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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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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청춘의 열정을 쏟은 ETRI

반갑습니다. 한국외대 홍진표 교수입니다.

현재 교직에서 활동을 하면서 후학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전자정부통신망포럼 좌장, 스마트ICT포럼 의장으로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1983년 ETRI에 입사해 열정과 젊음을 바쳐 연구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ETRI는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발전을 이끈 핵심 조직입니다. ETRI 출신으로서 ETRI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성장하고 있어 무척 뿌듯합니다. 더 나아가 ETRI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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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퇴직 후에 199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정보통신공학과를 새롭게 창설했어요. 시대에 부응하는 정보통신 교과과정을 신설하고,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말이죠. 신설학과이다 보니 졸업생이 나오는 데만 7년이 걸렸었고, 초기에는 교수들이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고생을 감수했죠. 1996년 부설 연구소를 창설하고, 2000년 공과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외대에 공과대학 정착을 위해 이바지 했습니다.
교수 초기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초빙연구원으로 잠시 겸임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시내전화사업을 경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 얘기를 듣고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반응했어요. 그런데 시내 전화 사업을 경쟁시키자, 빠르게 ADSL이 집집마다 보급됐어요. 그야말로 ‘경쟁’이 만들어 낸 긍정 효과였죠. 이밖에도 통신위원회 전문위원을 오랫동안 맡아왔고,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 OSIA 회장과 한국정보과학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한편 KRnet 프로그램위원장, 운영위원장, 조직위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큰 Conference로 성장시켰죠. 그 밖에도 한국정보과학회에서 논문지 편집위원장과 학술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SWCS(Software Convergence Symposium)을 출범, 모바일응용 및 시스템연구회와 국방SW연구회를 창설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점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엄마를 위해’ 공부하던 습관이 대학으로 와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목표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사회는 학생들이 희망한다고 해서 순순히 취직을 시켜주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가 학생들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선은 기본적으로 ‘습관’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전공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며,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습관과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내가 장차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해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일을 하면서 모르는 것은 스스로 찾아보며 습득하고, 일 외적인 것들에도 다양하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면, 스스로도 바뀔 것이며, 주위의 사람들이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웃음). ETRI에서 11년 반 정도 근무하면서 제 스스로 발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장 때가 ETRI시절의 ‘꽃’

처음 ETRI에서 시작한 연구는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ETRI와 KAIST 사이를 네트워킹하고 우리나라 인터넷 효시인 SDN의 구축과 운영을 담당했어요. 그리고 한글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한글 VI editor ‘hvi’를 개발해 대학과 기관에 무상으로 보급함으로 한글문서의 편집과 e-mail 소통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ITU-T 표준 통신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CHILL compiler를 개발해 TDX-10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해 PCS 교환기 개발과 함께, 삼성전자 등 4개 교환기 개발업체에 기술이전을 했어요. 그때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소프트웨어개발환경연구실장으로 있을 때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죠. 이전엔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어요.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도 저희 손에서 모두 개발됐죠.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의 자립과 제품의 개발, 상용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35세에 종합정보통신망연구부(후 지능망연구부) 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No.7 신호망과 지능망 서비스 개발, 15년간의 중장기 기술발전전략 등 연구 사업을 완수했고, ETRI 선임 부서장이란 이유로 정부 정책기획에 부름을 받았죠.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 수립, 통신사업자 구조조정 같은 굵직한 정책 마련 기회는 엔지니어로서 갖기 힘든 소중한 기회였죠.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조직인 표준연구센터장을 맡았지요.
사실, ETRI 재직시절 연구실장 때가 ‘꽃’이었어요. 같이 일했었던 연구원들 중 아직까지 ETRI에 남아있는 분들도 있고, 교수나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죠.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때 우리가 진정으로 정보통신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그 결과 의미 있는 업적을 만들었다’고 회고하면서 말이죠.

ETRI에 바란다

ETRI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기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산업계나 정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마련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력투입이 필요합니다. 대형프로젝트와 Long-term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있어 과제 책임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ETRI 내부에서도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 개발에 전념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매년 수업에 있어 변화와 발전을 시도하며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후학 양성을 위하여 열정을 쏟을 것입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들에 더욱 열심히 정진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저의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사회에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을지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함으로써 저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부터 등산을 시작하여 체중도 어느 정도 감량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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