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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2

싱가포르,
가상 세계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전망하다

도시 개발 전, 도시 계획이 효과적으로 설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개발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도시 문제가 감축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누리고자, 도시 계획을 실행해 보기 위한 가상 세계를 만든 곳이 있다.
바로 말레이시아 반도 끝에 위치한 국가, 싱가포르(Singapore)다.

디지털 트윈으로 문제 해결에 도전하다

많은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도시 싱가포르. 그러나 화려한 불빛과 아름다운 관광지 그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728.6 km²로, 부산광역시와 비슷하다. 그러나 부산광역시 인구 328만 명보다 1.7배 많은 560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늘 인구 과밀 문제가 거론되었다. 싱가포르는 기후 위기와도 싸워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도시가 침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싱가포르는, 여러 환경 정책을 시도해야만 했다.

버추얼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의 주요 건축물이 구현되어 있다.
(출처: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y8cXBSI6o44)

싱가포르는 이러한 국가적 문제에 대응하고자 스마트국가 건설에 착수했다. 동시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국가 구축에 활용할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도 개발했다.

지도 그 이상, 버추얼 싱가포르

버추얼 싱가포르에는 건물 근처 주차장의 주차 가능 대수, 가로수의 개수 등 세세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출처: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QnLyy0owGL0)

버추얼 싱가포르는 가상의 싱가포르다. 버추얼 싱가포르에는 도로, 빌딩 등 주요 시설은 물론, 육교, 공원 벤치까지 시각화되어 있다. 건물과 구조물의 질감, 재료, 건물 구조, 건물 내부 요소와 같은 세부 정보도 모두 포함한다. 또한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 자동차 도로에 설치된 센서 등을 통해 수집된 실시간 소음 정보, 교통 정보, 에너지 수요와 같은 정보도 수록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00억 원이 투입되어 완성된 버추얼 싱가포르는, 국가 운영 및 정책 수립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를 이용해 가상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정 구역에 육교나 횡단보도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버추얼 싱가포르를 통해 육교나 횡단보도가 도입되면 기존 통행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실험해가며 구조물 설치 위치를 선정할 수 있다.

사건이나 재난에 대비도 가능하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시뮬레이션한 뒤, 가상 세계 속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대피하는지 실험하면 된다. 이를 통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비상시 대피 절차를 수립할 수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로 특정 구역의 일조량을 측정할 수 있다. (출처: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y8cXBSI6o44)

건물을 건축하거나 설계할 때에도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변 주민들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건물을 구상하고 싶다면, 버추얼 싱가포르를 사용하면 된다. 가상 공간에서 설립 예정인 건물과 주변 건물들의 그림자가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의 모든 주거 시설들이 충분한 일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 계획을 정비할 수 있다.

또한 버추얼 싱가포르는 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이용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좁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는 대신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이때 현장을 찾아 태양광 패널 설치와 관련된 조건들을 조사해야 한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이러한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 가상 세계를 통해 패널의 설치 규모, 방향과 에너지 생산량을 계산하여 설치까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인력, 시간, 비용 모두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버추얼 싱가포르를 이용해 실제로 펀골(Pungool) 타운을 설계했다. 가상세계에서 바람이 불 때 대기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관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펀골 타운 내 빌딩들의 위치를 조정하여 도시 전체에 통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버추얼 싱가포르로 바라본 싱가포르 전경
(출처: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8adjfS2D4zE)

싱가포르, 디지털 트윈의 유용성을 증명하다

도시 설계는 늘 조심스럽다. 계획을 실행하고 나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도시를 설계할 때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문화, 행정, 산업, 교육, 환경 모든 분야의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계획을 세울 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이를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로 극복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도시 현황 파악에서부터, 도시 계획, 수행 결과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안전한 도시를 빠르게 설립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버추얼 싱가포르를 국가 건설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싱가포르. 거듭 발전되는 버추얼 싱가포르를 통해, 싱가포르는 또 어떤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까. 그들이 ‘디지털 트윈 기반의 도시 건설’의 가능성을 이 세상에 알린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