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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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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로운 항해를 위한 출발, ETRI의 재도약을 응원합니다

Q. 먼저 웹진 독자와 ETRI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씀과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TRI 웹진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2004년 한국과학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한양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몇 년 전부터는 모든 현직에서 물러나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하는 게 많은데, 4~5년 전부터 일본어를 배우고 있고 취미로 가곡과 팝송도 배우고 있습니다. 운동 삼아 동네를 걷거나 피트니스 클럽에도 나가지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은 태국에서 지내곤 하는데 올 겨울에도 태국에 가있다가 얼마 전에 들어왔어요. 이제 곧 봄이 돌아올 테니 또 여기저기 열심히 다녀야지요.

Q. 특히 뿌듯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전자기술연구소장 시절 대통령 내외가 32K ROM, 64K ROM을 시험생산 성공보고를 받기 위해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는 헬기를 타고 올 예정이었는데 비 때문에 갑자기 특별열차로 오시게 됐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앞에서 시연을 했지요. 직접 현미경으로 반도체칩을 관찰하시고는 칭찬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사실 당시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대통령께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주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시절에 유도탄 개발사업을 맡았던 일도 많이 생각이 나는데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서해안에서 우리가 개발한 지대지 유도탄을 성공적으로 시연발사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고 보면 유도탄처럼 커다란 기술에서부터 반도체처럼 미세한 기술까지 다 해봤다는 게 연구자로서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요즘도 국방과학연구소나 ETRI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만나곤 하는데, 옛날에 함께 고생했던 얘기들을 나누다보면 연구소 시절 추억이 참 많았구나 생각이 들고, 저를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큰 보람으로 느껴집니다.

Q.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자서전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자서전은 한 권의 책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기에 느끼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자서전을 읽고 있고,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여성 지도자의 자서전을 많이 읽었습니다.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자서전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극빈국이던 싱가포르를 번영시킨 훌륭한 지도자 리콴유의 생애를 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ETRI에 있는 후배들은 최신 정보를 입수하고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기에도 바빠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할 거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도자로 일어선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음으로써 도전과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Q. ETRI 재임시절 기억에 남는 일들에 대해 들려주세요.

돌이켜보면 ETRI 초창기 굵직굵직한 터닝 포인트를 함께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롭게 시작하는 일, 그래서 중요하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맡겨졌었지요.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소장시절 제 나이가 서른아홉이었으니 정말 일찍 기관장에 올라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면서 저 또한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금성전기연구소장으로 옮겼다가 1985년 한국전기통신연구소와 한국전자기술연구소가 한국전자통신연구소로 통합되면서 부소장으로 오게 됐는데, 당시 조직 통합을 위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조직이 각각 추진했던 반도체 개발사업을 재편성하는 등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후 1991년 전자부품연구원의 전신인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초대소장을 맡았을 때도 처음 만들어진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실 마음 한 구석에는 한창 연구할 나이에 연구활동을 접어야 했던 것이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의 시대와 상황이 저에게 필요로 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하고 제가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한국연구재단 전신인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과 이사장 재임 시절 추진하셨던 사업들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한국과학재단 12대 사무총장과 초대 이사장을 맡아 5년 동안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지원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공계 대학들은 주로 공학연구에 치중했습니다. 이에 저는 대학의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고 전국 지역연구센터를 100곳으로 대폭 늘리는 등 대학의 기초연구를 활성화 시키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또한 전국 19개의 과학영재교육원 설치 운영과 대통령과학장학생 지원사업, 해외 석박사 학위취득 지원사업 등 과학영재 육성을 위해서도 많은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 같은 인력양성 체제개선을 통해 대학이 기초과학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여성과학기술인상을 만드는 등 여성 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며 기초과학분야의 우수 인력을 발굴하고 이들이 열심히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 ETRI 임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ETRI는 지난 38년 간 수많은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컴퓨터 대중화의 시대가 열린 것도,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제1의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것도 ETRI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발돋움 한 것은 ETRI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모두가 ETRI 연구원들의 피와 땀, 열정으로 빚어낸 성과일 것입니다. ETRI 임직원 모두가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말고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조직의 수명은 30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ETRI는 이제 새롭게 재탄생해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그동안 ETRI는 기업보다 앞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 산업발전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R&D역량도 충분히 성장했으므로 이제 ETRI는 국가연구기관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성장기와 전성기를 거치고 격동기도 넘어서 세계적인 ETRI로 우뚝 섰듯이,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한 출발을 통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만들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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