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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64 November 2020   

special

불필요한 접촉은 줄이고
안전한 생활 환경을 만드는 기술

  • 터치리스 경제 도래의
    신호탄

  •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빠지자 인류는 평범한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바이러스를 옮길지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악수 같은 비즈니스 예절, 하이파이브와 같은 친밀함을 나타내는 행동은 물론, 승강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문을 여닫는 일,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까지 모두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됐다. 이런 세상에 호출된 기술이 바로 ‘비접촉 터치리스(Touchless)’ 기술이다. 물건이나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공유 표면을 만지지 않음으로써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기술이다. 안전한 생활 환경을 만드는 비접촉 터치리스 기술을 함께 알아보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방역 모범사례가 됐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수칙 실천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생활 방역에 힘써 해외와 달리 확진자 수가 폭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영향력이 여전히 막대하다. 특히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보여도 무증상 감염 사례도 여럿 보고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형성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모바일 이동식 주유소’가 등장했다. 스타트업 기업인 부스터 퓨얼즈(Booster Fuels)는 주유소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모바일 주유소를 만들었다. 운전자가 주유소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했던 기존 주유소와 달리, 주유 차량이 운전자의 위치로 와 직접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은 인근 쇼핑몰 주차장이나 페이스북, 오라클, 이베이 등 세계적인 실리콘벨리 기업 주차장을 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중 하나가 바로 주유소 가스 펌프 핸들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부스터 퓨얼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가스 펌프 핸들의 71%가 전염병의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오염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손에 대한 위생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출입하거나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비접촉 기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극단적으로 접촉을 줄이는 터치리스 경제(Touchless Economy)로 향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 01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형성된 ‘비접촉 터치리스(Touchless)’ 기술

  • 생체인식 기술,
    터치리스 경제의 기반

  • 생체인식 기술은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신체의 특징을 기반으로 하는 인증 방식이다. 이 기술은 기존에도 사용돼왔지만, 높은 구축 비용으로 최신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를 꺼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수가 공유하고 사용하는 물품이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고 손으로 조작할 필요 없는 비대면 터치리스 기술에 관심이 커지면서 생체인식 기술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이미지 처리 기반 생체인식 기술은 복제가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지문인식의 경우 터치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을 때는 이러한 편의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안면인식 기술’이다. 기존 안면인식 기술은 눈, 콧구멍, 입, 광대뼈 돌출 등 외관적인 요소를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통환 혈관 내 피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열점을 인식해 개인을 구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또 뼈와 근육, 혈관, 손가락, 체지방, 걸음걸이, 음성 등을 분석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도입되는 자동문에도 보안과 안전을 지키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다. 과거 자동문이 단순하게 움직임을 감지해 문을 여닫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가령 미국 BOON EDAM에서 제공하는 터치리스 게이트 솔루션은 한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안면인식, 동작 인식, 블루투스, 음성인식 기능을 모두 사용해 번거로운 절차나 기다림 없이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애플도 동작 인식으로 PC를 제어하는 기술,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정맥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고 마스크를 써도 정맥 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국내 카드사도 손바닥 정맥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핸드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결제를 위해 단말기에 직접 손이나 손바닥을 대지 않아도 된다. 근적외선 센서만으로 본인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 기존 카드 결제방식보다 위생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 더 고도화되고
    섬세해지는
    습도센서

  • 습도 센서는 습도에 따라 변화하며 전기 신호 출력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감지하는 센서다. 습도 센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니터 스크린 등 터치형 제품이나 전자기기 방수 기능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ETRI는 습도센서에 터치리스를 적용했다. 생체인식을 위해 습도센서를 사용하면서 접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고감도를 보여주는 센서를 개발한 덕분이다. 본 기술을 적용하면 승강기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1cm 근처까지 손가락을 갖다 대면, 습도 센서가 이를 인식해 승강기 버튼을 작동시켜준다. 위생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터치리스 생체인식 솔루션의 좋은 사례다.

    ETRI가 개발한 습도 센서의 감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66.000% 이상으로 기존 센서보다 660배 이상 뛰어나다. 감지 시간도 0.5초로 5~6초씩 걸리는 기존 상용 센서보다 12배 빠르다. 이에 따라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농작물 관리 스마트 팜 등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산업용 전자기기, 원전 계통내 방사선 센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술들이 사회 곳곳에 적용되면, 접촉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첨단 기술을 내놓은 기업과 기관들은 다양한 제품에 이를 접목시켜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일조하고 있으며, 터치리스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편의성과 보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비대면 터치리스 기술과 생체인식 기술 고도화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 02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의 구조를 설명한 CG

    03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를 엘리베이터 버튼에
    적용해 직접 접촉 없이도 버튼이 작동함을 보이는
    시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