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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Vol.229

로봇의 손 그리퍼,
섬세한 터치를 향하여

사람에게 손이 있다면, 로봇에게는 그리퍼(Gripper)가 존재한다.
물체를 쥐거나 옮기는 역할을 하는 그리퍼는
다양한 물체를 반복적으로 다룰 수 있기에 제조공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구동 방식에 따라 집게 형식의 기계식 그리퍼, 진공 그리퍼로 구분된다.
초창기 그리퍼들은 주로 단단하고 큰 물체를 다루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요새는 달걀같이 깨지기 쉬운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미세한 혈관을 다룰 수 있는 소프트 그리퍼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퍼, 공장 자동화의 일등 공신

그리퍼는 물체를 잡고, 들어 올리고, 고정하고, 회전하며 정해진 위치에 놓기 위해 사용된다. 물체를 집는 방식에 따라 크게 기계식 그리퍼, 진공 그리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기계식 그리퍼는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공압 그리퍼는 압축 공기에 의해 작동된다. 명령받은 신호에 따라 밸브를 조작해 공기가 그리퍼 내부 채널로 들어오면 공기가 피스톤을 밀어낸다. 이러한 힘을 통해 그리퍼 내부의 기어, 토글, 슬라이드 연결장치를 움직여 물체를 집는 Jaw를 여닫을 수 있게 된다. 주로 자동차 시장의 캔트리 로봇 및 포장, 반도체 칩 검사 등 공장 자동화 라인에 사용된다.

기계식 그리퍼는 집게식으로 물체를 들어 올린다면, 진공식은 물체와 맞닿는 면에 진공을 발생시켜 물체를 흡착시키는 원리로 작동된다. 코끼리의 코로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연상될 것이다. 집게 형식의 그리퍼는 집게를 벌릴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기에 들어 올리는 물체 크기에 영향을 받지만, 진공식은 상단에서 물체를 들어올리기 때문에 물체 크기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뤄야 할 물체가 깨지기 쉽거나 얇고 평평할 경우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기에 주로 식품, 태양광,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그리퍼를 뛰어넘다

현재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그리퍼는 단단한 재료들로 제작되고 다루는 물체 또한 단단해서 작고 부드러운 물체를 다루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나 사람의 혈관처럼 예민한 소재를 손상되지 않게 다룰 수 있는 소프트 그리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단단하고 무거운 물체부터 부드럽고 깨지기 쉬운 물체까지 광범위하게 모두 다른 제어 피드백으로 다룰 수 있는 지능형 그리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소프트 그리퍼의 특징은 다양한 모양의 물체를 그리퍼가 인지해 물체를 손상시키지 않고 들어 올린다는 것이다. 소프트 그리퍼는 소프트 폴리머 기반의 유공압 방식, 정전식 접착 및 구동, 건식 접착 방식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구조적인 유연성을 얻게 된다. 이는 굴곡이 있거나 변형되는 물체의 표면을 학습하여 물체를 손상없이 파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소프트 그리퍼의 유연한 특성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높은 파지력과 제어력을 갖기 위해 가변강성 물질도 개발되고 있다. 입자 재밍(granular jamming) 메커니즘, 형상 기억 합금 메커니즘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입자 재밍 메커니즘은 가루형태의 재밍 물질을 폴리머 주머니에 넣어 음압의 변화를 줘 다양한 물체를 파지할 수 있는 강성을 갖게되는 메커니즘이다. 또한 형상 기억 합금 메커니즘은 형상 기억 합금의 온도에 따른 강성 차이를 이용해 파지력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리퍼, 도움의 손이 되다

공장에서 단순히 물건을 들어 올리고 조립하는 데 사용되던 그리퍼는 이제 사람의 손을 대체할 기술로 기대받고 있다. ETRI도 차세대 그리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나노 복합소재와 나노 에어갭 구조를 적용한 멀티모달 유연 센서를 그리퍼에 접목해, 그리퍼가 다양한 물체의 형상이나 물리량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힘으로 동작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의수, 의료용 로봇, 스마트 팜,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그리퍼의 활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