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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도 생생한 촉감

텔레햅틱(telehaptics)이란, 촉각을 원격으로 전송하고 재현하는 기술이다. 멀리 떨어져 있음을 뜻하는 텔레(Tele)와 만진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haptesthai)에서 유래한 햅틱(Haptic)을 합친 말이다. ETRI에서 개발한 텔레햅틱 기술은 블루투스 통신 기준 최대 15m 떨어진 거리에서도 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의 재질을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다. 특정 물체가 센서에 닿으면 거기서 물체에 대한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통신을 거쳐 액추에이터에서 촉감을 재현해낸다.

햅틱이란?

햅틱은 마우스, 키보드, 터치스크린 등과 같은 각종 게임기나 컴퓨터의 입력장치를 조작하면서 사용자가 진동, 운동감 등을 느낄 수 있게 조작되어 사용자에게 컴퓨터 가상 체험 등과 같이 실감 나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전까지 항공기 및 전투기 시뮬레이션 또는 가상영상체험 영화, 게임 등에서 주로 적용되었던 햅틱 기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터치스크린 휴대전화가 출시되면서 주목받았다.

초기 햅틱 기술은 산업용 로봇 등을 활용한 원격 작업이나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훈련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는 가상 현실, 컴퓨터 게임과 휴대폰 등에 촉각 피드백을 주기 위해 널리 쓰였고 게임 컨트롤러에는 기본적으로 햅틱이나 포스 피드백을 주기 위한 기능이 대부분 들어가 있어 사실상 표준화되었다.

스마트 기기에서는 물리 부품을 삭제한 터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 같은 것을 주기 위해 햅틱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햅틱 기술에서 주로 손으로 느끼는 감각을 다루는 이유는 보통 외부 세계를 촉각적으로 탐색할 때 손을 먼저 사용하기 때문이다.

햅틱, 그리고 텔레햅틱

햅틱 기술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크게 피부감각(touch)과 운동감각(kinsthesia)으로 나뉜다. 손끝에 어떤 느낌이 드는지와 어떤 동작을 하는지를 재현하는 것이다. 느끼는 감각이 두 가지인 만큼, 촉감 재현 기술도 크게 둘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근육과 관절에 물리적인 힘을 전달하는 역감 재현(Force Feedback, 운동감각 재현)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에 질감, 진동, 압력, 온도 등을 전달하는 진동 촉감 재현(Vibrotactile Feedback) 기술이다.

일반적인 햅틱 기술과 텔레햅틱 기술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햅틱 기술은 특정 촉감을 재현해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정확하게 따지면 햅틱은 적극적으로 촉각적 감지를 하는 과정을 뜻하지만, 보통은 스마트 기기에 달린 작은 모터가 진동하는 떨림으로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로 이해되고 있다.

텔레햅틱의 햅틱은 이런 ‘햅틱 기술’의 햅틱과 뜻이 같다. 다만 직접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이 아니라 떨어져 있어도 느끼는 촉감에 초점을 맞춘다. 원격으로 작업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할 때 쓰는 햅틱 기술이다. 원격 작업 특성상, 양방향으로 촉각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ETRI가 선도하는 텔레햅틱 기술

텔레햅틱은 메타버스, 가상·증강현실(VR·AR),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촉각을 활용한 차세대 몰입 경험 활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도의 몰입감 있는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는 피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얇고 정교한 촉·질감 재현이 필수다. 이에 ETRI는 자체 개발한 압전소자와 초박막 유연 기판을 활용하여 1mm 미만의 초소형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기판 위에 정밀하게 집적해 현실감을 높였다.

ETRI가 개발한 텔레햅틱 기술은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하면 최대 15m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촉감 재현이 가능하고, 고해상도 센서가 위치별로 미세하게 다른 촉각 패턴까지 인식해 면,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등 재질 구별을 비롯한 볼록하게 튀어나온 글자 표면의 형상, 플라스틱 막대가 손끝을 굴러가는 동적인 느낌까지 측정하고 재현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가볍고 유연한 온스킨(on-skin) 촉감재현 장치를 통해 몰입도 높은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의 기반 환경 마련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압전소자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방식의 촉각 자극을 결합해 현실과 동일한 수준의 복합 촉·질감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ETRI가 가져올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