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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17

선명하고 빠르게,
분자의 순간들을 담아낼 영상 기술
진단치료기연구실 송동훈 박사

빛으로 물질 내 분자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펨토초 레이저 현미경.
일명 펨토초 레이저 기반 실시간 라만 분자 진동 영상기술(CARS)은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로 빛을 쏘는 레이저, 빛의 일부분을 모으고 굴절시켜 물체의 상을 만드는 고정밀 광학계,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간 비싸고 무거워서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이 기술이, 저렴하고 가볍지만 성능은 더 좋게 업그레이드 되어 세상에 공개됐다.
이 혁신을 발굴한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송동훈 박사를 만나 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스(CARS)라고 불리는 기술을 개발하셨습니다.
카스란 무엇인가요?

카스(CARS)는 Coherent Anti-Stokes Raman Scattering의 앞 글자를 딴 기술입니다.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진 결맞음 빛(광자) 두 개를 표적에 동시에 조사하여, 표적이 되는 분자의 진동에 따른 빛 주파수 차이를 영상화하는 기술인데요.

빛은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광자가 물질에 들어가면 자기 파장보다 작은 입자인 분자에 부딪히면서 빛이 흩어집니다. 이때 빛 에너지가 그대로 유지가 되면, 즉 파장이 변하지 않으면 이것을 탄성 산란 또는 레일리 산란이라고 부릅니다. 에너지가 바뀌게 되면 비탄성 산란 또는 라만 산란(Raman Scattering)이라고 하고요. 이 라만 산란은 광자가 에너지를 얻는 안티 스톡스(Anti-Stokes) 산란, 에너지를 잃는 스톡스 산란으로 나뉩니다.

모든 분자들은 각자 고유 진동 주파수를 가집니다. 이것을 라만 신호로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라만 신호로 분자 내부를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라만 산란은 천만 개의 분자 입자 중에서 단 한두 개 분자에만 일어납니다.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신호도 굉장히 작습니다. 카스는 이렇게 튕겨져서 나오는 한두 개의 비탄성 산란 신호 크기를 극대화시켜서 영상화해, 분자 구성 성분을 알아내는 기술입니다.

카스는 특정 분자를 염색하지 않고도 영상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 주로 생물학 분야, 특히 지질·세포 및 조직 내 분자 영상 기술에 많이 활용되는데요. 다만, 현재는 기초연구용으로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카스는 그간 무척 비싼 탓에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개발하신 기술이 기존 기술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카스는 1982년에 처음 학계에 소개되고 1990년대에 완성됐습니다. 그 이후로 글로벌 현미경 회사에서 카스를 판매 중인데요. 파급력이 큰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널리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비싸고, 크고,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카스에 반드시 필요한 펨토초 단위로 빛을 발생시키는 레이저 때문이기도 해요. 펨토초 레이저는 카스 기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기인데 굉장히 비싸거든요. 저희는 이 펨토초 레이저를 반도체 발광소자와 결합하여 싸고 작게 만들었습니다.

기존 카스는 시간적으로 동기화된 두 대의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합니다. 이 레이저는 다이오드 펌프 솔리드 스테이드 기반의 레이저 (DPSSL, diode-pumped solid-state laser)를 여기(펌프)광원으로 사용해 펨토초 레이저를 제작합니다. 이 DPSSL이 출력 와트(W) 당 천만 원 정도라, 펨토초 레이저가 5억 원대로 고가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게다가 현미경 회사에서 이런 펨토초 레이저를 구매한 뒤, 레이저 두 대와 현미경을 결합해 카스를 만드는 상황이라 장비 값이 약 15억 원 정도로 비쌌습니다.

연구진이 펨토초 레이저에 사용한 반도체 발광소자

그런데 저희는 DPSSL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반도체 발광소자(다이오드) 3~4개를 묶어 DPSSL만큼 여기(펌프) 출력이 나오도록 펨토초 레이저를 제작했습니다. 또한 기존 펨토초 레이저의 출력 스펙인 200 mW보다 강력한 1 W로 출력을 개선시키기도 했는데요. 다이오드 가격이 출력 W 당 수만 원에서 최대 수십만 원 정도라, 이를 이용해서 펨토초 레이저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레이저를 두 대 사용해야 했던 기존의 카스와 달리 레이저를 한 대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서, 기존 가격의 10분의 1정도인 약 수백만 원 정도에 카스를 상용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 대만 사용하는 기술은 어떻게 구현하신 건가요?

