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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나름대로 꽃피워라, 그대만의 인생에서.

“매미야, 한 여름동안 너의 바이올린 연주가 없었다면 난 흥겹게 일하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 내가 수확한 양식의 일부는 너의 몫이란다. 내년에는 열심히 일하는 나를 위해 춤을 춰줄 수 있겠니?“
개미는 이렇게 말하며 매미에게 자신의 양식을 기꺼이 나눠주었다.

대전문화재단 박찬인 대표이사가 들려준 라 퐁텐의 우화 ‘개미와 매미’다.
실은 베짱이가 아닌 매미고,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솝우화의 줄거리와도 다르다.

고유한 재능을 살려서 삶의 수단으로 만들고 즐기며 사는 매미의 인생을 추구해온 그가
지난 달 대전문화재단 제4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나름대로 꽃 피운 그의 인생은 어떤 색과 향기를 지녔을까.
꽃피는 4월의 봄날, 박찬인 대표이사를 만났다.

반갑습니다. 대전문화재단 제4대 대표이사 박찬인입니다.

대한민국 IT융합연구를 선도하는 ETRI 여러분, 과학의 도시 대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분들과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쁩니다.
대전은 ‘과학’이라는 훌륭한 자원과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여 문화와 접목시킬때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면에서 재단의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과학자분들과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살맛나는 대전을 위한 문화행정

재단이 설립 6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에는 새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대전문화재단의 새로운 5년을 열어나가겠습니다.

우선 국내외적으로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대전문학관, 전통나래관 등 문화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객을 늘려서 시민 생활 속으로 파고들겠습니다. 지역의 각 대학 관련기관이나 사업단, 공공기관 등과 MOU 체결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가족동행프로젝트, 마을합창단 운영 및 생활예술활동지원,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통하여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생활문화를 꽃피우는 데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대전 문화의 척도가 곧 대전의 정체성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 봅니다. 대전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개성있는 우리지역만의 멋과 맛을 찾고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세울 생각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일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예술인과 전문예술단체들의 창조적인 예술 활동이 많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이들이 열심히 활동하려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야겠죠.

예술가 지원의 수혜자는 단지 예술인과 예술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물이 차면 넘치듯,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열심히 할수록 시민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시민들의 삶의 질도 함께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학의 대중화에 이어 예술의 대중화

예술가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유럽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과학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필수 교양으로 인식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과학의 대중화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학의 대중화에 이어서 예술의 대중화도 비껴갈 수 없는 흐름입니다. 예술도 과학과 다를 바 없이 우리 삶과 긴밀한 관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을 과거와 같은 단순한 향유자 또는 소비자로만 바라보는 인식을 벗어나서 예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체자로 보고 시민들을 더 폭넓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전의 자원과 환경을 활용한 지속가능하고 사업, 예산이 적게 드는 예술문화 행사도 발굴 할 것입니다. 시민들도 그런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에 참여해서 시민이 중심이 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유성 온천문화 축제시기가 이팝나무 꽃이 피는 시기인데, 이런 때 니스 카니발의 꽃차 행진(bataille des fleurs/바타이 데 플뢰르) 같은 걸 도입하면 멋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 모두가 즐겁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 프로젝트 사업

‘사이언스 페스티벌’이나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이 가지고 있는 장점중의 하나인 ‘과학자원’을 예술과 접목시킨 융복합 프로젝트입니다. 과학 안에는 IT도 당연히 포함되고 지금까지 아티언스 프로젝트에서 시도해 온 많은 실험적인 작품들 속에 이미, 정보통신 기술적 요소가 많이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언스를 시작한지 횟수로 5년차입니다. 지난 2011년 12월에 첫발을 내딛었고 매해 꾸준히 발전해서 성장한 결과 이제 조금 ‘아티언스 대전’이라는 사업의 인지도가 서서히 알려지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는 시민들도 조금씩 늘고 있고요. 또 대덕연구단지내에 계시는 많은 과학자 분들도 흥미로워하시고, 기대감도 크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국내의 어느 도시도 쫓아올 수 없는 대전의 유일한 분야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인 만큼 이 아이템을 내실 있게 키워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입니다.

인문학이 뿌리라면 과학은 열매

IT기술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 생각의 방식, 삶의 방식, 관계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엄청난 속도의 발전으로 세상을 변화시켰지요. 언뜻 문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 다른 대척점에 있다고 보이지만 과학도 문화도 모두 인간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면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추구하고 발전시켜 가야할 것들입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2012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진짜 사람과 이야기해야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기계만 들여다보지 말고, 인간끼리 만나 접촉하고 사유해야 한다는 의미 일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이 커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하는 말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대전문화재단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시고, 즐기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좋은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작품, 춤, 그림, 공연 등 무엇보다 지역에서 펼쳐지는 활동에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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