하여 동시에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방식보다도 3배 이상을 자랑하는 신기술이었다. ETRI는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과 단말기 상용화에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단말기와 시스템 전량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퀀텀 점프를 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3세대 이동통신 개발을 시작한다. 1999년에는 미국 중심의 동기식 IMT-20004)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2000): 지상이나 위성에서 음성, 고속 데이터,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글로벌 로밍이 가능한 유무선 통합 통신서비스이다.(CDMA2000)을 개발, 2003년에는 유럽 중심의 W-CDMA 상용 서비스에 성공한다. 이후 2007년에는 SDR5)SDR(Software Defined Radio): SW로 Radio의 규격을 정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HW의 변경 없이 SW 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무선통신 규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반 다중모드 기지국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은 규격별 기지국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여러 SW를 기지국에 내려받아 새로운 표준을 편리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 것이다.

CDMA 기지국 모습

일상이 된 끊김이 없는 이동통신

3세대 이동통신은 동영상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점차 이동 중에도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요구가 커졌다. SDR 기반 다중모드 기지국 개발로 유연한 기지국 플랫폼 기술을 획득한 우리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4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ETRI는 LTE(Long Term Evolution)와 LTE-A 시스템을 개발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4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3GPP LTE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기술을 구현했으며, 2010년에는 LTE-A를 개발해 초고속·저지연 모바일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2004년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용 인터넷 서비스인 WiBro 시스템을 개발해 2007년 ITU-R 3G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며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했다.

(왼쪽) LTE-Advanced 실내 시연 모습 / (오른쪽) WiBro 차량 시연 모습

ETRI가 5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로, 2013년에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수행되던 10개의 5G 관련 사업을 ‘5G 기술선도형’과 ‘5G 시장지향형’ 연구개발과제로 구성된 ‘5G 통합사업’으로 개편했다. 기술선도형 과제를 통해 이동 엑스홀 네트워크와 초고밀집 네트워크 기술을, 그리고 시장지향형 과제를 통해서는 LTE 소형 셀 기지국 기술, 지하철 Wi-Fi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MHN 기술, 초고속 근접통신 기술(Zing), NB-IoT(협대역 IoT) 기술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사람이 많은 곳이나 건물 안, 지하철 등의 공간에서도 끊김이 없는 통신을 이용하게 됐다.

5G 저지연기술 시연 모습

이동통신의 기준을 다시 쓰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2030년경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6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 선점을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 초 자체 6G 비전 정립 후 산학연과 함께 한국의 6G비전을 정립했고, 이를 토대로 ITU-R IMT-2030(6G) 프레임워크 반영 등 6G 비전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더불어 6G 핵심원천기술 확보에도 주력해 오면서 테라헤르츠 무선통신기술부터 3차원 입체통신 기술 등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2024년 말에는 세계 최초로 200Gbps급 6G 무선링크 시연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미래 이동통신 서비스에 사용될 전망이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이동통신 기술을 통해 ETRI는 우리에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가상과 우주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입체통신 초연결 사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200Gbps급 6G 무선전송기술 시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