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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16

첨단 기술의 핵심 동력,
리튬 이차전지의 미래
지능형센서연구실 이영기 책임연구원

스마트폰·태블릿 PC·전기 자동차 등 첨단 기술의 핵심엔 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즉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인 전지가 있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기기들에는 가볍고, 빠르게 충전되며, 반복해서 쓸 수 있는 리튬 이차전지가 사용된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리튬 이차전지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전기자동차용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핵심소재 및 공정기술』로 2022년 ETRI 대표성과 대상을 수상한
지능형센서연구실 이영기 책임연구원을 만나, 그가 개발한 기술부터 리튬 이차전지의 발전 방향까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박사님과 지능형센서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지능형센서연구실 이영기 책임연구원입니다. 지능형센서연구실은 28명의 연구자가 센서 팀과 이차전지 팀으로 나뉘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차전지 팀의 연구진들과 함께 차세대 이차전지의 소재부터 셀 설계와 시스템 적용까지 관련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ETRI 대표성과의 대상 부문에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리튬이차전지와 관련된 기술이 선정되었습니다.
먼저 리튬이차전지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리튬 이차전지는 모바일 IT 기기에서부터 전기자동차와 신재생 연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전지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기존 전지 대비 최대 6배 가까이 높고, 충방전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리튬이차전지의 어떤 부분을 개발하셨나요?

크게 두 종류의 기술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리튬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바인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분리막에 쓰이는 세라믹 코팅막용 바인더 기술과 음극에 쓰이는 바인더 기술입니다. 이 기술로 기존 리튬 이차전지의 안전성 강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전고체전지에 사용될 고체전해질을 막형태로 개발했습니다. 전고체전지는 현재 리튬 이차전지의 안정성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차세대 전지입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핵심기술이 고체전해질 기술입니다. 저는 이러한 고체전해질을 기존 리튬 이차전지의 분리막처럼 만들었습니다.

바인더는 무엇인가요?

먼저 전지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전지 내에는 구리로 만들어진 양극과 음극이 있습니다. 두 전극 사이에 분리막이라는 여러 구멍이 뚫린 얇은 플라스틱 필름이 있습니다. 그 전체를 액체 전해질이라는 물질이 채우고 있고요. 두 전극 사이의 전압 차에 의해 전극 안 리튬 이온이 액체 전해질이 채워진 분리막을 통과하여 반대 전극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외부 도선을 통해 전류가 흐릅니다.

현재 이차전지의 전해질은 불이 쉽게 나는 액체 소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플라스틱 분리막이 찢어지면 두 전극이 붙어버리면서 엄청난 전류가 흐르게 되고 순간적으로 열이 올라가 폭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분리막이 점점 얇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막을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지, 내용물을 더 넣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분리막을 보호하기 위해 막의 양 바깥에 세라믹, 즉 돌가루 층을 촘촘하게 코팅을 합니다. 이 돌가루를 플라스틱 막에 붙이는 데 사용하는 접착제를 바인더라고 합니다.

또 이 접착제가 양쪽 전극에도 필요합니다. 구리로 만들어진 두 개의 전극 사이에서 이온이 왔다 갔다 할 때 에너지를 잠시 저장해 둘 저장고가 필요한데요. 이 저장고를 활물질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막 돌아다니면 안 되겠죠. 그래서 이 활물질을 구리 판위에 붙일 때 바인더를 사용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구리판이 극판이라는 필름이 됩니다.

개발하신 기술이 기존의 바인더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우선 기존의 바인더는 n-메틸피롤리돈(NMP)이라고 하는 독성물질에 녹도록 생산됐습니다. 저희는 NMP에 녹는 바인더가 아닌, 물에 녹는 바인더를 셀룰로스라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게 된 특정 배경이 있나요?

환경적, 정치적인 상황이 맞물려 있습니다. 우선 기존의 바인더는 몸에 좋지 않은 물질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환경 규제 물질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해당 물질을 활용할 공장은 현지에 설립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요새는 ESG 경영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기존의 유기물질을 이용한 바인더 기술을 고집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한, 원래 바인더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였습니다. 바인더 자체가 굉장히 저렴하다 보니 바인더를 잘 만드는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국내 셀 제조사 입장에서는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바인더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됐습니다. 만약 일본이 전면적으로 수입을 금지한다면 국내 전지 산업에 타격이 있겠죠.

