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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조각 투자로
‘소유’를 경험하다
루센트블록 허세영 대표

Vol.252 June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다면?’
이 물음에 현실적인 답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있다.
부동산을 주식처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유’가 그렇다.
‘소유’는 임대인, 임차인, 소비자라는 세 주체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더 나아가 투자자와 지역의 상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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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TRI 웹진 구독자들에게 대표님과 루센트블록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부동산 토큰증권(STO) 플랫폼 ‘소유’ 운영사 루센트블록 허세영입니다. 루센트블록은 2018년 11월 설립된 핀테크 기업이에요. 2022년 4월 국내 최초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를 출시했어요. 소유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례이자,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철학 아래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 증권화해 누구나 소액으로도 건물 지분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하죠.

소유는 부동산을 당사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고객분들은 주식처럼 소액으로 건물을 소유하고 매달 배당금 수익과 함께 매각할 때 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에요. 공모 청약이 완료된 부동산은 수익증권이 발행되며, 이는 소유 앱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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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를 나와서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했어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작게나마 재능 기부를 하던 중 성수동에 위치한 소셜벤처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죠. 당시 성수동은 공장지대였고 오래된 상점이나 야채·과일을 파는 상인분들이 자리잡은 조용한 곳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가 점점 핫플레이스가 되고 소위 ‘젠트리피케이션1)’ 현상이 진행됐죠.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된 거예요. 물론 자본주의 구조 속 필연적인 흐름이었지만, 그 안에서 대안을 고민하게 됐어요.

‘부동산을 다 살 만큼 자본이 없어도 부동산의 일정 부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건물 가치가 2~3배 상승했을 때 그 이익을 최소한 일부라도 나눌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러 고민을 했죠. 건물주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이지만 임차인 역시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아닌 가치를 더하는 주체이고, 소비자는 그 공간을 찾아오며 전체적인 가치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이 세 주체가 함께 성장하고 혜택을 나누는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현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짓게 된 배경이에요.
1)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인근의 낙후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의 유입,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소유’는 기존 투자 방식과 어떤 본질적 차별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일례로 리츠2)와 비교했을 때 부동산 조각 투자는 여러 이점을 갖고 있어요. 현재 국내형 리츠는 오피스, 물류창고 등 대단위 건물만 다뤄 투자자 선택이 상당히 제한적인 반면, 부동산 조각 투자는 리츠나 펀드가 다루기 힘든 중소형 상품을 발굴, 유동화하고 있어 투자자의 접근성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한, 부동산 조각 투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이나 유형의 부동산에 맞춤형 투자가 가능해요. 리츠는 여러 개의 부동산을 운용하는 부동산 회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으로, 개별 부동산 단위의 투자가 어렵거든요.

이 외에도 부동산 조각 투자는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월 배당 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주식처럼 투자자가 원할 때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을 보완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는 특정 부동산의 지분을 직접 매매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되죠.
2) 리츠(REITs):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의 하나.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이 자금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 증권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규제 환경과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사실 이 서비스를 준비하기까지 꽤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진행했어요. 루센트블록은 2018년 11월에 설립됐지만, 그 이전인 2018년 초부터 ETRI 기술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준비해 왔어요. 당시 법률과 규제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했었죠.

2018년 3분기쯤, 한 지인 변호사에게 곧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라고 전했더니 “자본시장법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의 대답은 “자본시장법이 뭐야?” 였죠. 이후 법률을 들여다보니 형사·민사적으로 위반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국 금융 규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는 구조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죠. 그 결과, 첫 고객을 확보하는 데만 무려 3년 반이 걸렸고, 규제 대응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여러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어요.

스타트업 CEO로서 자주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결국 딱 두 가지, ‘성장’과 ‘생존’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서 성장과 생존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되는 회사라도 단 하나의 실수로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반대로 어떤 작은 기회가 트리거가 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일들이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선택해야 하는데요. 결국 의사결정이 가장 큰 고민인 거죠. 예를 들어 단기적인 성장을 우선해야 하는지, 생존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혹은 중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하면서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같은 고민이 늘 따라와요. 결국 스타트업은 매 순간 성장과 생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img3소유 11호, 대전 하나 스타트업파크 외관. 해당 공모는 조기 완판됐다.

앞으로 ‘소유’가 단순한 투자 플랫폼을 넘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기를 바라시나요?

대한민국의 경제와 금융은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2023년 기준, 국내 주요 금융 기업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많은 투자와 기회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죠. 그에 반해 지역은 점차 소외되고, 젊은 인재와 자본은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어요.

그럼에도 루센트블록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보겠다는 다소 무모하지만 원대한 꿈으로 출발했어요. 변방에서의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매일 파트너사와 유관 관계사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과 대전을 1년에도 300번 이상 오가며 끊임없이 길을 모색해야 했죠. 그러나 지역이 가진 가능성을 믿었고, 루센트블록은 금융의 중심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했어요. 투자자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며, 꾸준히 확장해 오고 있죠.

최근 대전시와 하나은행, 그리고 루센트블록이 협력해 완판을 달성한 11호 공모는 그 노력의 연장선이에요.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투자자에게는 지역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자금을 유입시켜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죠. 지역과 금융이 상호작용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향후 루센트블록은 소액 투자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에요. 대전에서 시작된 이 도전이 전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길 기대해 봅니다.

연구원 내부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창업을 쉽게 권하지 않아요. 성공 확률은 매우 낮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아 과정 자체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창업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 창업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맞아요. 단순한 호기심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엔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많거든요. 실패와 고통을 감안하고도 해야 할 의지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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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꿈과 바람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루센트블록의 핵심 비전은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서비스 철학 아래, 토큰 증권의 대중화를 이끄는 것이에요.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토큰증권 시장에서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 과제인데요. 루센트블록 역시 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해 나갈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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