카스라는 기술은 앞서 설명했듯이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진 두 개의 광자(λ1, λ2)가 필요한 기술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게 된다면, 라만 산란 중 안티 스톡스 산란이 일어나질 않아요. 광자(λ1)는 펨토초 레이저에 나오는 빛을 사용했고, 나머지 광자(λ2)는 비선형 광섬유 파장 변환 기술을 사용해서 λ1 일부를 λ2로 변환하였습니다. 이건 저희 레이저의 출력이 충분히 높다 보니 가능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λ1 광자 2개, λ2 광자 1개를 중간에 시공간적으로 합쳐서 표적에 집속하여 안티 스톡스 광자(빛)를 만들어 표적 물질에 쏘는 것이죠. 기존의 카스는 레이저 출력이 약해 중간에 파장을 변경해 다른 광자를 만들어 낼 수 없으니, 애초에 다른 광자를 쏘는 두 대의 펨토초 레이저를 사용한 것이고요. 저희는 레이저 출력이 높아 빛 파장 변환이 가능해, 한 대만으로도 가능한 겁니다.

크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였나요?

저희가 사용한 다이오드가 지름이 약 9 mm 정도로 손톱보다 작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레이저 기기가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기존 펨토초 레이저는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레이저, 전원 공급장비인 파워 서플라이, 컨트롤러 등 여러 장비가 필요했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펨초토 레이저는 파워 서플라이 없이, 작은 보드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개발한 장비들을 합산하면 노트북 두 대 정도의 크기로, 기존 장비 크기의 수십 분의 1 정도만 차지하게 됩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펨토초 레이저 일부

개발하신 카스와 기존 기술 간 성능 차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스 장비에는 라만 신호를 잡아 분석한 물질 구조를 이미지로 나타내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이 기능을 레이저 스캐닝이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기존 카스 스캔 방식 갈바노-갈바노 방식보다 더 빠른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을 적용해 동일 시간 내 더 많은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두 개의 스캔 방식은 속도가 다릅니다. 여기서 스캔이란 레이저로 물체의 가로를 스캔해 얻은 가로에만 해당하는 분석 정보와 세로를 훑어서 얻은 세로 정보를 합쳐 사진 한 장, 즉 1프레임을 얻는 건데요. 갈바노-갈바노 방식은 이 과정에서 스캔 속도를 픽셀 하나하나 조절할 수 있습니다. 검출기에서 오는 신호가 약해도, 스캐너가 속도를 조절해가며 신호를 누적 받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은 가로나 세로 중 한 개 축만 속도를 조절하고요, 나머지 축 한 개는 빠르고 일정하게 왕복운동하도록 놔두는 겁니다. 그래서 빠르게 스캔할 수 있는 건데요. 저희는 더 높은 출력의 펨토초 레이저 덕에 검출기에 라만 신호가 강하게 잡혀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갈바노-갈바노의 경우에는 2프레임, 즉 1초에 2장만 출력이 가능했는데요.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은 7.5프레임까지 가능합니다. 해상 속도가 4배 더 좋으니 영상 끊김이 덜해지고, 기존 카스보다도 더 정확한 ‘실시간’ 단위로 분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또한 기존 외산 기술의 해상도 512x512 픽셀보다 4배 더 높은 해상도인 1024x1024 픽셀 해상도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가격은 더 저렴하게, 크기는 더 작게, 성능은 더 좋게 만든 이 현미경이 빨리 상용화가 되어야 하겠는데요. 만약 본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해당 기술의 기대효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극초기 단계의 질환 예방, 혈중 약물 농도 평가, 신약 개발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암 같은 경우도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요. 사실 암이라는 것은 정상세포에서 출발하다가, 어떤 요인에 의해 세포가 점점 비정상화되는 질병입니다. 그러면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넘어가는 그 중간단계가 있을 텐데, 현재 기술로는 이 중간단계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합니다.

지금은 환자의 조직을 떼어서 세포에 염색을 한 뒤, 그것을 광학 현미경으로 보며 세포가 악성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저희 기술을 이용하면, 의사들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는 조직 샘플 그 자체만으로 조직의 구성 성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샘플 연구가 더 고도화되면, 암세포로 변하기 전 정상세포의 변화를 확인해 암 예방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스

그렇다면 개발하신 기술로 실증도 진행하고 계시나요?

저희가 2년 동안 충남대병원 병리과 여민경 교수님과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충남대병원측에서 종양 조직과 정상 조직 샘플을 제공했고, 저희는 이 카스 장비를 이용해 영상과 분광 신호를 얻어 두 조직의 차이점을 분석했습니다.

