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초의
무선통신 건축물
- 봉수대
Vol.255 September
예로부터 사람들은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
고대 이집트 때부터 귀소본능이 강한 비둘기를 사용해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대 중국 병법에는 전쟁 시 진군할 때는 북을, 후퇴할 때는 징을 울려
중요한 정보 전달 수단으로 악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수많은 통신 방법 중 가장 체계적이었던 방식이 있다.
바로 봉수제도다.
문자를 통한 정보 전달은 정확도도 높고, 보관할 수 있어 지속성도 높다. 그러나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은 운송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거리와 운송 시간에 제약이 커 신속한 정보 전달이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통신 체계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중 대표적인 통신 체계는 불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봉수제도다.
봉수제도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사용된 한반도 최초의 통신수단이다. 주로 군사 통신 목적으로 사용됐다.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위협이 가해질 때, 이러한 상황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 시기마다 다르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 봉수대는 전국적으로 약 742개에 달했다고 한다.
봉수대는 주로 사람의 눈으로,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한 높은 산꼭대기에 설치됐다. 5개의 봉수대가 한곳에 설치됐고,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신호를 보냈다. 평상시에는 1개, 적이 나타나면 2개,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3개, 적이 국경을 침범하면 4개, 적군과 접전 중이면 5개의 봉수대에 불을 붙여 신호를 보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 봉수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는 봉수군이 다음 봉수대로 달려가 소식을 직접 전달했다.
봉수제도는 문자가 전달해 줄 수 있는 세세한 정보까지는 전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반나절 만에 전국에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고 하니, 쉬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말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데 15시간, 걸어서는 18일가량 걸리는 방식보다는 훨씬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봉수대 간의 거리는 약 4~20km 이내로, 시각으로 판별이 가능한 위치에 설치됐다. 불을 붙여 신호를 보내는 봉수대를 보고 순차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이 방식은 오늘날의 무선통신 방식과 비슷하다. 파장이 짧고 직진하는 성질이 있는 마이크로파 역시 중계탑을 사용해서 순차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파도 가시거리 통신이기 때문에 옛 봉수대 터와 중계탑 자리가 겹친다. 21세기의 봉수대의 역할을 중계탑이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섯 개의 신호를 사용하는 봉수의 신호체계 역시 1과 0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디지털 방식과 비슷하다.
연구원 본원이 있는 대전에도 봉수대를 찾아볼 수 있을까?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봉수대가 있었다. 바로 계족산 정상에 있는 계족산성이다. 계족산은 대전 8경 중 하나이고,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있는 해발 423.6m의 산이다. 산 정상에 있는 계족산성은 국가사적 국가유산 제355호로 지정되어 대전에 남아있는 30여 개의 백제성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원형이 잘 보전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설치됐던 봉수대는 충북 옥천군의 환산 봉수대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한 봉화산(소이산) 봉수대 등에 신호를 보냈다고. 하지만 터만 남아있어 봉수대를 감상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아쉬워하긴 이르다. 봉수대를 잘 보전해 놓은 곳도 있다. 바로 서울 남산 봉수대이다. 현재 N서울타워가 있는 팔각정 옆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남산의 옛 이름을 따 목멱산봉수대(木覓山烽燧臺)라 하기도 하고, 서울에 있어 경봉수대라고도 했다. 전국의 봉수가 집결되던 곳으로, 6·25전쟁 시 소실되어 터만 남아있었으나 1993년도에 김정호의 <청구도> 자료를 참고하여 지금의 남산 봉수대로 복원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 10분까지 봉수의식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일일 봉수군 체험도 가능하다. 남산봉수의식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10월까지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색다른 경험을 즐기고 싶다면 봉수대 관람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탁 트인 전망도 즐기고, 옛 선조들의 지혜도 경험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