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6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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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로에서 활주로까지,
위험을 읽는 기술의 등장

Luxar AI 이상수 대표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기술을 세상에 선보이는 이가 있다. 럭사 AI(Luxar AI) 이상수 대표다. 2015년, 광통신 솔루션 기업 옵텔라(Optella)를 창업해 성공적 엑시트를 달성하고, 2023년 Luxar AI를 새롭게 창업했다. 단파장 적외선(SWIR) 센서와 AI를 결합해 도로 위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음’을 지난 창업을 통해 체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TRI 웹진 구독자에게 대표님과 Luxar AI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0년대 초 ETRI에 입사해 2015년까지 약 25년간 광통신 분야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DWDM 광전송, 광가입자망(PON) 등 차세대 광통신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좋은 기술이 산업과 시장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2015년 첫 번째 회사를 설립했고, 2018년 미국 기업에 회사를 매각(M&A)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후 2023년 미국 델라웨어에 Luxar AI를, 한국에는 자회사인 ㈜럭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단파장 적외선(SWIR) 센서와 AI를 결합한 차세대 표면 인식 지능(Surface Intelligence)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 기술을 공항, 도로,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을 높이는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Luxar AI의 핵심 경쟁력은 SWIR(단파장 적외선) 센서와 AI를 결합한 기술이지요. 이 기술은 기존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요?

AI는 대부분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사물을 인식해요. 하지만 AI도 입력되는 정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죠. 예를 들어 사람의 눈으로도 구분하기 어려운 물과 얼음은 일반 카메라 영상만으로는 정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포토닉스(광기술)를 연구하면서 물질마다 빛의 파장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특히 단파장 적외선(SWIR) 영역에서는 물과 얼음이 서로 다른 빛의 흡수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하면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Luxar AI의 핵심은 바로 이 점입니다. 기존 AI가 이미지 자체를 학습하는 데 집중했다면, 우리는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함께 활용합니다. 즉, SWIR 센서가 측정한 광학 정보를 AI의 중요한 입력 데이터로 활용해 보다 정확하게 노면 상태를 추론하는 것이죠. 최근 AI 분야에서 주목받는 ‘물리정보 기반 AI(Physics-Informed AI)’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AI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 법칙을 함께 이해하도록 만든 것이 저희 기술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저희는 AI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학습한다고 보기보다, 물리학이 알려 주는 정보를 함께 활용할 때 훨씬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Luxar AI가 추구하는 물리정보 기반 AI의 핵심 철학입니다.

도로 위 블랙아이스를 감지하는 기술이 어떻게 미국 공항 활주로 실증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시장의 니즈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이 기술을 자동차용 블랙박스 같은 소형 모듈로 사업화하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을 통해 광부품, 광모듈을 소형화하는 기술적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시장을 검토해 보니 차량용 블랙아이스 감지 모듈은 사업화가 쉽지 않았어요. 겨울철에만 필요한 기능으로 인식되기도 했고, 센서 모듈 가격 또한 일반 카메라보다 높아 초기 시장 진입에는 한계가 있었죠.

전환점은 미국 출장 중 겪은 일 때문이었어요. 폭우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는 것을 보며, 공항에서는 눈뿐 아니라 비로 인한 활주로 마찰 감소도 상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시장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도로 위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특정 상황에 집중된 문제였지만, 공항 활주로와 유도로의 노면 상태 관리는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필요한 문제였죠. 공항은 안전과 운영 효율성이 매우 중요한 만큼 기술에 대한 수요와 지불 의사도 더 크다고 판단했어요.

저희가 발견한 니즈는 활주로·유도로 상태를 빠르고 연속적으로 파악해 공항 운영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Luxar AI의 기술 방향은 차량용 센서에서 공항과 교통 인프라를 위한 표면 인식 지능(Surface Intelligence)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이것이 미국 공항 실증 논의로 이어지게 되었죠.

공항 활주로와 유도로에 사용될 Luxar AI의 기술 시뮬레이션 이미지

미국 시러큐스 핸콕 국제공항과 차세대 공항 노면 지능화 파일럿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셨습니다. 이번 협력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러큐스는 뉴욕주가 드론(UAS)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등 차세대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거점이에요. 그래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시험·실증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시러큐스 핸콕 국제공항에서 좋은 실증 결과를 확보하면, 향후 미국 내 다른 공항과 차세대 항공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기반이 됩니다.

또한 시러큐스는 미국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에요. 겨울철 결빙과 여름철 강우가 잦아 활주로와 유도로의 노면 상태 관리가 상시 필요한 환경이죠. 저희 기술의 성능과 운영성을 검증하기에 최적의 실증 환경이에요.

무엇보다 이번 협력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한 공항 실증을 넘어, 차세대 항공산업이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생태계에 참여해 기술 검증부터 사업화까지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에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 공항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25년 가까이 연구자로 살아오시다가 창업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안정적인 연구자의 길 대신 창업이라는 도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연구원 생활 마지막 7년 정도는 대형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연구책임자와 연구실장을 맡으면서 혁신기술이 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많이 고민했어요. 당시 구글, 페이스북 같은 스타트업이 작은 아이디어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됐죠. 마침, ETRI에서도 연구원 창업을 적극 장려하던 시기였고, 저 역시 그 제도적 지원 속에서 첫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실제 산업과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고, 그것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죠.

연구자로서의 경험이 창업 과정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된 부분은 무엇이었고, 반대로 새롭게 배워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연구자로서의 경험은 창업 과정에서 가장 큰 자산이었어요. 많은 분이 연구와 창업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논문을 작성할 때도 먼저 기존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 분석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정의한 뒤,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검증해요. 창업도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다만 연구에서는 기술의 난제를 해결했다면, 창업에서는 시장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고방식은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새롭게 배워야 했던 것은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창업에서는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문제를 찾고, 그것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투자자와 고객, 파트너를 설득하는 일도 새로운 배움이었습니다.

결국 연구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에요. 여기에 시장을 이해하는 시각만 더해진다면 연구자는 훌륭한 창업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구원은 창업에 매우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어려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죠. 우선 ‘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세상과 고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하는가’를 먼저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입니다. 만약 시장과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창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하나, 연구자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창업에서는 완벽한 기술보다 먼저 고객에게 보여주고, 시장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아요. 치밀함은 큰 장점이지만, 과감히 시장에서 검증받는 용기도 필요해요.

Luxar AI의 추후 계획과 대표님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Luxar AI를 세계적인 표면 인식 지능(Surface Intelligence)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공항을 시작으로 도로, 교량,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창업을 돕는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저 역시 ETRI에서 연구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창업 과정에서도 ETRI의 지원 제도가 큰 힘이 되었거든요. 사업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후배 연구자들을 위한 멘토링은 물론, 직접 투자에도 참여해 보고 싶어요.

기술은 연구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으로 이어질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믿어요. 작은 성공 경험이라도 후배들과 나누고, 더 많은 연구자가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세상이 변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술과 사업이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Luxar AI가 마지막 창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상에 꼭 필요한 문제가 있다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