카스 분광 스펙트럼

여기서 저희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평활근종 샘플을 분석한 표를 보시면, 원래는 이 세포가 노란색 바탕 범위 영역의 C(탄소)와 H(수소)로 구성되어 있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파란색 봉우리가 보이죠. 해당 세포가 정상이었다면 원래 이 파란색 신호가 없어야 합니다. 어떤 요인에 의해 분자 구성 성분이 바뀌었고, 그 신호를 카스 라만 신호로써 확인을 한 것입니다. 이건 세포 염색 후 육안상으로 세포의 정상/비정상을 가려내는 수준에서는 불가능하겠죠. 앞으로 임상 연구를 더 해야겠지만, 해당 기술로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까지 충분히 확인 가능한 상황입니다.

암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니, 정말 획기적입니다.

후속 연계 연구를 통해 조직별·부위별 구성 성분 분자 스펙트럼의 참고 기준을 찾아내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조직 검사 시 기준과 다른 분자 성분을 가진 비정상 세포를 바로 검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암이 걸리면 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최소화하거나, 약물로 병을 치료하면 좋지만 그게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외과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외과 수술로 ‘얼마나 떼내느냐’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의사들도 어디까지가 정상 세포고 어디까지가 비정상 세포인지 모르니, 얼마나 떼내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고요. 지금은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제거를 진행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외과 수술 트렌드는 이 외과 수술 부위가 ‘작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환자의 고통 때문이죠.

저희 목표이기도 합니다만, 해당 장비가 내시경 수준까지 고도화되고 상용화되면 미래에는 작은 펜 같은 형태로도 카스 장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신체에 바로 사용하며 분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술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암이 아니더라도 표피 안에 있는 이상 질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다면 다른 질병도 조기 진단이 가능하겠고요. 발병 전 이상 소견을 주는 데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카스가 기존에는 굉장히 비싸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상용화된 카스가 정부기관에 한 대만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병원, 연구기관, 중소기업 등에서 사용되면 좋은데 그런 여건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카스를 저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해당 기술이 필요했던 다른 기업들에게 충분히 보급을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장비 자체를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연구 일화가 있나요?

사실 이 카스 개발 전, 이광자 현미경을 개발했습니다. 이것 또한 6억 원 이상의 장비인데 여기에도 펨토초 레이저가 들어갑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다이오드로 펨토초 레이저를 만들어 값싼 이광자 현미경 개발에 우선적으로 성공한 뒤 카스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카스 연구 과제 기간이 임상 연구를 포함해 2년이었습니다. 임상 연구를 하려면 장비가 먼저 있어야 하니, 1년 안에 전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이광자 현미경에 사용된 펨토초 레이저와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을 카스에 바로 적용했습니다. 개발 후 기술을 검토하다 보니 선진 카스 연구그룹들은 전부 갈바노-갈바노 스캔 방식을 쓰더군요. 아무래도 기존 펨토초 레이저가 카스 전용이 아닌 범용이라 출력이 낮아, 스캔 속도를 늦춰 약한 라만신호를 누적함으로써 스캔이 가능한 갈바노-갈바노 방식을 선택했겠죠.

그래도 당시엔 아무도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으니 불안했습니다. 만약에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이 안된다면, 갈바노-갈바노 스캔 방식을 적용한 장비 개발을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뒤에 카스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데 놀랐습니다. 검출기의 픽셀당 획득 시간이 122 나노 초로, 기존 카스 획득 시간보다 훨씬 짧은데 영상이 잘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채택한 공진-갈바노 스캔 방식이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 같이 연구한 동료들과 함께 모두 감격했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카스를 획기적인 가격으로 만들었다.’라는 게 증명된 순간이라 굉장히 뿌듯했죠.

기술 개발에 큰 도약을 이뤄내셨지만, 말씀하신 바로 유추해 보니 앞으로 할 일도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연구 계획 등이 있으신가요?

카스에 사용된 펨토초 레이저 기술을 블루타일랩이라는 ETRI 연구소 기업에 기술 출자 형태로 이전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 국산화를 첫 번째 목표로 기술 개발에 들어갔는데요. 그런데 기술이 기업으로 넘어가 제품 안정화를 거쳐 상용화하기까지 약 3~5년 정도가 걸립니다. 이 시간을 당기고자 같이 카스 연구를 한 서홍석 박사와 함께 올해 11월까지 블루타일랩으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되었습니다. 6개월 이내 펨토초 레이저 상용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파견 근무 동안 제품 연구에 집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