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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3

안전한 드론 비행 시대를 선사하다
모빌리티인프라연구실 황현구 책임연구원

미래 운송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드론은 그간 ‘통신’이라는 장애물에 발목을 잡혀왔다.
드론 통신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드론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 모빌리티인프라연구실의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UAAN*)’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드론을 안전하게 운용하도록 돕는다는 이 기술을 상세히 알아보고자 모빌리티인프라연구실 황현구 책임연구원을 인터뷰했다.
* UAAN: Unmanned Aircraft Area Network

이번 기술이 기존 드론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요?

기존에는 제조사가 다른 드론끼리 통신할 수 없었습니다. 드론에게는 다른 드론을 보고 이야기할 눈과 입이 없었습니다. 이번 드론 통신 국제표준은 제조회사와 상관없이 드론들이 서로 인식하고 이야기하는 공통 통신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부산 광안리에서 개최되었던 드론쇼를 보면, 이미 드론 통신이 잘 되는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사용된 드론들은 서로 연결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각 드론이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을 따라 정해진 위치대로 움직인 것이었죠.

이 사례로 알 수 있듯, 드론 기체는 상당히 발전됐는데 이를 뒷받침할 통신 기술이 없었습니다. 드론의 눈과 입 역할을 하는 드론용 통신 기술이 없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에, 드론 산업에서 안전 문제는 늘 화두였습니다. 이는 드론 서비스가 여태껏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드론 간 통신으로 드론들이 서로 보고 대화하여 충돌을 회피한다

이번에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 기술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안전한 드론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드론 간 통신을 지원하는 기술이죠. 기본적으로 드론 통신의 목적은 ‘드론이 서로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드론이 자신의 존재를 주변 드론에게 알리는 기능을 개발했습니다.

드론이 1초에 한 번씩 5 km 내에 있는 다른 드론들에게 자신의 위치와 비행 방향(웨이 포인트)을 전달합니다. ‘몇 초 후에 a 지점에 도착한다’처럼요. 이 알림을 인지한 다른 드론이 자신의 웨이포인트와 겹치는지를 계산하고 충돌을 피합니다. 특정 드론이 더 빨리 지나가도록 통신으로 협상하거나, 로터리 방식으로 경로를 설정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서요.

(좌)시간 협상에 의한 충돌 회피 (우)로터리 방식의 충돌 회피

제조사가 같은 드론끼리는 통신이 가능한가요?
현재 드론에 탑재된 기존 통신 기술과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 통신 기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드론 통신은 WI-FI(와이파이), LTE,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UAAN)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많은 상용 드론들이 와이파이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드론을 제어하고 영상을 보내는데요. 드론 간 통신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충돌을 방지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유명한 드론 제조사도 드론을 눈에 보이는 거리 내에서만 조작하라고 권고합니다. 물론, 현재도 같은 제조사 드론들에 LTE 통신을 장착해서, 드론의 위치 정보를 회사 서버로 보내어 비행 관리를 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우, 충돌 회피는 지상의 서버가 책임져야 합니다. 다른 회사 드론과의 충돌 회피는 아예 불가능하고요. 그러나 국제표준 UAAN은 드론끼리 직접 통신하여 다른 드론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 LTE, UAAN 통신 개념 비교

각 통신 기술마다 통신 방법이 다르고 그에 따른 통신 품질에 차이가 있습니다. 드론을 ‘학생’에, 통신을 ‘서로 말을 알아듣는 것’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우선 통신은 한순간에 단말 하나에서만 이뤄져야만 합니다. 한순간에 학생 한 명만 말을 해야, 나머지가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동시에 통신하려고 하면 통신이 충돌합니다. 내용이 섞여 발언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와이파이 통신 환경은 초등학교 쉬는 시간과 비슷합니다. 질서 없이 아무나 무작위로 발언을 하죠. 따라서 멀리 있는 학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통신 충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는 통신 품질이 안 좋다는 뜻이고요.

LTE 통신 환경은 중학교 수업 시간과 같습니다. 선생님 역할을 수행하는 ‘기지국’이 학생들에게 순서를 정해주면서 발언 기회를 분배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 주도하에 한순간에 한 사람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멀리 있는 학생의 목소리도 잘 들을 수 있죠. 통신 충돌이 없으니 LTE에서는 통신 품질이 매우 좋습니다.

UAAN은 대학교 동아리 자율 토론과 같습니다. 선생님 역할을 하는 중재자는 없지만, 의견을 내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의 발언이 끝나면 손을 들고 차례로 얘기합니다. 발표가 끝나면 손을 내리고요. 선생님은 없지만 각자 질서를 지키기 때문에, 수강료를 내지 않고도 서로 한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UAAN은 LTE만큼 좋은 통신 품질을 제공하고, LTE와는 달리 통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우 혁신적이죠.

비유를 통해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UAAN은 통신 발전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UAAN 표준으로 ‘무인기 통신모델 및 요구사항’, ‘공유통신’, ‘제어통신’, ‘영상통신’ 기술이 제정되었는데요.
각 기술을 설명해 주세요.

