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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9

생태도시의 교과서가 되기까지,
브라질 쿠리치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인구급증과 산업화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를 마주하게 된 쿠리치바.
그러나 이내 지혜로운 돌파구를 찾아 세계가 보고 배우는 생태도시로 개혁하게 된다.
교통 시스템의 개혁과 환경을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재활용으로 말이다.
브라질 쿠리치바는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선두주자가 됐다.

쿠리치바, 환경을 생각하다

브라질 남부의 최대 도시인 쿠리치바는 현재 18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한다. 1600년대 중엽, 금을 캐기 위해 넘어온 포르투갈인들을 시작으로 쿠리치바는 유럽 이민자들과 이촌향도하는 사람들로 인구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중 온화하고 다습한 기후 덕에 농사가 용이하고, 브라질의 대도시 상파울루와 남쪽 지역을 잇는 위치적 이점으로 인해 상업에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쿠리치바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폭발적으로 도시인구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진행됐다.

계속되는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공업단지가 세워졌다. 경제활동 인구의 5분의 1이 제조업에 종사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이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또한 쿠리치바시의 1인당 자가용 보유대수는 수도인 브라질리아를 제외했을 때 1위였다고 한다. 매연으로 가득 차게 된 도시는 몸살을 앓게 되며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쿠리치바를 생태도시로 개혁한 사람이 있다. 바로 1971년부터 1992년까지 쿠리치바 시장으로 선출된 건축가 출신의 자이메 레르네르다. 레르네르 시장의 도시계획으로 인해 쿠리치바는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로 평가받게 된다.

교통 시스템, 쿠리치바의 희망이 되다

굴절버스와 원통형 버스 승강장
출처 : Marcio Jose Bastos Silva / Shutterstock.com

대대적으로 손을 본 시스템은 바로 교통이었다. 삼중 도로 체계를 도입해 도로의 중앙에 버스전용차로를 배치하고 양옆으로는 자동차들이 다닐 도로와 일방통행 도로를 설치했다. 버스는 직통, 급행, 지역 버스 등 그 기능에 맞게 색으로 구분을 지어 사람들이 이용하고 환승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쿠리치바의 버스시스템은 특별하다. 바로 버스와 승강장의 모양 때문이다. 버스는 굴절버스로 버스 3대를 이어 붙인 것 같은 모양이다. 이로 인해 최대 27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계단이 없고 바닥이 낮은 구조로 장애인과 노약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승객들의 빠른 승하차를 위해 문이 5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원통형 버스 승강장에도 요금을 미리 지불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승객들의 빠른 승하차를 돕는다. 효율적인 버스와 승강장 덕에 불필요한 엔진의 공회전을 방지하게 되었고, 이는 대기오염을 30% 저감시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쿠리치바에는 지하철이 없다. 자동차 도로의 신설, 지하철 건설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는 버스의 대중교통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선택하고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브라질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쿠리치바의 교통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 우리나라도 쿠리치바의 버스체계를 벤치마킹하여 간선급행버스체계(BRT: Bus Rapid Transit)를 도입했고, 이는 현재 서울과 세종 등에서 운행 중이다.

국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환경보호

폐광지역을 살려 조성한 오페라 데 아라메(Opera de Arame)
출처 : Vinicius Bacarin / Shutterstock.com

쿠리치바시에는 남겨진 몇 가지 숙제가 있었다. 홍수문제로 인해 저지대를 보완해야 하는 것과, 도시개발 뒤 버려진 폐건물들에 대한 처리문제, 처리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쌓이는 쓰레기 문제였다. 쿠리치바시는 홍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천과 가까운 부지에 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원 내에는 유수지 역할을 할 호수를 만들었다. 또한 주거지역은 전체 면적의 50%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로 둠으로써 토양이 빗물을 흡수 할 수 있게 했다.

건물을 비롯한 공공장소를 지을 때는 버려진 건물과 부지를 재활용했다. 채석장을 개조해 공원으로 만든 탕구아 공원(Parque Tangua), 버려진 탄약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파이올 극장(Teatro Paiol), 폐광지역을 살려 도시의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만든 오페라 데 아라메(Opera de Arame). 이외에도 버려진 전차를 탁아소로 개조해 사용하고, 100년이 된 근대 건축물을 방송국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 리사이클의 새 역사를 썼다.

쓰레기 문제는 시가 만든 ‘쓰레기 구매’ 프로그램과 ‘뚜도 림뽀(Tudo Limpo)’ 프로젝트, 재활용을 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해소됐다. ‘쓰레기 구매’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해 오면 쓰레기 5kg당 식품이 담긴 팩으로 교환해주는 형태다. 주로 쓰레기 처리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빈민촌에서 이뤄졌는데, 이로 인해 쓰레기 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뚜도 림뽀’ 프로젝트는 은퇴자나 실업자들을 임시로 고용해 산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재활용품을 모아오면 학용품이나 음식으로 교환해 주는 등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을 생활화할 방법들을 제안했다.

쿠리치바는 환경을 살리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혁했다. 부지런히 개발된 쿠리치바는 사람들에게 ‘숲의 도시’, ‘세계에서 아름답고 쾌적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시’ 등으로 불리게 됐다. 이러한 개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파격적인 도시개발을 진행한 쿠리치바 시의 결단력과 시민들의 동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필요에 따른 해결책만을 찾았기 때문에 버스만으로도, 재활용한 공공시설만으로도, 생태도시로의 도약이 가능했던 쿠리치바. 지금의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