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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9

그리퍼 기술,
사람의 감각을 배우다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김혜진 책임연구원

ETRI는 이번 『나노코리아 2023』에서
사람의 손처럼 물체의 경도를 파악해 집기의 세기를 처리할 수 있는 그리퍼를 선보였다.
어떻게 물성을 감지하는 그리퍼가 개발될 수 있었을까?
바로 압력과 밴딩을 감지하는 유연 멀티모달 센서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박사님과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지능창의연구소 소재부품연구본부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김혜진 책임연구원입니다. 저는 2001년도에 입사해서 센서 소재와 디바이스를 주로 개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모든 사물이 지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고도화된 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지능형 센서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에서는 미래 첨단센서로서 혁신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센서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웨이퍼 기판의 모습. 웨이퍼 기판은 다양한 폼팩터와 여러 기능의 센서를 집적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특히, 우리 연구실은 기존의 센서 형태를 뛰어넘어 폼팩터*가 자유로운 유연인장형 센서를 대면적 웨이퍼레벨 공정을 이용하여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 종류의 센서를 하나의 플랫폼에 집적시킨 융복합 센서에 AI, 지능형 알고리즘과 같은 지능을 부여해서 단일센서가 제공하는 데이터 이상의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폼팩터: 제품의 물리적인 외형을 말한다.

『나노코리아 2023』에서 차세대 로봇 그리퍼 기술을 선보이셨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그리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존의 로봇 그리퍼는 주로 조립 공정 등의 자동화 라인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동일한 규격과 물성을 갖는 물체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일정 위치로 이동하게 되면 그리퍼가 이것을 잡아서 후속 작업을 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죠. 즉, 자동화 라인에서 사람 손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손은 어느 특정 물체만 잡아 인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물성, 크기, 형상을 갖는 모든 물체를 잡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물체를 만져보고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학습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인지-판단-제어의 과정이 순식간에 가능한 것입니다.

지능형 그리퍼 시연 모습

지능형 그리퍼는 기존의 그리퍼에 지능이 더해져 사람의 손과 같이 다양한 물체를 인지하고 적절한 제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그리퍼를 말합니다. 특히, 그리퍼가 물체를 인지하는 데에는 물체의 크기와 형상, 물성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물체의 특징들을 추출해내는 데 멀티모달 센서가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최근 압력과 밴딩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유연 멀티모달 센서를 개발했고, 이를 그리퍼에 적용하여 물체의 형상과 크기 등을 매우 정확하게 인지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기술을 시연했습니다.

지능형 그리퍼에 적용한 멀티모달 유연센서는 어떻게 제작되었나요?

유연 멀티모달 센서는 압력센서와 밴딩센서를 포함하는데, 이들에는 나노 복합소재와 나노 에어갭 구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센서에 활용된 감지소재는 나노입자의 전도성 필러가 포함된 복합소재를 이용했습니다. 감지소재와 전극 사이의 에어갭 조절을 통해 그리퍼는 압력과 밴딩 정도를 넓은 범위에서 선택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개발했습니다. 특히, 저희는 감지소재와 기판 전극 사이에 존재하는 스페이서*의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압력과 밴딩의 센서 민감도 및 감지범위에 대한 상관관계를 이론적/실험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압력과 밴딩에 각각 최적화된 에어갭 구조를 고안하여 제작했습니다.
* 스페이서: 센서 감지소재와 기판 사이에 일정한 공간(에어갭)을 만들어 주기 위해 중간에 설치하는 부품이다. 기둥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나노복합체기반 굽힘/압력센서의 묘사도

지능형 그리퍼의 장점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유연 멀티모달 센서가 장착된 그리퍼는 기존의 그리퍼와는 달리, 다양한 물체의 크기와 물체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물성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나노코리아 2023』 전시회를 통해, 멀티모달 센서가 장착된 그리퍼가 약 20종류의 다양한 크기와 물성을 가진 물체를 오류 없이 인지하고 구분할 수 있음을 시연했습니다. 그리퍼가 물체를 잡기 위해 물체를 컨택하면 압력센서가 반응하기 시작하며, 바로 이때 수집된 밴딩센서 값은 물체의 크기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퍼가 물체를 집을 때 생성되는 그리퍼의 굽혀진 정도와 밴딩센서 신호 간의 상관관계를 통해 물체의 크기를 계산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변형할 수 있는 소프트한 물체의 경우는 그리퍼 집게의 끝에 부착된 압력센서에서 신호가 출력되고 있는 동안 밴딩센서의 신호가 약간 상승하는 결과를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압력센서와 밴딩센서의 출력신호를 기반으로 그리퍼는 물체의 영률(단단한 정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는 멀티모달 센서가 장착된 그리퍼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와 강성을 갖는 물체들에 대한 인공지능 학습을 수행했고, 나노코리아 전시회에서는 멀티모달 센서가 보이는 신호만으로도 별도의 연산 없이 즉각적으로 물체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발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희는 유연 멀티모달 센서가 장착된 그리퍼가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 기술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장창고 또는 조립공장과 같은 자동화 라인에서 본 기술이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러한 응용을 고려하면 센서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센서가 오랫동안 휘어지고 높은 압력에 노출되더라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야 했으며, 냉동 또는 고습 환경에 대해서도 성능 신뢰성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결국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센서 보호층과 인터페이스 공정을 최적화하여 만 번 이상의 반복 압력과 밴딩 사이클 테스트에서 매우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저온 및 고습 환경에 대한 성능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나노코리아 전시회에서는 3일 내내 끊임없이 그리퍼를 동작시켜야 해서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센서 성능이 열화하거나 단락되는 문제 없이 매우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저희 연구진들에게는 개발된 유연 멀티모달 센서의 기계적 신뢰성을 재확인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토마토를 집어 올린 후 굽힘/압력센서 신호를 얻고 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토마토의 크기와 강성을 인지하고 분류하는 로봇

지능형 그리퍼가 상용화가 된다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요?

아직 대부분의 로봇 그리퍼에는 멀티모달 센서가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테슬라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에 장착된 멀티모달 센서를 통해 물체를 매우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음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만약 멀티모달 센서를 통해 사람과 같은 수준의 인지 및 제어 동작이 가능하다면 이는 기존 로봇 그리퍼의 패러다임을 변환하는 혁신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지능형 로봇 그리퍼 기술은 앞서 말씀드린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 라인 응용뿐 아니라, 사람과 협업하고 서비스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로도 확장되어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요?

로봇 그리퍼에 적용된 유연 멀티모달 센서는 압력과 밴딩을 감지하는 2종 센서로 제작되었으나, 현재 연구실에서는 거리센서와 온습도센서 등 그 외 다른 센서들도 하나의 플랫폼에 집적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향후에는 다종의 센서가 집적된 유연인장형 센서 플랫폼 기반 인공피부를 로봇 그리퍼에 적용하여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로봇 그리퍼는 거리센서와 이미지센서를 통해 물체의 위치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그리핑할 시점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연 압력센서와 밴딩센서 어레이를 모두 고해상도로 적용하여 더 다양한 물체에 대한 물성뿐 아니라 형상까지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다종의 센서 어레이가 집적된 인공피부를 보다 고도화하여 사람 손과 같은 자연스러운 동작뿐 아니라 인간이 느끼는 수준의 피부 감각까지도 느낄 수 있는 로봇 그리퍼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