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contents

INTERVIEW

반도체의 진입장벽을 낮추다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 이재진 책임연구원

최근 ETRI는 진입장벽이 높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반도체를 쉽고 빠르게 설계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클릭 한 번으로 시스템 반도체 칩을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RISC-V eXpress, RVX)를 개발한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 이재진 책임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재진 연구원님과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에서 과제 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재진입니다. 저는 ETRI에서 15년 동안 저전력 MCU가 탑재된 시스템반도체 개발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리스크파이브가 조명받았고, 그때부터 리스크파이브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초경량지능형반도체연구실은 정말 작고 저렴하면서도 낮은 전력으로 동작하는 저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IoT나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는 반도체를 만드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핵심 MCU를 초저전력으로 구동하는 기술과 모든 사물에 지능을 부여하여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초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 세계의 IoT나 웨어러블 기기의 90%가 ARM이라고 하는 회사의 MCU를 사용하고 있는데, 라이센스 가격이 비쌉니다.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2천억 정도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더라고요. 수입 대체가 필요한 거죠. 또 ARM의 설계 코드는 굉장히 제한적이라 설계 코드를 변경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UC버클리가 2015년에 개발해서 오픈한 게 리스크파이브 코어예요. 이 코어는 라이센스 비용이 들지 않고, 자유도가 높아서 구조를 변경해 원하는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어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걸 가져다가 반도체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쉽고 빠르게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거고요. 리스크파이브를 활용한 국내 기술이 발전하려면 에코시스템, 즉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가 그걸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간이 오래 걸려도 이 기술이 개발돼서 잘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현재 기술이전을 4건 정도 해서 업체 3곳에서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온도역전현상을 이용해 전력 소모를 절감했다고 하는데요, 온도역전현상이 무엇인가요?

온도역전현상은 과제를 시작하게 되면서 저희가 갖게 된 원천기술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를 사용하면 온도가 높아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딜레이가 커져서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희가 IoT나 웨어러블 반도체를 타겟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던 중, 특정 전압 이하에서는 온도가 올라가면 오히려 속도가 더 빨라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더라고요. 온도가 올라가서 빨라졌으니까 전압을 낮추어서 소모 전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이고요, 결과적으로 전력 소모를 약 35%까지 절감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 궁금합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산업의 전 분야에서 핫한 이슈입니다.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에 인공지능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걸 지원한다는 게 단순히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어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이런 인공지능을 구동하려면 에너지가 정말 많이 들기 때문에 어쨌든 작은 전력으로 구동되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서 넣는 것이 향후 계획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우선 인공지능이 없다는 게 저희가 해결해야 할 이슈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은 저희가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후속 연구로 그런 기능을 통합하면 학생들도, 회사에서도 쉽게 인공지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될 겁니다.

향후 연구원님의 목표는?

우리나라는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술의 내재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국산화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반도체 수급난이 생겨서 부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외국 기술 의존도가 높으면 지금과 같은 수급난이 계속 생길 겁니다. 리스크파이브라고 하는 코어가 좋은 기회인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전히 내재화를 해서 기존 ARM 같은 외산품을 대체할 수 있으면 반도체 수급난 같은 건 쉽게 대응할 수 있겠죠. 또 리스크파이브 익스프레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업체를 발굴해 상용화하면서 계속 고도화를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 다음에는 반도체에 인공지능을 넣어서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