공유통신은 드론·제어기 착륙장·드론 택시·헬기 등 저고도에서 운항하는 모빌리티를 모두 연결하는 통신 기술입니다. 모든 모빌리티가 서로를 인식하며 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고요. 3개 통신 기술 중 가장 핵심 기술입니다.

제어통신은 드론을 제어할 때 사용하는 통신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와이파이와 LTE로 제어통신을 했는데요. 와이파이는 통신 품질이 좋지 않아 쉽게 끊겼고, LTE 또한 고도가 높아지면 통신이 끊겼습니다. 우리 기술은 이를 극복한 통신 끊김(지연)이 없는 기술입니다.

영상통신은 드론이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제어기나 다른 수신기에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무인기 통신모델 및 요구사항은 공유통신, 제어통신, 영상통신에 사용되는 공통적인 통신 모델과 요구사항을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서 사용된 통신 모델은 ‘진화된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EVAN, Evolved Wireless Ad-hoc Network’)이라는 통신 시스템입니다.

EVAN은 무엇인가요?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Wireless Ad-hoc Network, WANET)’에서 진화한 기술입니다. 애드혹 네트워크는 기지국 없이 단말기끼리 통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인데요. 모바일 애드혹 네트워크, 스마트 애드혹 네트워크, 차량 애드혹 네트워크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상용화되지 못했습니다. 통신 충돌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단말이 이동할 때 통신이 끊기는 문제, 대규모 통신 환경에서 단말끼리 연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통신 시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비효율성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죠.

EVAN은 자원 할당을 위한 ‘톤 채널’을 도입해서 이 문제들을 전부 해결하는 기술입니다. 본래 기기 간 통신을 하려면 주파수가 필요합니다. 주파수는 정보가 다니는 도로인데요. 이 때문에 기기들이 통신을 위해 많은 도로 중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빈 도로를 찾아야 했습니다.

기존 애드혹 네트워크에서는, 누군가가 특정 도로를 사용하고 있으면 ‘지금 2번 도로를 제가 사용하고 있어요!’라고 음성 방송(패킷 전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방 팔방에서 무작위로 혹은 동시에 방송을 했죠. 결국 기기들이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빈 도로를 찾지 못합니다.

충돌이 문제되는 WANET 패킷 방식과 충돌을 허용하는 EVAN 톤 방식의 비교

그러나 EVAN의 톤 채널은 초록불만 있는 신호등 시스템입니다. 어떤 도로를 누군가 점거하고 있다면, 약속된 시간에 도로 앞 신호등을 켜는 것이죠. 여러 도로에 동시에 불이 켜져도 괜찮습니다. 도로가 어떤 상태든 불이 켜졌다는 것은 도로가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불이 켜지지 않은 도로만 찾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EVAN은 신호만 깜빡 켜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력을 매우 적게 소모하고, 전달하는 정보량도 적습니다. 또한 단순한 불빛(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성(패킷)에 비해서 통신 오류도 덜 발생합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EVAN이 유일한 초연결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는 무작위로 분산된 단말들이 형성하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통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에서는 통신 충돌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신 자원이 충돌하면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충돌을 허용하는 것만이 통신을 가능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모순이죠.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앞서 설명한 신호등 방식(톤 채널)입니다. 신호등이 여러 개 켜져도(신호가 충돌해도), 드론이 도로(자원)가 사용 중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즉, 톤 신호만이 유일하게 무선 신호 충돌을 허용하면서 원활한 통신을 지원하기 때문에, EVAN만이 유일한 초연결 통신 방법입니다.

이번 기술을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나요?

현재는 드론 분야의 통신 표준으로 제정되었지만, 다양한 산업으로까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EVAN을 구현한 ‘통신 모뎀’을 장착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연결이 가능합니다.

무인트랙터와 농약을 살포하는 드론

일상에서는 EVAN을 이용해 고객에게 마트 내 특정 상품까지 안내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에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손쉽게 주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에서는 스마트폰과 가전이 직접 연결되어 특별한 허브 없이도 집안 내 시스템 및 가정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고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관광 설명이나 음식 주문결재 방식 등을 자신의 모국어로 보고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농업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EVAN을 장착한 드론 여러 대를 이용해 농약을 살포하거나, 무인 농기계 간 자율 협력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호등·차량·보행자의 스마트 기기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도로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보행자 사고, 한밤중 발생하는 보행자 사고 등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재난 상황에서 EVAN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빨리 구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알려주세요.

이번 기술은 한국 산업의 큰 축이 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현재 이동 통신 기술의 발전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급격한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죠. 따라서 EVAN과 같은 분산 통신이 차세대 통신 기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분산 통신 분야에서 EVAN만이 유일하게 상용화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ETRI 차원에서 해당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여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은 UAAN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통신 모뎀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제가 이 연구를 2016년에 시작했습니다. ETRI 연구원으로서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늘 믿었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정진하여 세계 최초로 상용화 가능한 드론 통신 국제 표준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드론 분야를 기반으로 연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차량, 스마트폰, 가전, 상점, 공공기관, 병원 등 일상 속에서 EVAN 기술을 만날 수 있도록 기술을 상용화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