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다양하게 즐기는 미래
Vol.255 September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롯한 ‘뮷즈(박물관 굿즈)’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가유산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현상을 보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만약 인공지능(AI)과 문화유산이 만난다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미 ETRI는 지난 202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큐레이션 플랫폼과 운영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는 ‘디지털 표준 가이드라인 발표’와 ‘지능형 문화유산 공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2035년의 어느 주말, 오늘은 박물관에서 새로운 VR 전시를 공개하는 날이다. 이번 전시가 기대된 이유는, 동서양의 왕궁을 거닐어보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VR로 공개되는 전시가 다채로워질수록, 전시의 규모는 커졌고, 즐길 수 있는 국가유산은 더욱 다양해졌다.
아이와 함께 거실에 앉아 VR 기기를 착용해 전시관에 접속한다.
까치처럼 생긴 캐릭터가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며 왕궁 곳곳을 안내한다. 첫 번째 관은 창덕궁을 둘러보는 코스다. 까치가 입을 연다.
“창덕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돈화문은 창덕궁의 정문이에요. 1412년 처음 지어졌죠.”
“그러면 여기는 일반 사람들도 다닐 수 있었어요?”
아이가 까치에게 묻는다.
“아니요, 돈화문은 왕의 행차 같은 행사가 있을 때 사용했어요. 신하들은 주로 서쪽에 있는 금호문을 이용했죠.”
섬세하고도 실감 나게 구현된 창덕궁의 곳곳을 둘러본다. 이내 자연스럽게 관이 바뀐다.
이번엔 베르사유 궁전의 오랑주리 정원에 와 있다. 어느새 까치는 닭으로 변해있다.
“이번엔 베르사유 궁전을 둘러볼 거예요.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이 드러나는 공간이죠. 아주 화려하답니다.”
“우리를 베르사유 궁전의 가장 화려한 공간으로 이동시켜 줘.”
“알겠습니다. 거울의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황금 동상,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와 거울들, 천장을 가득 채운 프랑스 역사화까지. 모든 부분을 확대해서 세세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아빠! 여기서 저 사진 찍어주세요!”
촛대를 들어 올리는 황금 동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포즈를 취하는 아들. 스크린 샷 기능으로 기념사진도 남겨본다.
규모가 상당한 이번 기획 전시는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TRI가 인공지능(AI)을 문화유산에도 적용해 향후 아시아와 전 세계 문화유산에 우리나라의 디지털 ICT 표준 기술을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ETRI는 지난 202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중앙대학교, ㈜리스트,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협력해 디지털 표준화 연구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발 과정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고, 1단계는 ‘지능형 큐레이션 기반 마련’ 단계, 2단계는 ‘디지털 표준 가이드라인 발표’와 ‘지능형 문화유산 공유 플랫폼 개발’ 단계, 3단계는 ‘유럽 확산 및 국제 표준 연계’ 단계다.
현재는 올해까지 진행하는 2단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 성과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함께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 가이드라인 2024』를 발표했다. 또한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문화유산 디지털 데이터 생성 품질 유지를 위한 표준화」 작업에도 참여해, 고품질 디지털 데이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6년부터 추진하는 3단계는 1, 2단계에서 개발한 기술을 유럽 주요 박물관과 문화유산에 적용해 글로벌 디지털 표준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추후 현지에서 확보된 유럽의 문화유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AR/VR 콘텐츠를 제작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ETRI 콘텐츠융합연구실 이재호 박사는 “문화유산 디지털 분야에서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글로벌 확산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출연연으로서의 공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문화·AI 융합 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의 전략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