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한 바다를 만들다
공간무선네트워킹연구실 조성철 책임연구원
Vol.258 December
안전한 해상교통 환경을 유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해양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바다 위에 통신망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다는 인류가 접근하기에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육상보다 사물 간 통신이
더욱 절실한 공간이라는 조성철 책임연구원.
그의 연구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MIoT 통신망은 3GPP Release 16 NB-IoT1) 표준을 기반으로 구축된 차세대 해상 전용 통신 인프라예요. 쉽게 말해, 바다 위의 등대와 부표, 양식장, 어구 등 다양한 ‘해양 사물(事物)’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율적 통신 환경을 구현한 것이죠.
기존에는 이런 해양 장비들이 위성이나 LTE, 또는 근거리 무선 방식에 의존해 제한적으로만 연결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기술을 통해 원거리·저전력·저비용으로 직접 통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실해역 검증에서는 실제 바다 위에서 30개의 단말을 운용하면서 약 30km 거리까지 신호를 안정적으로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고, 기지국 안테나의 높이를 높이면 이론상 최대 120km의 통달 거리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어요.
이번 과제 수행의 핵심은 ‘해양에서도 육상처럼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환경’을 가능하게 한 첫 실증이라 할 수 있어요. 특히 이번 실증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NB-IoT 기반 해상 독립망을 실해역에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앞으로 MIoT 전국망이 본격적으로 구축되면, 등대와 부표 같은 항로표지 시설은 물론 구명조끼, 어망, 각종 센서 등 모든 해양 사물이 MIoT(Maritime Internet of Things)망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1) NB-IoT: 좁은 대역폭(Narrowband)을 사용하는 사물인터넷(IoT) 통신 기술이다. 3GPP에서 만든 셀룰러 기반 IoT 기술로, 일반 스마트폰처럼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지는 않지만 센서나 계량기, 위치추적기, 원격 모니터링 장치 등 소량의 데이터만 간헐적으로 보내는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현재 해상에는 다양한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돼 각각의 커버리지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하지만 통신망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주체가 선박에 한정되어 있다보니, 해양의 광활한 공간 중 선박 항로만이 통신이 가능한 실질 커버리지라는 한계가 있었죠. 여기에 더해 선박 중심으로 설계된 고비용 단말, 전원의 제약을 받지 않는 상시전원형 단말을 해상의 다양한 통신 주체가 사용할 수 없기에, 이는 곧 통신 영역의 사각, 통신 주체의 사각, 통신 서비스의 사각이라는 ‘해상 통신의 3사각지대’를 만드는 결과를 낳았어요. 결국, 선박을 제외한 수많은 해양 사물이 ‘데이터의 3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양 사물인터넷(MIoT)’ 기술을 개발했어요. 저비용·저전력·장거리 통신이 가능한 NB-IoT 기술을 해양 환경에 최적화함으로써, 바다 위의 모든 사물이 끊김없이 연결되는 통신체계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죠.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3사각지대의 해소로 바다를 연결한다’는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가 개발한 MIoT는 해양 안전, 해양 환경, 물류, 어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될 거예요. 즉, 바다는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촘촘한 그물망 형태로 밀집 단말의 데이터 송수신을 보장하는 하나의 거대한 ‘촘밀형 해양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죠.
해양 안전 서비스의 대부분은 공용 주파수 대역을 기반으로 해요. 공공성을 전제로 한 무상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죠. 해상 통신은 상용 서비스보다 안전과 공공 이익을 우선시하는 특성을 지녀요. 그래서 민간 이동통신 사업자가 보유한 공공망을 해상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공공망과 비공공망은 구조적 속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요. 공공망은 광역 커버리지와 로밍, 접근 편의성이 뛰어난 반면, 비공공망은 망 소유권과 제어권이 보장되고, 보안성과 데이터 서비스 품질이 확보되며, 초기 투자비용은 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요. 특히 해사 분야2)에서는 일반 이용자 트래픽으로 인한 네트워크 혼잡을 방지하고, 국가적 해양 안전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공공망 기반의 독립 운영 체계가 국제적으로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죠.
이에, MIoT 통신망은 육상 LTE 기반의 공공망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용 가능한 Stand-Alone 모드를 채택했어요. 해양수산부 전용 주파수의 망 전체를 정부가 직접 관리·운영함으로써, 외부 사업자나 상용망의 장애로부터 독립된 국가 주도형 해양 데이터 통신 체계를 확보했죠. 또한 단말, 기지국, 코어망 시스템 등 전 구성 요소를 자체 설계하고, 소용량·간헐적 전송·센서 중심 데이터라는 해양 서비스 특성에 맞춰 데이터 흐름을 최적화했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MIoT 독립망은 LTE 공공망 의존도를 제거하면서, 해상 환경에 특화된 통신 인프라의 자립성과 지속 운용성을 확보한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2) 해사 분야: 해사안전, 해상보안 및 선박운항과 관련된 해양환경보호 업무와 직접 관련된 분야를 말한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가능한 한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필요한 대역폭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LTE 표준대역 중에 450MHz 대역의 유휴 구간을 탐색했고, 이를 해양수산부의 공공 주파수로 신청해 2023년에 공식 지정받았죠. 이렇게 낮은 주파수 대역은 기지국 설치가 자유롭지 않은 해상 환경에서 데이터를 멀리까지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자원으로 작용하거든요.
