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불모지에서 시작한 첫 번째 도전
1970년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미국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반도체를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으며, 기술 보호 정책을 강화해 후발 국가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과 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 반도체 연구는 1970년대 초 KIST 반도체장치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6년 이 연구실은 ETRI의 전신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로 공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갖추게 된다. KIET는 MOS 기술, VTR용 Bipolar IC 기술, ROM 칩, 반도체 설계와 생산 지원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국내 반도체 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1982년에는 메모리 소자인 32K ROM 개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연구소의 성과는 산업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축적된 설계 기술과 공정 기술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으며, 이후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