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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64 November 2020   

Focus On ICT

콘텐츠 기술과 생활의 편의성

생활 속 ICT 이야기

  • 10년 넘는
    가상현실 기술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한 층 진화된 콘텐츠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비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래픽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기술은 VR이다. 국내 연구진이 오래전부터 VR 기술을 연구해오면서 각 분야에 접목하는 여러 시도 덕분에 우리 삶에 더욱 빠르게 녹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ETRI는 10여 년 전, 대형선박 건조를 위해 도장공 교육이 필요하다는 기술 의뢰를 받은 바 있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도장 작업도 선박의 부식을 막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특성상 면적이 넓고 골고루 바르기가 어려워 자칫 잘못 도포를 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 연구진은 얇게, 골고루, 일관성 있는 페인트칠을 할 수 있도록 도장 훈련을 할 수 있는 콘텐츠 기술을 개발해 선박회사 교육에 톡톡히 활용했다.

    이처럼 연구진은 기존 조선소의 도장공, 직업전문학교의 기능공, 대학교의 관련 학과 전공자들은 페인트를 이용한 도장 실습 시 각종 유해가스 및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ETRI는 이러한 어려움을 풀고자 3차원으로 실제 환경과 동일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가상훈련 시스템을 개발해 간편한 실습 환경을 마련했다.

    ETRI가 기술개발에 성공한 선박도장 훈련용 시뮬레이터는 평면작업 가로작업 세로선반 바닥앵글 바닥앵글 스티프터(보강재) 천장앵글 천장앵글 스티프너 벽면앵글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페인트 실습이 가능하고 도포된 페인트 두께도 실시간으로 계산하면서 측정할 수 있다. 스프레이 패턴 또한 벽면에 실제 칠해지는 것과 느낌이 유사하고 손을 움직이는 대로 스피드가 나오는 실시간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색이나 분사 형태를 바꾸는 팁(Tip) 변경, 페이트가 흘러내리는 정도를 알아내는 새깅(Sagging)측정도 가능했다.

    당시 ETRI가 개발한 기술은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보가전 등 제조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어 일찌감치 가상현실 기술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

  • 01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실감형 소방훈련
    VR 시뮬레이터 주요 기능

    02

    HMD 착용자를 가상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으로
    구현해주는 기술 시연 모습

  • VR 기술로
    실감형 소방훈련

  • 선박도장 시뮬레이션 개발 후 13년이 지난 현재 ETRI는 더욱 진화한 VR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개발한 실감 소방 훈련용 VR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방관을 위해 개발한 화재 진압용 VR 훈련 기술은 소방관이 방화복을 입고 실제 불이 난 현장에서 진화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실감 나는 소방 훈련을 가능케 한다. 기존 훈련은 대부분 화재현장 지형물을 지도로 본 뒤 소방 절차를 숙지하고 PC 환경에서 게임을 하는 이론 중심이었다.

    이번 개발된 ‘실감소방훈련 시뮬레이터’는 첨단 VR 기술이 집약된 기기로 완전 몰입 체험형 콘텐츠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션 시뮬레이터 기술 현장 실감 체험을 지원하는 다중 감각 인터페이스 기술 소방관 참여로 개발된 실감형 훈련 콘텐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본 시뮬레이터는 가변형 모션 체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해 가상 공간에서도 경사를 오르내리고 상하로 움직일 수 있다.

    이로써 눈앞의 화재현장에서 소방호스를 들고 불을 끄며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화재 진압 도중 시설물이 마치 화재현장처럼 무너져 내리듯 바닥이 흔들리기도 한다. 소방호스 등 체감형 소방 도구들은 실제 화재 도구와 같이 뜨거워지는 센서 기술까지 접목했다. 10여 년 전 개발한 기술보다 훨씬 현장감 있고 디테일한 기술로 진화한 셈이다. 이제는 소방관들이 실질적 화재현장을 몸으로 익히게 돼 화재 대응력 향상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 포스트 코로나19 때
    더욱 빛날 VR

  • 이 같은 VR 기술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훈련이나 체험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앞서 언급한 도장 훈련이나 실감 소방 훈련 모두 기술을 고도화하면 사용자들이 시공간 제약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동시에 훈련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VR 기술이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 콘텐츠 특성상 VR은 맨 눈으로 즐기기 어려워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해야 한다. 보조 장치를 착용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 많지만 가장 큰 단점은 VR 사용 시 멀미가 심하게 나서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직 멀미가 왜 나타나는지 원인도 명확하기 규명하지 못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ETRI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VR 멀미가 왜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기계학습 등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요인들 간 정량적인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시도다. 실제로 500여 명의 임상 실험을 통해 VR 멀미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사용자별 특성들을 반영하여 멀미 예측을 위한 SW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진의 기술은 게임 회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멀미 저감을 바로 확인하는데 쓰이기도 했다. VR기술 자체 기술력을 연구한 내공을 인정받아 연구진의 멀미도 분석 및 예측 방법은 국제표준 제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VR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확장하고 VR 기술력 자체까지 아우르는 연구를 통해 VR 기술은 머지않아 우리 삶에 더욱 와닿게 될 것이다. 펜데믹 장기화 시대에 진정한 언택트 기술로 국내 연구진의 기술이 기반이 되어 인류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03

    실감형 소방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ETRI 연구진

  •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