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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4

환경과 함께하는 마을,
핀란드 에코-비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에코-비키(Eco-Viikki)는 과거 헬싱키의 중요지역이었다.
하지만 스웨덴과 러시아의 핀란드 점령을 기점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자연보전지구에 속하게 된다.
이후 에코-비키는 보전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기회의 땅이 됐다.
헬싱키시는 ‘헬싱키 환경 아젠다 21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보존하는
주거 복합도시로 재개발에 착수한다.

자연을 생각하는 개발

헬싱키시는 에코-비키를 친환경 주거 복합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기본 원칙 3가지를 철저하게 지켰다. 첫째는 태양열 에너지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이용할 것. 둘째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을 것. 셋째는 농산물은 최대한 자급자족할 것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헬싱키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는 줄이는 빌딩 디자인을 시도한다. 건물의 지붕부터 베란다와 외벽까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생성된 전기는, 온수와 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층 건물을 지을 때는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재를 사용했다. 더불어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철제관을 지붕마다 설치했는데, 채소를 경작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에코-비키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핀란드산 원목으로만 지은 비키교회(Viikin kirkko). 종교활동 공간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의 문화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출처 : Karavanov_Lev / Shutterstock.com)

에코-비키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는 공동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 안쪽으로는 자동차 출입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할 땐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주민들의 동의 하에 결정되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에코-비키는 어떤 모습으로 거듭났을까? 우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반 주택단지보다 40% 줄였다. 또한 물 사용량은 핀란드 전체 평균보다 22%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난방에너지는 일반주택과 비교했을 때 50%의 절감 효과를 만들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출처: City of Helsinki_Ministry of Environment(2005)

에코-비키는 주택마다 의무적으로 정원을 가꿔야 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당에 채소 등을 재배해 사용하고 있다. 물은 빗물을 모아둔 철제관을 통해 보급된다. 이런 개인 정원들은 중앙정원과 연결된다. 마치 주거 구역 사이사이로 관통하는 손가락처럼 보여 ‘그린 핑거(Green Finger)’ 구조라고 부른다.

비키 수목원의 일부 모습 (출처: University of Helsinki 유튜브 채널)

에코-비키는 전체 면적 중 25%가량이 주택과 도로이고, 나머지 25%는 자연보전지역과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을 파괴하여 더 많은 사람을 살게 하는 도시개발이 아닌 환경을 보전하는 도시개발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자연보전지역은 숲과 실개천, 습지, 수목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다양한 새들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환경 교육을 위한 생태탐방로, 레크리에이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의견으로 유지되는 에코-비키

에코-비키가 환경을 보전하는 마을로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 주민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에코-비키의 인증 기준(PIMWAG Critera) 16가지를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클린워터 소비량, 쓰레기양, 소음·채광· 태양·기후·습도 등에 미치는 영향, 식용할 수 있는 곡물의 경작 등 건축허가에 필요한 인증 기준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2001년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해 마을에 적합한 건축물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썼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유지는 계속된다. 개인이 관리하기 부담스럽고, 환경친화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어 공동시설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은 ‘공동사우나’와 ‘공동세탁실’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공동사우나와 공동세탁실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공간을 통해 또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로 사용하고 있다.

에코-비키에 사는 주민들에게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민의 67%가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자신이 사는 공간이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절약에 뛰어난 집임을 자부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과 정부, 민간 전문가가 서로 의견을 내놓아 ‘함께’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마을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노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