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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진단의 문턱을 낮추다
소셜로보틱스연구실 유철환 선임연구원

Vol.252 June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현황’ 통계표를 보면
자폐성 장애인은 2014년 약 20,000명에서 2023년 약 42,000명으로
약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평균 8.6%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자폐성 장애는
조기 선별을 통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ETRI 소셜로보틱스연구실에서는
AI 기반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험실에 머무르는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유철환 선임연구원.
그를 통해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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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선별 AI 기술을 소개해 주세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과거 별도로 구분되어 있던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그리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통합해 하나의 범주로 부르는 용어예요.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에서 발행한 DSM-5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크게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그리고 증상이 유아기에 시작되어야 하는 점 등 세 가지 핵심 특징을 근거로 정의하고 있죠.

저희가 개발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선별 AI는 이런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추출하기 위해, 약 6분 분량으로 제작된 ‘사회적 상호작용 유도 콘텐츠’를 보여줘요. 이 영상을 시청하는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시선 추적·호명 반응·가리키기 제스처·사회적 미소·모방/상동 행동 등의 다양한 사회적 반응을 AI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인식하고, 통합 분석하는데요. 이 결과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도를 정량화된 수치로 제시하는 기술이에요.

이 시스템은 웹 클라이언트로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발돼 언제 어디서나 검사가 가능해 접근성이 뛰어나요. 그리고 약 6분 분량의 간단한 테스트만으로 83.3%의 높은 선별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죠.

img3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을 위한 AI 통합 플랫폼 결과 화면 예시

해당 기술이 세계 최초의 다학제 융합 기반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 인공지능기술이라 들었습니다. 해당 기술의 개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기술은 아이에게서 ‘무언가 이상 징후가 보인다’고 느낀 뒤 실제 진단에 이르기까지 2~9년이 소요된다는 임상 현장의 절박함에서 출발했어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 대한 조기 진단은 아동의 뇌에 대한 가소성이 높은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개입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차적 신경학적 손상과 행동 문제의 누적을 줄여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하지만 기존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높아요. 그리고 부모와 아동 입장을 보아도 병원 내원과 진단에 대한 두려움, 오랜 예약 대기 기간 등으로 인해 예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조기 진단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죠.

그래서 저희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을 위한 AI 서비스의 개발과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할 임상적 파트너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이를 위해 저희 ETRI와 분당서울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병원, 대학 및 연구 기관 간의 다학제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의학·심리·AI·콘텐츠 제작 역량을 종합해 다년간 연구를 진행했죠.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의 다학제 융합형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 AI가 탄생하게 됐어요.

해당 기술의 실제 사용법이 궁금합니다.

사용법은 간단해요. 저희가 개발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 AI 통합 플랫폼에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 접속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사회적 상호작용 유도 콘텐츠가 자동 재생돼요. 동시에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로 아이의 반응을 촬영하죠.

영상이 끝나면 사회적 상호작용 인식 AI 기술을 통해 서버에 저장된 아동의 행동 또는 반응이 녹화된 비디오 데이터에 대해 자동으로 분석을 수행하는데요. 각 사회적 행동 지표에 대한 정반응 유무와 종합적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도를 산출하는 거죠.

사용자는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서 병원 방문 전에 선별 검사의 형태로 해당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요.

img3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을 위한 사회적 상호작용 유도 및 인지 AI 기술

AI가 6분 이내 영상에서 자폐 선별 판단을 내리기까지 기술적 프로세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먼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약 6분 분량의 콘텐츠가 재생돼요. 그리고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로 아이의 얼굴과 전신을 촬영하죠. 녹화가 끝나면 영상은 사회적 행동 지표마다 미리 정의된 자극-반응(query-response) 구간으로 분할되고, 각 구간에서 눈 맞춤, 호명 반응, 가리키기, 모방·상동 행동 등 목표 행동에 특화된 AI 모델이 활성화돼요. 이를 통해 각각의 사회적 행동 지표에 대해 아동이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거예요. 이렇게 얻은 사회적 행동 지표별 예측값은 후속 정량화 모델에서 통합돼 최종적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도를 정량화된 수치로 산출돼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과 실험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시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해요.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난관은 이러한 영유아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이를 위해 2020년부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서울센터에 리빙랩을 구축해 실제 영유아를 대상으로 700건 이상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선별용 데이터를 확보했죠. 더불어 부모 동의와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 절차를 거쳤고요.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AI 모델의 학습과 테스트에 적극 활용했어요.

또한 제어가 가능한 환경에서 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과 관련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사회적 상호작용 유도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이를 재생, 녹화, 태깅1)할 수 있는 SW까지 함께 개발했어요.
1) 태깅(Tagging): 의료진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행동이나 발화를 구분하고, 주석을 부여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기술의 장점이 간편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일 텐데요. 해당 기술이 상용화가 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면 무엇일까요?

해당 기술의 기술적 우수성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5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 출원과 18편 이상의 국제 학술지(SCIE) 게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기관·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의학적 타당성 검증과 더불어 진료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강화할 기술적·제도적 장치 등이 필요해요. 이 밖에도 실제 의료·보건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아동복지법 등 다양한 제도와 인프라 측면의 준비가 선행돼야 하죠.

img3유철환 선임연구원은 오티즘 엑스포 ETRI 부스에서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둔 여러 부모님이 기술을 체험해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될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시나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다른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예후에 있어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해요.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 부모가 의심 증상을 느낄 때 즉시 가정에서 검사해 조기 선별이 가능해지고,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저소득 가정 등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선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이 밖에도 보육시설, 발달증진센터, 병원 등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선별이나 진단 지원 등의 다양한 서비스 형태로 활용돼 영유아·아동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진단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 기술이 자폐 외의 다른 발달장애나 정신건강 문제에도 응용될 수 있을까요?

‘행동 유도 콘텐츠 + 상호작용 인지 AI’라는 플랫폼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ADHD, 언어 발달 지연 등 영유아 대상 발달·정신건강 영역은 물론,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고령자 인지 장애 분야에도 그대로 확장될 수 있거든요. 콘텐츠와 인지 AI 기술을 해당 질환 특성에 맞춰 조정하면, 동일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조기 선별 솔루션으로 손쉽게 응용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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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연구 계획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향후에는 이미 개발된 상호작용·표적행동 인지를 위한 AI 요소 기술들의 사용성 개선을 위해 경량화·최적화를 진행하는 한편, AI 통합 시스템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운용하며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도출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알고리즘의 단순한 수치적 성능을 높이는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또 현장에서 직접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그런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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