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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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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물길 따라 펼쳐지는 행복길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학습 공간

2000년대 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웰빙(well-being)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등장하여 붐을 일으켰으며,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지친 마음의 치유에 더 관심을 두는 ‘힐링(healing)’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러한 ’웰빙’과 ‘힐링’에 이어 더욱 진보한 라이프스타일로 최근 등장한 개념이 바로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이다. 이는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자연환경까지 보호하려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모티브로 대전광역시 대덕구에서 조성한 둘레길로, 금강의 자연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그 속에서 시민들이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대청댐에서 시작해 신탄진 용정초등학교까지 약 8.8km에 이르는 해피로드는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강(錦江)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조성된 공원과 다양한 문화시설이 더해진 ‘명품 로드’이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수면에 비친 산과 나무 그리고 물새를 감상할 수 있고, 신탄진부터 대청댐까지 금강변을 따라 조성된 수변 데크와 자전거길 및 각종 공원 등이 있어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공원에서 누리는 휴식과 낭만

트레킹은 주차공간이 넓은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은 143,386㎡ 규모의 자연생태공원으로,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다. 잔디광장, 조망언덕, 파고라, 포토존과 농구장, 배구장 등 운동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대청공원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40여 종 49,711본의 나무가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다솜길 미로원’에는 다량의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측백나무 3천여 그루가 있어서 힐링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메타세콰이어 산책로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나무 사이를 걸으며 여유롭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대청공원에 자리한 대청댐 물문화관은 꼭 한번 들러볼만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수자원과 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대청댐 건설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은 물론, 대청댐 건설로 생활터전을 잃은 대청호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기록되어 있어 대청댐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1980년에 준공된 대청댐은 총 저수용량 14억9천만 톤으로, 대전과 청주, 천안을 비롯한 충청지역은 물론 전북 일부지역에까지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홍수조절, 전기생산 등 매우 중요한 국가기간시설이다.

대청댐 위에서 산과 강이 그려놓은 아름다운 곡선에 시선을 주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이러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정려각·죽림정·신흥사 등 역사현장 속으로···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수변데크가 시작된다. 용정초등학교까지 이어진 수변데크길을 따라 금강과 대청호의 수려한 풍경이 내내 이어지고, 운이 좋으면 물을 차고 비상하는 백로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은 물속에 반쯤 잠겨있는 왕 버드나무 군락의 모습이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역린’의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던 이곳은 특히나 일출과 일몰 때 눈부신 햇살과 아스라한 물안개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왕 버드나무 군락을 지나 용정초등학교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면 차윤주·차윤도 정려각이 보인다. 두 그루의 소나무를 곁에 둔 정려각은 조선 정조 때 회덕 미호리에 살았던 차윤주, 차윤도 형제의 지극한 효행이 훗날 조정에 알려져 고종 28년(1891)에 건립된 것으로, 목조 건물 안에 이들의 효행을 기록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밖에도 해피로드 곳곳에 명소들이 있다. 진주강씨 종형제 12명이 시문을 논하고 학문을 닦았던 죽림정, 미타참법의 절차를 수록한 예념미타도량참법(보물 제1165호)이 소장되어 있는 신흥사, 그리고 대전시기념물인 용호동 구석기 유적지가 있는데, 특히 이 유적은 대전지역에 약 10만 년 전부터 구석기인이 살았다는 증거로, 구석기시대의 생활상과 동북아시아 구석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는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요즘처럼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구불구불 이어진 길 위로 노란 은행잎이 쌓여 낭만을 더한다. 성미 급한 가을이 서둘러 지나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길을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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