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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19

덴마크 코펜하겐,
거리 연구실에서 스마트 시티를 만들어내다

덴마크는 2010년, 2050년까지 소비 에너지 100 %를 신재생 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맞춰 그 수도인 코펜하겐 또한,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코펜하겐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도시에 접목한 ‘스마트 시티’로의 변환을 계획했다.

코펜하겐의 스마트 시티 시스템에 적용되는 각종 기술은 ‘코펜하겐 솔루션 랩’에서부터 시작한다. 코펜하겐 솔루션 랩은 시의 기술 환경부에 소속된 팀으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각종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조직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나 정책에는 지자체·연구소·학교·기업 등 다양한 민간과의 협력이 더해진 뒤 스트리트 랩에 적용된다.

거리가 곧 연구실, 스트리트 랩

코펜하겐 스마트 시티 솔루션이 테스트 되는 코펜하겐 스트리트 랩
(출처 : https://www.gate21.dk/greater-copenhagen-smart-solutions/living-lab-tours/)

스트리트 랩은 하루 6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통행하는 복잡한 두 거리 사이를 잇는 골목이다. 말 그대로 ‘거리의 연구실’로서, 미래에 적용될 스마트 시티 기술을 직접 실험해 보는 곳이다. 이 거리에는 사물인터넷 센서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각종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 주체들은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인프라를 설치한다.

이런 스트리트 랩에 적용된 뒤 그 유용성이 검증되어 코펜하겐 전역으로 퍼진 기술은 시민들의 도시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대표적인 예로 빈 주차 공간을 찾아주는 시스템 ‘이지파크’가 있다. 이는 코펜하겐에 유입인구가 늘면서 대두된 주차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다. 운전자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목적지를 입력하면, 교통량과 주차 공간을 파악한 뒤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와 도착 예상 시간을 알려준다. 주차할 곳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주차 공간을 알려주고 도보로 이동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한다. 이 서비스로 코펜하겐의 교통 체증 문제가 일부 해결되었고 차량 가스 배출량도 줄었다.

스트리트 랩에서 시작된 똑똑한 쓰레기통 또한 코펜하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다.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90 % 이상 차면, 쓰레기통에 부착된 센서가 담당 공무원에게 수거 요청을 보낸다. 담당 공무원은 쓰레기통의 위치·수거 순서·주변 도로 교통량까지 받아볼 수 있어 더욱 효율적으로 도심 관리를 할 수 있다. 코펜하겐은 이 시스템을 도심 내 5,700개 쓰레기통에 적용해 쓰레기통을 청결하게 관리하면서 연간 쓰레기 수거 비용 약 63억 중 20 % 정도인 13억 원을 절감했다.

똑똑하게 밝히는 코펜하겐의 밤

코펜하겐의 기술 혁신이 스트리트 랩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유럽 최대 조명 실증 단지인 덴마크 실외 조명 연구소 DOLL(Danish Outdoor Lightning Lab)이 있다. 지구 북쪽에 위치한 코펜하겐은 오후 4시가 되면 도시 전체가 어두워질 정도로 낮이 짧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이 도시 조명을 중요하게 여기고, 시 또한 가로등에 많은 전력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수치가 전체 에너지 비용의 40 %를 차지하게 되자, 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DOLL을 설립했다.

코펜하겐 스마트 시티 솔루션이 테스트 되는 코펜하겐 스트리트 랩
(출처 : https://www.gate21.dk/greater-copenhagen-smart-solutions/living-lab-tours/)

DOLL에는 조명 제작업체·공급업체·솔루션 업체 등이 모여 조명 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조명 운영 시스템을 연구한다. 여기서 81개의 지능형 조명 모델이 개발됐으며, 대표적으로 ▲태양 전지를 통해 스스로 전원을 공급하는 가로등 ▲보행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조도를 조절하는 조명등 ▲지역 내 가로등을 모두 연결하여 원격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등이 있다. 특히 카메라나 와이파이를 갖춘 스마트 가로등도 있는데, 이는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기지국으로 활용될 수 있다. 코펜하겐시는 시내 가로등 약 2만 개를 DOLL에서 개발한 스마트 가로등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조명에 쓰이던 에너지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

코펜하겐을 변화시킨 협업과 공유

구글 지도 서비스(구글맵)에 적용된 코펜하겐 대기 오염 정도
(출처 : https://cities-today.com/google-street-view-data-pinpoints-copenhagens-traffic-pollution-hotspots/)

이 외에도 코펜하겐은 구글과 협업해 차량으로 실시간 대기 오염을 측정하고, 이를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반영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고정된 측정 장치를 통해 대기 질을 검사하는 기존 시스템을 극복해, 시민들은 해당 정보에 기반해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활동 반경을 정하기도 했다.

코펜하겐에서 탄생하는 기술의 배경에는 ‘공유’라는 핵심 가치도 있다. 코펜하겐은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분석·가공한 후 데이터를 통합 운영하는 데이터 거래소에 공개한다. 시가 공개하는 데이터는 개인·기업 구분 없이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 여러 주체들이 이를 이용해 새로운 도시 문제 해결법을 도출하고 기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걸었던 코펜하겐.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스마트 시티로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니, 머지않은 날 ‘코펜하겐이 탄소 중립 도시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릴 것만 같다. 이들은 앞으로 또 얼마나 혁신적이고 유용한 기술을 만들어낼까? 그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