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력을 거스르는 가우디의 성당
-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Vol.258 December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1882년부터 지금까지 짓고 있는 성당이 있다.
바로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 성당이다.
가우디는 자연의 곡선과 중력의 법칙,
그리고 신앙의 이야기를 하나의 성가족 성당에 엮었다.
기둥은 나무처럼 자라고, 빛은 시간에 따라 색을 바꾸며,
조각에는 신의 서사를 새겨놓은 곳.
성가족 성당을 살펴볼수록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배우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 shutterstock
안토니 가우디, 그는 1852년에 태어나 1926년에 사망한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17세부터 건축을 공부한 그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건축을 했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라는 말을 하며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이 드러나는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을 세워나갔다. 그의 대표작인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구엘 공원과 별장’ 등을 보면 곡선과 자연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고전주의 건축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건축물이었기에 가우디의 건물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도전적인 건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가우디의 건축물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현재 공사 중인 ‘성가족 성당’도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아직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사실이다. 1883년 가을, 31살의 가우디는 성가족 성당의 총감독으로 임명된다. 당시 총감독은 가우디에게 건축 실무를 가르쳐 준 프란시스코 비야르였으나, 성당건축위원회와 마찰을 빚어 총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새롭게 총감독 자리에 오른 가우디는 그가 죽는 날까지 약 40년의 세월 동안 성당 건축에만 집중한다. 가우디는 네오고딕 스타일의 설계였던 기존 성당 설계의 많은 부분을 수정하면서 자연과 곡선을 활용해 지금의 모습으로 설계를 마무리 짓는다.
1926년, 성당으로 출근하던 가우디는 전차에 치여 목숨을 잃게 된다. 당시 성당은 25~30%정도 건축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후 가우디의 제자들이 그가 남긴 설계도를 바탕으로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성당 완공은 2026년.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성가정 성당의 내부 ⓒ shutterstock
성가족 성당의 높이는 10월 기준 162.91m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성당이 완공되면 높이는 172m에 달하게 된다. 기존 최고 기록이던 독일 울름 대성당(161.53m)보다 10m가량 더 높아지는 것이다. 당시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이 하나님의 창조물인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173m)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며 몬주익 언덕보다 낮은 높이로 성당을 설계했다. 여기서 짚고가야 할 점이 있다. 성가족 성당은 돌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무거운 돌기둥과 탑들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높게 쌓아 올릴 수 있는 것일까?
가우디가 구엘 성당을 지을 당시 현수선을 활용해 건물 구조를 계산할 때 사용한 모델 재현품.
성가족 성당의 구조를 보면, 현수선의 원리를 떠올릴 수 있다. 굵기와 무게가 일정한 줄을 같은 높이에 놓았을 때, 중력에 의해 줄은 아래로 곡선을 그리며 늘어지게 된다. 현수교처럼 말이다. 현수선 구조는 서로 잡아당기는 인장력만 발생시켜,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킨다. 당시 현수선 구조 원리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계단과 같은 일부 구조에 사용했던 원리였다. 가우디는 이 원리를 건물 전체에 반영한다. 현수선아치 형태로 건물을 쌓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수직으로 세운 돌기둥에 부벽을 세워 아치 형식 천장을 만들어 온 기존 성당들의 건축방식과는 달리,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현수선아치로 기울어진 기둥만으로도 건물을 지탱하고 높이 세울 수 있게 됐다.
성당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은 마치 나무 기둥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형상이다. 이처럼 성당 내부를 숲이 연상되게 설계한 가우디는 이중 지붕 구조를 사용해 자연채광을 극대화했다. 지붕으로 들어온 외부의 빛이 한차례 반사돼 내부로 퍼지며 성당 곳곳을 밝힌다. 여기에 성당 내부에 설치된 산광기가 이 빛을 사방으로 확산시켜 공간을 더욱 극적으로 밝혀준다. 성당 내부를 거닐면 따스한 빛이 스미는 숲속에 들어온 기분을 받게 되는데, 자연과 빛, 신성한 공간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옥수수 모양의 첨탑들성가족 성당은 세세하게 뜯어볼수록 재밌는 건축물이다. “자연이 나의 스승이다”라고 말했던 가우디. 그래서 그런 걸까, 성가족 성당의 곳곳에서는 자연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 앞서 말한 나무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둥이 성당 내부를 지탱하고 있고, 천장에는 잎사귀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마감되었다. 외관에 높이 솟아오른 첨탑들은 옥수수 모양을 하고 있고, 다양한 색상의 타일 조각을 활용해 포도나 밀, 꽃이 연상되는 상징물들이 탑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다.
(왼쪽) 수난의 파사드 성당 외부에는 세 가지 파사드가 새겨져 있는데, 건축이 진행되는 터라 두 개의 파사드만 관람할 수 있다. 이 두 파사드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조각으로 채워져 있어서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동쪽에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탄생의 파사드가 아주 정밀하고 세밀한 조각들로 채워져 있다. 반대편 서쪽에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수난의 파사드가 추상적이고 직선적인 형태의 조각들로 표현돼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남쪽에는 예수가 죽은 이후 영원한 영광을 상징하는 영광의 파사드가 지어지고 있다. 영광의 파사드는 완공 시 주 출입구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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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도 파사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탄생의 파사드 쪽에는 푸른 스테인드글라스로 생명을 상징화했고, 수난의 파사드에는 붉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수난과 순교를 상징화했다. 해의 위치에 따라 성당 내부가 오전에는 푸른빛으로, 오후에는 붉은빛으로 물들기에 이 또한 관람 시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성가족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빛과 시간, 신앙과 자연이 서로 얽혀 숨 쉬는 공간이다. 완공이 머지않았다. 2026년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