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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1

테라헤르츠 이미징,
편리한 세상을 그리다
창의원천연구본부 이일민 본부장

ETRI가 세계 최대 모바일 국제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에서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선보였다.
이는 주파수를 통해 물체 내부를 시각화하는 기술로,
해당 기술에는 일찍이 테라헤르츠파의 가능성을 발견한 창의원천연구본부의 개발 노하우가 담겼다.
전 세계에 소개된 ETRI의 테라헤르츠 이미징, 이 기술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될까?
이일민 창의원천연구본부장을 만나 답변을 들어 보았다.

테라헤르츠 이미징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빛을 통해 이미지를 인식합니다. 눈이 어딘가에 반사된 빛이나 광원에서 직접 도달한 빛을 인식하는 것이죠. 테라헤르츠 이미징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기로 어떤 물체에 반사된 테라헤르츠파 혹은 물체가 발산하는 테라헤르츠파를 기기로 시각화하는 기술입니다.

테라헤르츠 이미징은 비파괴 검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파괴 검사란 물체 외부를 파괴하지 않고 내부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물체 내부를 선명하게 보려면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하지만 대체로 주파수가 높으면 물체를 잘 투과하지 못합니다. 이런 제약에도 물체 내부를 최대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테라헤르츠 이미징입니다.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다른 주파수대의 전자기파를 이용한 이미징 기술도 있습니다. 테라헤르츠 이미징과 이들 기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두 기술 모두 선명한 내부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초음파는 검사 대상과 접촉해야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는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고요. 특히 엑스레이는 산업적으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습니다. 공장 등에서 엑스레이를 직접 신체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엑스레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폐를 설치해야 하고 안전 관리자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테라헤르츠파 이미징은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기술입니다.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다면 검사 대상과 접촉하지 않아도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에게 해롭지 않아서 여러 산업 군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TRI에서 개발한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소개해 주세요.

(좌측부터) 페인트층 밑에 출력된 QR코드. 외적으로 같지만, 불순물 함량이 다른 반도체 웨이퍼. 교통카드 내부의 IC칩과 원거리 인식용 안테나.

우리 본부는 연속파 기반의 테라헤르츠 이미징의 핵심 부품부터 시스템까지 전부 개발 중입니다.
연속파 기반 테라헤르츠 이미징은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테라헤르츠파를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 다음 광학계를 사용해 검사 대상에 테라헤르츠파를 조준합니다. 물체에서 반사되는 테라헤르츠파 신호를 다시 광학계를 이용해 검출기로 전달합니다. 검출기가 이 신호를 출력하며 이미지를 생산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레이저, 광학계, 테라헤르츠파로부터 이미지 정보를 얻는 스캔 기술 모두 개발했습니다. 기존 레이저는 비쌌고, 크기도 컸고, 전력 소모도 높았습니다. 우리 본부에서는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저렴하고, 작고, 전력도 적게 사용하는 레이저를 설계·제작했습니다.

또, 고속으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가벼운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기존 테라헤르츠 이미징은 이미지를 얻기까지 약 10분이 소요됐습니다. 우리 본부의 테라헤르츠 이미징은 2초 안에 이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3차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ETRI는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적용한 공항 보안 검색대’를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발될 공항 보안 검색대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테라헤르츠 이미징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보안 검색대

현재 공항 보안 검색 절차는 복잡합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검색 대상자는 입은 옷을 제외하고, 신발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신체에서 제거해야 합니다. 이러한 물품은 보안 검색대를 통해 반입금지 물품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 역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데요. 이 때 검색 대상자가 금속류 등을 소지하고 있으면, 보안요원이 해당 소지품을 추가로 확인합니다.

ETRI가 구상한 테라헤르츠파 보안 검색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최소화했습니다. 먼저 소지한 소지품을 보안 검색대로 보냅니다. 그 후 검색 대상자는 테라헤르츠 신발 검색기 위에 올라 2~3초 대기 후, 테라헤르츠 센서가 설치된 터널을 걸어서 지나가기만 하면, 검사가 진행됩니다. 검색 대상자는 검색을 위해 옷을 벗고 소지품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고, 검색 요원은 검색 대상자가 지닌 소지품의 종류를 한 번에 알 수 있어 편리하죠.

공항 보안 검색대 외에도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제조 산업 군에는 물질에 또 다른 물질을 얇게 도포하는 공정이 많습니다. 필름 위에 페인트를 도포하는 경우 등이죠. 이런 공정에서는 ‘도포된 물질의 두께가 균일한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두께를 측정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데요. 다만 이는 모든 공정이 진행된 후, 물체 전체를 잘라 도포된 물질들의 두께를 잽니다. 각 층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품질 불량으로 분류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해당 라인 전체를 폐기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업의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테라헤르츠를 이미징을 이용하면, 물질이 마르기 전 혹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물질층의 두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테라헤르츠파 손실량이 일정한지만 검사하면 됩니다. 이렇게 테라헤르츠파로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불량품 생산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암 수술에 테라헤르츠파 이미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수술 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암세포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전문 집도의가 암세포 부위를 절제하고, 수술을 마친 뒤 암세포가 제대로 제거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테라헤르츠 스캐너를 이용하면, 수술 도중에 암세포가 잘 제거됐는지 바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절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죠. 이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의 수분율이 다르기에 가능한 것인데요. 테라헤르츠 스캐너를 수술대 옆에 준비해 둔 뒤, 방금 제거된 부위에 테라헤르츠파를 조사하면 암세포와 정상 세포가 구분되어 보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테라헤르츠 이미징을 사용하면 옷을 입고도 신체를 측정할 수 있어, 맞춤형 옷을 제작하거나 체형을 측정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공항 보안 검색대의 ‘신발 검색기’

공항 보안 검색대의 ‘신발 검색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4년도에는 장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고요. 25년도에는 공항용 장비 인증까지 받으려 합니다. 또한 암 수술에 사용할 수 있는 테라헤르츠 스캐너도 25년에 개발될 예정입니다.

더불어 통신 분야에서도 미래 주파수 대역으로 테라헤르츠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감 나는 가상 세계를 경험하려면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에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개발하는 것인데요. 우리 본부에서도 테라헤르츠 통신에 필요한 중요 부품을 개발하는 등 통신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