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디테일을 바꾸는 스마트한 기술로 유니콘 기업을 꿈꾸다
김형우 블루타일랩 대표
Vol.250 April
시작은 ETRI 원내 창업경진대회였다.
그때의 경험이 씨앗이 돼 40명의 직원과 함께
제조업의 혁신을 꿈꾸는 기업으로 열매 맺었다.
AI 머신비전 솔루션과 울트라 패스트 레이저의 국산화를 통해
스마트한 제조업 시장을 만들고 있는 블루타일랩 김형우 대표의 이야기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송도 R&D센터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블루타일랩 대표 김형우입니다. 카이스트에서 머신 러닝을 전공해 2012년도에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도에 창업을 했어요. ETR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것은 5년 정도 됐네요. 2016년도에 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서 블루타일랩을 창업하게 됐어요.
블루타일랩은 AI 기반의 머신비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울트라 패스트 레이저라고 하는 극초단파 레이저 광원을 국산화하는 일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9년 차가 된 회사에 현재는 40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있어요.
본사는 대전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13동에 있고요, 인천 송도에 R&D센터가 있어요. 직원 중 10분 정도가 박사님이시고, 4분이 석사세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술집약적인 일을 하다 보니 고급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회사죠.
살면서 창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계기는 ETRI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였어요. 여기에 아이디어를 냈는데 대상을 타게 됐죠. 경진대회 자체가 ETRI 연구원이 아이디어를 내면 외부 창업자와 매칭해 창업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저도 외부인 창업자와 매칭이 돼서 창업이 진행됐는데요. 런칭한 서비스는 소셜 미디어를 분석해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였어요. 저는 6개월 동안 서비스에 필요한 알고리즘이나 백엔드(Backend)를 지원했죠. 그때 창업을 간접 경험하게 됐어요. 6개월 동안 서비스 사용자를 10만 명까지 모았어요. 사실 엄청 바빴어요. 낮에는 연구소에서 일하고, 밤에는 계속 기술 지원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죠.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연구원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다 보니 속도감보다는 일의 완성도나 수준이 더 중요해요. 하지만 창업은 속도감이 엄청 중요하죠. 이걸 느끼면서 창업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ETRI 원내 창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도전했어요.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서비스가 AI 기반의 비전 검사 솔루션인데요. 상품의 불량을 검출할 때 기존 방식으로 선별할 수 있는 정형화된 불량도 있지만, 사실은 특정할 수 없는 비정형적인 불량도 많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사람의 판단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모양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고, 복잡한 패턴 위에 생기는 불량도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저희는 정상 이미지만 가지고 학습시켜서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찾아내는 것에 특화돼 있고, 양산라인에도 도입이 용이해요. 그래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품에 대한 개발 완성도나 수준 이런 것은 당연히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려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경쟁력과 차별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요. 더불어 영업적인 것도 상당히 중요하고요.
레이저 산업은 밸류체인을 보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이 우리나라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고, 그런 고객들에게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공급하는 AP 시스템이나 디이엔티라는 장비사들도 우리나라가 메인 플레이어거든요. 그런데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저, 특히 저희가 타겟으로 하는 울트라 패스트 레이저는 거의 100%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인데, 이런 산업 밸류체인에서 완벽하게 비어 있는 포지션을 우리가 채울 수 있으면 국가 발전에도 당연히 도움이 되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추진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가 AI 머신비전 검사 기술 사업을 하는데 비전을 공급하는 장비사들이 대부분 레이저 장비도 함께 하시거든요. 영업적으로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힘을 쏟고 있어요.
매년 전체 워크숍을 해요. 여러 이벤트를 하면서 1박 2일 시간을 보내는데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뒤늦게 합류하면 직원분들이 활기차게 웃으며 야외 활동을 하거나 식사하는 모습을 보거든요. 그때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느껴지고, 40명의 인원이 한 공간에서 같은 비전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업적으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열심히 준비해 간 제품이 고객사로부터 되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순간이에요. 엔지니어다 보니 손수 만든 제품들이 분신처럼 느껴지거든요. 힘들었던 순간은 사업 초기를 꼽을 수 있는데요. 직접 개발, 배선, 설치를 하면서 제품을 만들었거든요. 그리고 브라질, 멕시코로 나가 3~4개월씩 지내면서 서비스 셋업, 고객 검증 이런 전반적인 업무를 혼자서 했죠. 정신적으론 힘들진 않았는데,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일단 강점은, ETRI라는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창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술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술에 대한 신뢰성은 확실한 강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명함에 ETRI 플러스 표기를 넣어서 ETRI 출신인 것을 알리면서 고객들에게 신뢰를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발전시켜야 할 역량은 정확하게 정반대예요. 기술 중심적으로 가다 보면 양질의 제품을 만들고 기술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제품을 구입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서 판매 전략이라던가 세일즈 등의 부분들도 관심을 두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머신비전 검사 시스템 시장은 원래도 컸지만 계속 커지고 있어요. 반도체가 됐든 이차전지가 됐든 디스플레이가 됐든 간에 계속해서 고집적, 소형화되고 있는데요. 더불어 제품의 완성도도 중요해져서 검사 시장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레이저 시장도 우리나라는 플레이어가 없는 수준이지만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예요. 미세하고 정교하게, 깊이 잘라내야 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고성능 레이저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두 분야 모두 시장성은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애플리케이션과 시장성과 사업성을 지닌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해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어요. 기술 수준은 국내와 세계 모두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확장하려 해요.
연구원 생활과 창업 후의 생활은 굉장히 달라요. 연구원 생활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고, 연구 중심, 연구자 친화적인 환경이죠. 당연히 경쟁이 있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창업은 굉장히 치열하고, 경쟁도 엄청나게 심해요.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는 위기 요인들도 많고요. 그래도 창업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만큼 매력이 커요.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을 도와주면서 간접적으로 창업을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해요.
개인적인 꿈은 둘째도 딸을 낳고 싶다는 거고요(웃음). 같이 있는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제조업 기반의 일도 하다 보니 장기 출장이나 철야 같은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워라밸을 맞출 수 있게 신경 쓰고 있거든요. 직원들이 행복하게, 자부심 있게,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연구원 출신 창업자로서 공공기관성 펀드도 많이 받았는데요. 공공기술 사업화에 성공적인, 그리고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고 싶어요. ETRI에서도 프리유니콘 기업으로 선정해 주셨는데요. 상장도 하고, 1조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이 돼서 ETRI에서 받은 많은 지원과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