동시에 최근 미국이 ‘중국산 소재를 쓰기만 해도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규제도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바인더도 저가화 경쟁 논리에 의해 중국산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생긴 규제였는데요. 결국, 환경적인 이유로나 정책적인 이유로나 기술 독립을 해야 했던 상황이라 그렇게 국내 생산 기술에 대한 요구가 생겼습니다. 이에 맞춰 연구 개발을 시작한 겁니다.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런데 기존 리튬 이차전지에는 안전성 문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기술이 리튬 이차전지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나요?

근본적인 안전성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만, 안전성 기능을 강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바인더를 포함해서 언젠가 양극 바인더까지 전부 수계로 대체가 되더라도 안전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리튬 이온 자체가 물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리튬을 사용하려면 불이 쉽게 나는 유기 용액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리튬 이차전지의 안전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는 방법은 없나요?

저희가 개발한 또 다른 기술인 고체전해질막 기술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안전성 문제를 혁신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불연성의 고체로 제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체 형태의 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를 전고체전지라고 합니다. 이는 대표적인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기술 중 하나이고요.

저희는 고분자로 제조된 얇은 막에 규칙적인 구멍을 뚫어 양면에 고체전해질층을 코팅해 고체전해질막을 개발했습니다. 이 상태에서도 리튬이온이 쉽게 이동할 수 있고요. 따라서 액체 전해질처럼 인화성 액체로 인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나 내부에서 발화되더라도, 굉장히 느리게 탈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이 고체전해질막은 기존의 리튬 이차전지 제조공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어질 연구의 최종 목표는 국내 기술로 전고체전지를 개발하는 것일 듯합니다.

맞습니다. 전고체전지가 완전히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기존 리튬 이차전지의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바인더 기술을 개발한 것이고요. 최종적으로는 완전한 전고체전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전고체전지의 경우,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전환하는 데는 일부 성공했지만 해결해야 할 것이 아직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전해질이 액체인 경우에는 이온이 자유롭게 이동해서 이동속도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전해질이 고체가 되니 이온이 이동할 때 저항이 굉장히 커져 이온 이동의 속도가 매우 느려졌습니다. 또한 전극과 고체전해질 간의 물리적인 접촉저항이 생겨 충전이 잘 안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현재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개발하고자 하는 최종 7단계의 기술 로드맵 중 3단계 정도입니다. 말씀드린 문제를 해결하는 등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기에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들은 앞으로 어디에 적용될까요?

기존의 액체 전해질 기반 전지는 기본적으로 폭발 발화성과 같은 문제점이 컸어요. 그래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붙어 전지가 크고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개발한 기술들을 잘 접목한 차세대 이차전지가 개발되면 전지의 부피와 무게도 동시에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동일한 부피와 중량 대비 에너지 저장 능력을 더 많이 향상시킬 수 있겠죠.

이렇게 이차전지의 안전성이 보장되면 응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해집니다. 예를 들어, 인체에 더 밀접하게 접촉하거나 인체 속에 삽입하는 기기 등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일 수 있겠고요. 그런 관점에서 이 기술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부터 시작해서 모바일 IT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점진적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기차 전지에 적용이 돼서 주행거리 향상과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2022년도 ETRI 성과 8개 기술로 뽑힌 소감과 함께, 새롭게 설정하신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2001년에 입사하기 전, 리튬 이차전지 소재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6년 반을 공부했습니다. 입사하고서 운이 좋게도 전공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만, 학위를 받은 제 수준과 기술의 개발 간에는 큰 간격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입사 후 10년 정도 되니, 겨우 기술 개발에 조금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런 숙성의 시간을 통해 나머지 12년간은 정말 신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거의 30년 넘게 이 분야에 몸담을 수 있었던 제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연구 테마를 2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연구원 측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크고요. 이제, 제 나이가 딱 지천명입니다. 앞으로 ETRI에서 남은 기간 동안 지금처럼 행복하게 같은 분야에서 묵묵하게 일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