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9
February
ENG
ETRI TOP TECH

대한민국 ICT 리더,
ETRI 대표성과를 만나다

TDX, DRAM, CDMA, LTE. 시대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온 ETRI의 기술은 늘 혁신적이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구원의 R&D 경쟁력을 대표할 2025년 ETRI 대표성과가 선정됐다. 직할부서별 추천을 통해 9개의 기술이 대표성과로 선정됐고, 이 중 3개의 성과는 전 직원 투표를 통해 대상과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개념을 넘어 실증으로 완성한 6G 핵심기술

2025 ETRI 대표성과의 대상은 입체통신연구소의 김일규 이동통신본부장이 연구책임자로 수행한 『세계 최고 수준의 6G 통신 핵심 원천기술 확보 및 세계 최초 유‧무선 통합 서비스 시연』에 돌아갔다. 연구원은 ITU-R의 IMT-2030 프레임워크 권고와 3GPP의 6G 표준화 착수 흐름에 발맞춰, 6G 핵심 원천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세계 최초 유·무선 통합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 2029년 표준 완성과 2030년 이후 상용화를 앞둔 상황에서, 초고속·초저지연·초정밀 네트워크를 동시에 만족하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ETRI는 기술 개념 제안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과 서비스로 6G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개발 개념도

특히 200Gbps급 6G 무선링크 세계 최초 시연은 이번 성과의 상징적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최고 성능이었던 100Gbps급 시연을 뛰어넘는 성과로, ITU-R이 제시한 6G 목표 전송속도의 최상단을 실증으로 구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지국·단말 모뎀·프로토콜 스택을 아우르는 PoC 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완성하고, 관련 핵심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해 국제표준화(3GPP Rel-19 RAN1)에 실제 반영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에 200Gbps급 무선전송 프로토콜 및 플랫폼 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함으로써, 6G 상용화 이후 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는 실질적 기반도 함께 마련했다.

무선 기술의 초성능을 뒷받침한 것은 광역망 종단간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이다. ETRI는 세계 최초로 인타임·온타임을 동시에 보장하는 초정밀 패킷 전달 기술과 성능맞춤형 프로그래머블 네트워크 스택을 개발해, ETRI 컨퍼런스 2025를 무대로 서울–대전–부산을 잇는 전국 규모 테스트베드에서 5ms 이하 초저지연 통신을 구현했다. 이는 기존 네트워킹 기술 대비 확장성과 정밀 제어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며, 실시간 원격 게임과 메타버스 협업 공연 등 몰입형 초실감 서비스 시연으로 이어졌다. 빠른 통신을 넘어 지연 없는 통신을 구현한 이번 성과는, 6G가 산업·사회 전반의 신뢰 인프라로 진화하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제표준과 시장이 선택한 2.5세대 방송 기술

최우수상은 초실감메타버스연구소의 박성익 미디어방송연구실 책임연구원이 연구책임자로 수행한 『초실감 미디어 시대를 위한 2.5세대 방송 핵심기술 개발 및 표준화』에 돌아갔다. 고해상도·고프레임·몰입형 콘텐츠 확산으로 폭증하는 미디어 데이터를 기존 방송 주파수와 전송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ETRI는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2.5세대 방송 핵심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착수하고, 초고효율 미디어 전송 기술과 초고압축 미디어 부호화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며 차세대 방송 기술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화질 개선을 넘어, 제한된 주파수 안에서 초실감 미디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필수 기반 기술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TSC 3.0 MIMO Extension 기술 개념도

특히 세계 최초로 LDM·MIMO·CB·TxID를 결합한 초고효율 미디어 전송 기술을 개발해, 기존 단일 안테나 기반 방송 대비 전송 용량을 최대 360%까지 끌어올린 성과는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하나의 주파수에서 고정·이동 방송을 동시에 제공하고, 동일주파수망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방송 전송 기술의 활용성과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여기에 HEVC 대비 비트량을 약 39.3% 절감한 차세대 비디오 부호화(VVC) 핵심기술을 확보해, 초고화질·초고음질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를 갖췄다.

이러한 기술력은 국제표준과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됐다. ETRI의 전송 기술은 ATSC 3.0 MIMO Extension 표준에 반영됐을 뿐 아니라, 브라질 차세대 방송(TV 3.0) 국가표준으로 채택되며 대통령령을 통해 공식 공표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기존 디지털 방송 체계와 다른 기술 계열이 국가표준으로 채택된 이례적인 사례로, 우리나라 방송·미디어 기술의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표준특허 확보와 기술료 창출,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 마련까지 이어진 이번 성과는 초실감 미디어 기술 주도권 확보를 넘어, 차세대 방송 생태계와 산업 확산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국가 연구개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AI 기술

마지막 최우수상은 인공지능창의연구소의 유장희 소셜로보틱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이 연구책임자로 수행한 『영유아·아동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선별을 위한 AI 솔루션 개발』에 돌아갔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생후 12~24개월 사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단까지 2~9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특히 기존 선별·진단 방식은 전문 인력과 장시간의 검사 과정이 필요해 접근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TRI는 영유아·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언어적 반응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개발에 착수했다. 본 성과는 ASD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을 통해 아동의 발달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필수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개발 개념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세계 최초로 전문가를 대신해 영유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AI 기반 콘텐츠와,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사회적 상호작용 인지 AI’를 통합했다는 데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42개월 이내 영유아 데이터 3,531건을 기반으로 선별 지표를 과학적으로 도출하고, 약 5분 내외의 관찰만으로도 ASD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구조화된 시나리오를 구현했다. 감정 상태 예측, 눈 맞춤·호명 반응, 모방 행동, 합동 주시, 반복 행동 등 다양한 비언어적 지표를 동시에 분석하는 AI 기술은 외부 공인시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입증했다.

이러한 기술은 서버–클라이언트 기반의 ‘ASD 자동 선별 AI 통합 플랫폼’으로 구현돼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까지 확보했다. 병원뿐 아니라 가정,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에서도 웹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기존 4~6시간 소요되던 선별 과정을 10분 이내로 단축하는 공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 성과는, 조기 선별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감정 인식, 심리·인지 AI,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해당 성과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형 AI 기술의 대표적인 국가 연구개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성과이지만, ETRI의 기술들을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에게 가까운 기술로 말이다. 개념에서 머물지 않고 실증으로 완성한 이번 성과들은 행복한 미래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