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강한 목재 건축물의 비밀
-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
Vol.256 October
전통과 목가적 풍경을 상징하던 목재가,
이제는 첨단 건축의 무대 한가운데로 돌아오고 있다.
나무는 더 이상 불안정한 재료가 아니라,
탄소를 품고 지구를 살리는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목조 건축물은 해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이젠 우리 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조 건축은 과거의 흔적이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북쪽을 향해 가다 보면 브루문달이 나온다. 이곳은 인구가 1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소도시지만 특별한 건축물이 있다. 특별함을 넘어 혁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건물이기도 하다. 왜일까? 바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건물이기 때문이다. 그 높이는 85.4m로 18층 높이를 자랑한다. 33세대의 아파트와 72개 객실이 있는 호텔, 사무실과 카페, 레스토랑이 있는 복합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120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축기업 모엘벤(Moelven)이 2019년도에 지었다. 지어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빌딩을 나무로 짓는다니 생소한 조합으로 다가올 법도 하다. 보통 건축을 하기 위해선 단단한 콘크리트나 강철과 같은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식이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탄소배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축 기술자들은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인 건축자재를 찾아 나섰고, 그 대안책으로 목재를 선택했다.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키우는 과정부터 가공하는 과정까지 탄소 배출량이 확실히 적기 때문이다.
지구를 생각하기 시작한 건축업에서 미에스토르네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목조 건축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하고, 지역의 기술을 사용한 지속 가능한 건축의 모범 사례기 때문이다. 목재는 공사 현장의 반경 50km 이내에 있는 숲에서 구해왔고, 공사 현장과 제재소의 거리는 15km밖에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든 공학용 목재는 미에스토르네의 주요 뼈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자재는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자재 운반 과정에서 발생할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소재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 자체를 친환경화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미에스토르네에 사용된 목재는 무엇이기에 고층 건물을 짓는 데 적합한 것일까? 미에스토르네를 지을 때 구조용 공학목재를 사용했는데, 이는 일반 목재의 구조적인 성질을 개량해서 만든 소재다. 목재는 불에 약하고, 내구성과 강도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해 특수공법으로 압축해 만든 소재, 직교적층목재(CLT: Cross Laminated Timber)와 집성재(Glulam(글루램), Glued laminated timber)를 사용했다.
직교적층목재는 건조된 목재를 조각내 압축해 만들어진다. 두께 1.5~5cm, 너비 6~24cm로 자른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각각의 판들을 90°로 교차해 쌓은 뒤 강하게 압축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직교적층목재 안에는 3개부터 9개까지의 층으로 쌓인 나무 판들이 있다. 이 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도가 세지고 불에도 잘 견딜 뿐 아니라 단열성도 높다. 1,000℃ 이상에서도 겉은 탄화되지만, 열전도율이 낮아 건물 구조가 무너지진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강도는 철근 콘크리트만큼 단단하지만, 무게는 철근 콘크리트의 1/5 수준으로 가볍다. 게다가 곡선, 아치 등의 모양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미에스토르네의 벽, 뼈대, 천장에 사용됐다. 집성재는 주로 건물구조, 지붕보, 버팀대 등에 사용되는 공학목재다. 직교적층목재와 달리 각 층을 같은 방향으로 평행하게 배치해 방수 접착시켜 만든다. 일반 구조재보다 1.5배 정도 더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친환경적인 공학목재가 지닌 또 다른 장점은 속도다. 공장에서 생산된 직교적층목재 자재들은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건축할 수 있다. 여러 방면으로 따져보아도 장점만 가득해 보이는 공학목재. 그러나 보완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 우선 신소재이기에 생산처와 설계처가 많지 않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또한 나무 소재인지라 방음과 층간소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개미와 같은 곤충이 건물의 내구성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후처리가 필요하다.
미에스토르네와 같이 지구를 생각하는 목조 건축물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5월, 대전 서구 관저동에선 국내 목조 건축물 중 가장 높은 7층 규모(높이 27.6m)로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가 지어졌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외에도 하동에는 특별한 목재 파빌리온이 있는데, 바로 ‘더 포레스트’다. 직육면체가 반복되는 독특한 구조물로 1층은 벤치가 있어 동네 사람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최상층은 전망대 겸 산책로로 쓰인다. 나무만으로 구성된 구조물이지만, 압도되는 묵직한 장관을 만들어내는 목조 건축물이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학생 기숙사도 눈여겨볼 만한 목조 건축물이다. ‘브록 코먼스 톨우드 하우스(Brock Commons Tallwood house)’ 프로젝트라 불린 이 프로젝트는 당시 9층 목조 건축물이 최고층이었던 시절, 53m(18층 높이)의 목조 건축물을 9주 만에, 9명의 인력으로 쌓아 올렸다. 건물의 부재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 공법(Prefabrication)을 사용해 가능한 사례였다고.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의 목재가 이산화탄소 2,400톤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산림이라고도 불리는 목조 건축. 탄소 중립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목조 건축 또한 필수가 될 미래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