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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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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에 하루는 기쁨이 ‘모락모락’
도심 속 북적북적한 민속 장터

매달 4와 9로 끝나는 날짜에 열리는 모란민속장은 전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오일장이다. 상인회에 등록된 상인들 수만 1,000여 명, 타지에서 온 상인들까지 포함하면 1,500명이 훨씬 넘는다. 장날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이 약재, 수산물, 화훼 등을 늘어놓고 저마다의 구수한 사투리로 행인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여념이 없다.

모란민속장이 처음 생긴 건 1962년 경이다. 황무지였던 이곳을 개간하면서 마을이 들어섰고,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과 구입을 위해 열린 장터가 모란민속장의 시초이다. 그 후 1980년대부터 모란민속장이 ‘도심 속 재래시장’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사러 오는 사람도, 팔러 오는 사람도 당연히 늘어났을 터. 아닌 게 아니라 규모나 상품의 종류 면에서 다른 재래시장보다 압도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장터만의 시끌벅적함은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모란민속장은 상품에 따라 구역이 잘 나누어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훼부, 잡곡부, 약초부, 의류부, 잡화부, 생선부, 야채부, 음식부, 고추부, 애견부, 가금부, 신발부, 기타부로 13구역이 반듯하게 구분돼 있어 장보기가 한결 수월하다.
다양한 볼거리

평일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동서로 길게 펼쳐진 장터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친다. 물건을 팔러 온 사람들, 사러 온 사람들, 그저 눈요기나 하러 찾아온 사람들까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북적거리는 인파들 틈을 비집고 온갖 신기한 잡동사니를 구경하노라면 절로 흥이 돋는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까지 더해져 시장 분위기를 한층 북돋운다.

모란민속장에는 자루에 가득 담긴 곡물, 소쿠리에서 빠져 나와 퍼덕거리는 메기,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싱싱한 활어, 노랗게 잘 익은 모과, 왠지 몸에 좋을 것 같은 한약재까지 없는 게 없다. 이만하면 모란민속장은 ‘길거리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하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 저마다 손에는 까만 봉지를 하나 둘 씩 들고 있지만, 눈은 뭔가 부족한 듯 가지런히 진열된 물건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모란민속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름골목’은 TV나 잡지에 소개됐을 만큼 유명하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곳이 기름골목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참기름, 들기름, 고추기름, 살구씨기름, 홍화씨기름 등 기름이라는 기름들은 다 모아 놓았다. 40여 곳이 넘는 기름집은 대부분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대를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 서로 사돈을 맺은 집도 있고, 형제, 자매, 사촌끼리 이웃하며 장사를 하는 곳도 한 두 집들이 아니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운영을 하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 또한 수십 년 지기 단골들이다. 장날이면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고소한 깨를 쏟아낸다.
풍성한 먹거리

시장도 둘러봤으니, 다양한 먹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법. 먹거리 코너에는 돼지껍질·순대국밥·개장국·호박죽·팥죽·우묵·칼국수 등 냄새부터가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로 넘쳐난다.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 안에는 모란민속장 특유의 손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모란민속장에서 가장 손꼽히는 먹거리는 국물이 시원한 손칼국수이다. 즉석에서 반죽을 하고 밀대로 밀어 숭숭 썰어내기 때문에 더욱 맛이 좋다. 다시마, 멸치 등 갖가지 재료를 넣고 우려낸 국물에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넣어 먹으면 얼큰한 맛이 제대로인 칼국수를 맛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마솥에 통째로 닭 한 마리를 넣고 튀긴 옛날통닭도 모란민속장만의 특별한 먹거리. 포장을 해서 가져갈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갓 튀긴 통닭과 함께 맥주를 즐기는 것이 시장통의 매력!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벌써 맥주와 함께 치맥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여럿 보인다. 이밖에도 핫도그, 꽈배기, 야채호떡, 구운 옥수수, 녹두전 같은 각종 군것질 거리가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면서 걸었다.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하니 상인들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다. “이건 뭐예요? 얼마예요?” 정겹고, 따뜻한 풍경들이 상인과 오가는 대화 속에서 이어졌다. 이미 도심에 자리 잡은 많은 대형마트 속에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정겨운 시장의 풍경을 언제 찾아가도 계속해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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