단말 측면에서는 3GPP Release 16 NB-IoT의 저전력 특성을 유지하면서, 해상 운용 환경에 적합하도록 전력 관리 로직을 정밀하게 최적화했어요. 단말은 대기 상태에서 최소한의 전력만을 소비하도록 설계됐고, 필요시 즉각적으로 네트워크 접속을 복원할 수 있는 절차를 적용해 통신 복원성을 강화했죠. 또한 전송 품질 안정화를 위해 기지국과 단말 간의 재전송 제어, 오류 복원, 자원 스케줄링 등 NB-IoT 표준 기반 프로토콜을 세밀하게 최적화했어요. 전송 다이버시티 구조3)를 도입해 수신 성능을 향상시키고, 파도나 강풍 등으로 인한 일시적 채널 손실도 실시간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러한 다층적 안정화 구조를 통해 MIoT 시스템은 단순히 통신 거리를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상에서도 육상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한 NB-IoT 독립망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3) 다이버시티 구조: 여러 채널을 통해 신호를 동시에 수신해, 특정 채널에서 발생하는 신호 손실이나 간섭의 영향을 상쇄하고 신호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MIoT 네트워크를 통해 기상, 조류, 염도, 파고, 수온 등 다양한 정보가 통합적으로 수집·관리돼요. 이 데이터는 해양 안전, 환경 모니터링,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 매우 중요하게 쓰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특정 해역의 수온 상승 추이를 분석하면 적조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경보할 수 있죠. 환경 분야에서는 해류 패턴과 해수면 변동을 분석할 수 있고요. 이런 데이터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보존, 연안 침식 예측에도 활용돼요. 어업 분야에서는 양식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질을 상시 감시하고, 먹이 공급이나 산소량 조절을 자동화할 수 있죠.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양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어요. 향후 이 시스템은 국제 해양 데이터 공유 체계와 연계돼 글로벌 해양 모니터링에도 기여할 거예요. 기후 위기와 환경에 대한 이슈로 이제 세계는 ‘해양 데이터 패권의 시대’가 됐어요. 해양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우리나라가 해양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어줄 거예요.
우선 AIS4)나 LTE-M5) 단말을 탑재하지 않은 해양정보 소외 선박은 해상의 주요 항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선박 운항 안전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어민들은 양식장과 어구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고장이나 유실이 발생하면 즉시 알림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고, 해양 자원에 대한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관광객과 일반 시민도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구명조끼에 IoT 단말 모듈을 넣어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해수욕장 안전 부표를 MIoT로 연결해 조류 흐름과 수온, 밀물의 위험 등 실시간 알림으로 제공해 해양사고를 예방하고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파도 높이, 풍속, 수온 정보를 확인하거나, 낚시·레저 정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어요. 해양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시민참여형 서비스로도 발전할 수 있고요.
결국 MIoT는 ‘보이지 않던 바다를 데이터로 가시화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어요. 바다가 연결되면, 우리의 안전과 산업, 그리고 환경까지 함께 진화하게 될 거예요.
4)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장치의 약자로, 선박의 명칭, 위치, 속도, 침로 등 운항 정보를 무선으로 자동 송수신하는 장비이다.
5) LTE-M: 항해 선박들에게 해상교통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으로 해상에 LTE 기술을 도입한 무선통신망이다.
5년 전, 6G 이동통신 기술 개발 과제를 착수하던 시기에 ‘해상 통신 실해역 실증’ 사업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이미 완성된 기술을 해상에 적용하는 일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어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이 단지 실험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의 삶과 산업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연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자 영예라고 믿었거든요.
실해역 실증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어요. 초기에 계획했던 LTE-M 보호대역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솔직히 막막함을 느꼈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국립전파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을 수없이 두드렸고, 마침내 450MHz 대역의 일반국 주파수를 해양수산부 전용 공공 주파수로 지정받았는데요,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후 여수 실증 현장에서, 비어있던 450MHz 대역에서 최초로 전파를 송출하던 순간은 지금까지도 제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있어요. 실험실 검증을 마치고 수많은 장비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성능 향상 알고리즘 수정, 그리고 거듭된 현장 시험 끝에, 마침내 30km 이상 떨어진 단말에서 송신한 데이터가 기지국에서 안정적으로 수신되는 순간을 맞이했어요. 그 순간 역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네요. 돌이켜 보면 어느 한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아니라, 인상 깊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왼쪽) 조성철 박사가 촬영한 당시 시연현장. 1,000기 접속을 위한 상용 단말 에뮬레이터 세팅 모습
해양수산부와 ETRI는 해양 빅데이터 구축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요. 양 기관은 ‘MIoT 전국망 구축’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되어 있지요. 이에 저희는 2026년부터 5년간 진행될 ‘항로표지 기반 MIoT 무선통신 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본 사업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표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해상 통신에서 필수적인 브로드캐스팅 기능6)과 이동성 보장 기술, 그리고 해양 특화 핵심 요소 기술을 반영한 차세대 기지국 및 단말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예요. 특히 표준 규격 기반의 상용 단말뿐만 아니라, 신규 개발 단말까지도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통합형 기지국을 구현하고, MIoT 전국망 실현을 위한 시범망을 구축·운용할 계획이예요.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등 국제 표준화 기구를 통해 기술 규격을 제안·반영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병행함으로써 MIoT 기술의 국제 경쟁력 확보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2031년 이후에는 본 과제를 통해 개발된 실용화 시스템을 각 지방해양수산청에 순차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전국 단위의 MIoT 통신망 완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MIoT 시스템과 기존의 해상 통신 체계가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돼 해상 통신망이 하나의 ‘촘밀형 해양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저희의 비전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해양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서 세계 해양 통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저희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6) 브로드캐스팅 기능: 네트워크의 모든 장치 또는 여러 수신자에게 동시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능으로, 지정된 수신자가 아닌 모든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