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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19

센서, 피부처럼 늘어나다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 김성현 책임연구원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산소포화도와 심박수를 알아보며 개인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요즘.
이 기술을 뛰어넘어 피부가 늘어나는 정도와 방향을 읽어내는 센서가 탄생했다.
얇고 구부러지고 늘어나면서도 외부 변화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ETRI의 ‘피부 부착형 스트레인 센서’.
이 신개념 센서를 개발한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의 김성현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피부 부착형 스트레인 센서’란 무엇인가요?

외부 힘에 의해 물체가 바뀐 정도를 뜻하는 스트레인 값을 재는 기술입니다. 물체가 외적으로 변형되면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도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건데요. 이런 스트레인 센서를 사람 신체와 기계 등에 부착해, 특정 부위가 운동하는 방향과 피부나 소재가 늘어나는 정도를 동시에 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센서는 최대 50 %까지 늘어나고 신체 조직의 최대 가동 범위인 30 %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스트레인 센서와 비교했을 때, 해당 기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스트레인 센서는 전류에 반응하는 저항값을 측정하기 위해 금속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신체가 움직이는 만큼 센서가 늘어날 수 없었고, 또한 ‘얼마나 늘어났는지 정도’만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방향으로의 변화만 측정할 수 있었는데요. 360도 전부 운동 가능한 부위일지라도, 센서가 90도 방향으로만 붙어있다면 해당 방향으로 움직인 정도만 알 수 있던 것이죠. 방향 구분을 못하니 신체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우리 팀은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이라는 소재에 은 나노입자·탄소나노튜브(CNT)·플로린 등 전도성 물질을 첨가해 전도성 고무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센서 자체를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첨가된 전도성 물질의 양으로 저항을 조절하고, 이를 이용해 기판 전극 등의 구성품도 만들었습니다. 해당 소재는 고무라 녹여서 잉크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 전극과 저항체 모두 인쇄를 통해 간단하게 제작했습니다.

또한 힘이 가해지는 방향을 구분할 수 있도록 소자 3개를 0도·45도·90도로 배치했습니다. 외부 힘과 방향에 따라 각 소자가 받는 힘이 전부 다른 것을 이용해, 소자마다 각기 다른 수치를 내기 위함입니다. 이 수치들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물체 변형의 방향성과 크기를 도출해 낼 수 있지만, 소재의 특성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얻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0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10만큼 늘렸을 때의 값과, 20까지 갔다가 다시 10으로 돌아왔을 때 값이 같아야 하는데요. 지금까지는 그 값이 매번 달랐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인공 지능(AI)을 통해서 소재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우선 소자로부터 얻은 수치를 패턴화해 힘의 방향과 그 크기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또한 소재 특성에 따른 오차 결과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고, 이를 통해 수치에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힘의 방향과 크기 값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정확도가 98 %에 달합니다.

소자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작년에 특허를 낸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기술은 무엇인지, 특허 기술이 이번 센서에 어떻게 적용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스트레인 센서에는 특정 방향으로의 변화만을 읽기 위해 비등방성 소재를 사용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CNT)같이 숫자 1 형태의 전도체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를 고무 속에 마구 섞어두면 1자 형태의 전도체들은 임의의 방향으로 섞여 있게 됩니다. 이럴 경우 어떤 방향으로 고무를 늘려도 저항의 변화는 같을 것입니다. 이를 등방성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전도체로 0도 방향의 변화는 읽고, 90도 방향의 변화는 무시하겠다고 예를 들겠습니다. 그러면 90도 방향으로 전도체가 늘어나더라도, 저항에 변화가 없도록 만들면 되는데요. 이를 위해 고무에 전도체를 평행하게 ‘1 1 1 1’ 과 같은 모양으로 나열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0도 방향(길이 방향)으로 힘을 주었을 때는 1자형 전도체를 포함한 고무가 위쪽으로 늘어나면서 전도체가 서로 미끄러지듯 겹치며 늘어납니다. 저항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90도 방향으로 힘을 주면 원래도 떨어져 있던 전도체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서 전도체가 붙지 않아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0도 방향의 변화에 따른 저항 변화와 90도 방향의 변화에 따른 저항 변화가 큰 소재를 비등방성 소재라 합니다.

