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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5

ETRI와 기업,
기술과 기업을 잇다
사업화본부 김진경 책임연구원

두 기관이 시너지를 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ETRI 사업화본부의 김진경 연구원은 이러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 업체인 트위니에 파견되어,
그들이 빠르게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ETRI의 로봇 편대관리시스템(FMS, Fleet Management System)의 기술이전을 추진했고,
ETRI와 트위니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추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과제도 발굴했다.
양 기관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귀를 기울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김진경 연구원은 이 모든 여정이 의미 있다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트위니를 소개해 주세요

실내외에서 추가적인 인프라 설치 없이 자율주행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2015년에 설립되어 현재 162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기술신용평가에서 트위니를 ‘기술 및 아이디어 경쟁력과 기술사업화 능력이 우수하며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해당하는 등급인 T2로 평가했습니다. 이외에도 18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여러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여 공장, 물류센터, 대기업 사옥, 공공기관, 지하상가, 공원, 대학 캠퍼스 등에서 물류 운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트위니에 파견 나오게 되었나요?

ETRI에서는 주로 ETRI의 기술을 외부 기업에 소개하거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파악하여 이를 해결해 줄 연구자를 찾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훌륭한 기업과 우수한 연구자를 여러 차례 연결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연구 현장 지원 사업’을 접했습니다. 기관 연구 인력을 기업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기술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경험하며 기업을 도와 우수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어 참여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트위니의 신생팀인 ‘사업기획팀’에 합류해 연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이 대내외적으로 문제없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업은 크게 오더피킹 로봇 사업과 생활 물류 로봇 사업, 이와 관련된 정부 사업들로 나뉩니다. 또한 트위니가 어떤 협력사나 고객사를 만나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조사하고, 협력 방안을 기획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ETRI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제 업무 중 하나라 다양한 부서와 미팅 자리를 마련하여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9일에는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트위니는 현재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물류센터에 특화된 ‘나르고 오더피킹’이라는 로봇의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추가 인프라 설치 없이, 구조 변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입니다. 누군가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물류센터 현장에서는 이 주문내역을 가지고 사람들이 직접 이동하며 물건을 담습니다. 이때 작업자의 하루 이동량이 운동장 30바퀴를 도는 것과 같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환경에서는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생산성은 감소할 겁니다. 또한 인력난은 물류센터 운영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트위니의 로봇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류자동화 설비 기구나 다른 로봇 기술을 선보인 업체들도 있습니다. 다만 그들 기술을 활용하려면 추가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합니다. 창고를 비워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고, 진열대를 교체하거나 물품의 위치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물류자동화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죠. 트위니 로봇은 기존 물류창고에 로봇만 투입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손쉽게 물류자동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트위니에 ETRI가 FMS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해당 기술을 설명해 주세요.

FMS는 로봇 여러 대를 동시 운용할 때 필요한 총괄 제어 시스템 기술입니다. 로봇들의 작업 할당, 경로 계획, 교통 제어를 수행하여 다수의 로봇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죠. 다만 이 기술은 사람이 없는 환경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기술인데, 트위니의 로봇은 사람과 함께 협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했고, 현재 ETRI 기술이전 부서와 공동연구를 통해 트위니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 중입니다.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는 물류센터 내에서 100대 이상의 로봇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은 왜 추진했나요?

트위니에 파견된 뒤 여러 회의를 거치면서, 트위니에 FMS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형 물류센터에는 소수의 로봇만 관제하면 되지만, 대형 물류센터에는 로봇 수백 대가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로봇 한 대의 자율 주행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여러 대가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동선이 꼬이거나 충돌이 일어날 수 있겠죠. 따라서 로봇 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전체 운행을 관제하는 시스템인 FMS가 필요했습니다.

로봇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개발에 투자되는 시간을 단축해, 시장을 재빨리 선점해야만 합니다. 트위니의 오더피킹 기술도 아직 작은 규모의 시작 단계이지만, 대형 물류센터로의 확장을 빠르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FMS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훌륭한 기술을 도입하여 내재화할 필요가 있었죠. 이에 ETRI 로봇 FMS 기술이전을 추진했습니다.

기술이전에는 조건이 없는지요?
트위니는 이를 충족한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별다른 조건이 있지는 않지만, 기술 공급자나 기술 도입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자의 기술 흡수 역량, 즉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게 되는데요. 특히 기술사업화 목적으로 기술이전을 했으나, 기업에 기술 흡수 역량이 없으면 시간과 비용만 날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위니는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했고 대외적으로 기술성을 인정받고 있기에 기술 흡수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트위니에 파견 나오고 난 뒤 더욱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기술이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트위니에 와서 얻은 것이 있나요?

저는 ETRI에서만 20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트위니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트위니의 내부 사정을 빠르게 파악하고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산이었죠. 로봇이라는 사업 아이템의 생소함과 방대함, ETRI와는 다른 회사 문화,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 등 모든 것들이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적응하는 데만 6개월은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에게 이렇게 현장에 나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기업의 능력을 보는 안목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또한 사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급변한다는 것, 이에 맞춰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도 수시로 바뀐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정말 값진 기회죠. 만약 다른 연구자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추후 연구 개발 주제로 연결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창업을 원한다면, 파견 경험을 통해 추후 경영상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어떤 직무든, 향후 10년간 자기 발전에 필요한 자양분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소개해 주세요.

트위니의 오더피킹 기술이 빠르면 올해 말 즈음 대형 물류 센터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고도화되기까지,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규모의 성공사례로 만들기까지 2년 정도는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견 근무를 연장하려 합니다. 최대 3년까지 근무할 수 있으니까, 이 기간은 전부 채우고 싶습니다.

지금도 트위니와 ETRI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TRI는 트위니에 기술이전을 해주고, 트위니가 필요한 기술을 R&D 과제를 통해 같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트위니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ETRI가 사업을 기획하는 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업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양 기관이 함께 대형과제를 수행하면서, 미래를 바꿀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남은 기간 트위니와 ETRI가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서 열심히 제 역할에 임하다 보면, ETRI의 인프라를 통해 국내의 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데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런 것들을 목표 삼아, 우선은 제 업무를 즐겁게 수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