그러나 전도체 소자 크기가 나노 단위인데다가, 정렬까지 해야 해 비등방성 소재는 상용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우리 팀은 등방성 소재로 비등방성 소재와 같은 특성을 내는 소자를 만들었습니다. 고무 기판 위에 고무 전극을 인쇄한 뒤, 일종의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이용해 각 소자 양 끝에 딱딱한 구조(아일랜드)를 만들고 전극을 끼웠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저렴하고 만들기 쉬운 등방성 소재가 딱딱한 구조 때문에 일부 방향으로만 늘어날 수 있어, 제작하기 어렵고 값비싼 비등방성 소재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프린트를 통해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등방성 소재와 같은 성능을 내는 구조’가 지금 특허 승인 중에 있습니다.

해당 기술은 저희 센서에도 적용됐는데요. 전체 센서는 다 늘어나면서도, 0도 소자는 0도 방향의 힘만 읽는 등 각 방향에 맞는 힘에만 반응해 더 정확한 결괏값을 가져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통해 힘이 가해지는 전 방향을 도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번 기술이 인공 피부와 관련된 스킨트로닉스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이번 기술의 기대효과는 무엇인가요?

이번 기술도 스킨트로닉스에 해당하는 기술로서,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나는 사람의 피부에 붙이는 용도입니다. 특정 부위에 센서를 붙여 동작 시 늘어나는 피부의 길이, 변화하는 근육의 각도 등을 재는 것이죠. 이를 통해 치료와 관련된 많은 부분을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운동선수들의 최고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과정 등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둘째는 로봇의 인공피부 용도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로봇이 사람의 형태를 하거나 사람과 같이 생활할 텐데요. 이때 사람이 느끼는 감각을 로봇도 똑같이 느껴야 사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감각 기관마다 관련 센서나 기술이 적용되겠지요.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촉각을 담당하는 스킨트로닉스 기술에 적용되어, 주변 환경 변화를 잘 감지하는 사람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킨트로닉스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공장 내 기계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하는데요. 공장 내 기계에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관 등이 들어갑니다. 이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이번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에 교량 등에 설치되었던 스트레인 센서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내는 기술이라 동작이 크고 빠른 공업용 기기의 모니터링에는 적합하지 않았는데요. 저희 스트레인 센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기술과 관련된 추가 연구 계획이 있나요?

우선은 AI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확한 스트레인 값을 낼 수 있도록 소자를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값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인데, AI를 작동시키려면 컴퓨터와 각종 계산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당겼을 때와 놓았을 때 완전히 똑같은 값을 가지는 소자는 아직 이 세상에 없어 기술 개발에 도전하려 합니다.

또한 반응속도가 빠른 고무 소재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반 고무를 당기고 놓았을 때의 최대 속도는 cm 당 0.1초 정도입니다. 그런데 움직이는 물체가 이보다 더 빠르면, 센서가 당겨지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소자가 영향을 받게 되니 정확한 값을 측정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간이나 인간형 로봇의 경우에는 괜찮을지라도, 산업용 기계 등 다른 용도에 이번 기술을 적용하려면 고무 소재가 더 빨리 반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무 소재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PDMS 소재에 통기성 혹은 흡습성 기능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PDMS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땀을 투과하지 못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트레인 센서를 장시간 부착해야 하는 사용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앞으로 메시 소재와 같은 구조 등을 이번 센서에 적용해 투습이 가능한 센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려고 합니다.

ETRI 내 다른 연구팀과도 협업할 예정인데요. 이번에는 피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만 연구를 진행했지만, 앞서 말씀드린 스킨트로닉스는 피부 감각 전반과 관련된 기술입니다. 따라서 압력·통각 등을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하시는 분들과 협업해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모든 것들’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