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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61 September 2020   

People

인공지능 강국으로 향하는
꿈의 지도를 그리다!

박상규 부원장

  • ‘ETRI 중장기 기술발전지도 2035’를
    만든 계기는?

  • AI와 ICT가 국가 경쟁력은 물론 사회안정을 지향하고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AI를 통해 경제, 사회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때 ICT 글로벌 선도기관인 ETRI도 ‘ETRI 중장기 기술발전지도 2035’를 만들어 향후 새롭게 도래할 신개념 형상(形象)을 도출해 관심이 크다.

    연구원에서는 어떤 기술개발을 하든 기술발전지도를 작성합니다. ETRI 내에도 아주 많은 분야가 있는데, 각자 맡은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거기에 따라 어떤 제품이나 기술이 나올지 그려보는 것입니다. 기술개발 연구자들이 맡은 프로젝트는 통상 3~5년짜리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연구자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ICT 분야는 기술의 변화 속도나 요구가 큰 분야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돼서 방향성을 생각하면 늦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3년, 5년 계획을 세운 발전지도는 있었지만, 지난해 연구원에서 비전을 새롭게 설정했으니 기술발전지도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연구만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그리며 분야별 연계를 높일 수 있도록 탑 다운방식(Top-down approach)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즉, 앞으로 근 미래에 예상되는 새로운 형상물(제품, 콘텐츠, 서비스 등)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따른 세부 기술을 도출하는 방식을 시도하였습니다. ETRI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큰 방향성을 가지고 필요한 기술을 나열하며 개발하는 새로운 형식의 기술발전지도를 구상하게 된 것이죠. 이게 기술발전지도 2035를 만든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런데 기술발전지도란 것은 다가올 미래를 겨냥하며 만드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몇 년 계획을 그려나갈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반적으로는 10년 혹은 20년 단위로 계획을 합니다. 하지만 ICT는 5~10년 계획이 넘어가면 거의 상상의 나라입니다. 얼마나 변화할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참 어려웠습니다. 이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이 2045년을 기점으로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급격하게 발전할 거라고 말했죠. 가령 자아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하고 수명이 몇백 살로 늘어날 거라 말했어요. 많은 사람이 미래를 예측할 때 2045년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에 ETRI는 너무 먼 미래인 2045년보다는 어느 정도 현실 가능한 2035년으로 계획을 정하되, 신개념 형상은 보다 더 과감하게, 커즈와일의 특이점까지 고려하면서 기술발전지도를 그려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2035년이 됐다는 가정하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그때는 어떤 기술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인류의 미래가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출발한 것이죠. 이렇게 신개념 형상을 도출하게 됐습니다.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형상들, 사회생활에 미치는 형상,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형상과 공공영역의 형상까지 총 4개 분야로 12개를 분류한 것이 바로 기술발전지도 2035 입니다.

  • 01

    ETRI 중장기 기술발전지도 2035를 설명 중인
    박상규 부원장

  • 신개념형상 도출 배경은?

  • ETRI는 정부출연연구원(이하 출연연)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늘 고민합니다. 혹자는 대학이나 기업과 비교해 차별성이 무엇인가라 말하지만 학교와 기업 간 격차를 좁혀줄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 ETRI 같은 출연연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국가별로 그런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출연연이 아닌 학교가 그런 역할까지 하고 있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중간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역할도 기술개발이나 경제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ETRI 같은 출연연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분야에 많게는 50명 적게는 20~30명의 전문가가 모여있는 집단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프로토타입(Prototype)까지 밖에 개발하지 못하는 부분을 ETRI에서는 제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게 산업용일 수도 있고 공공을 위한 제품일 수도 있지요. 한편에서는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기업이 원천기술을 만들면 되는 데 중간이 왜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제품화를 구현해줄 수 있는 집단이 필요하고 ETRI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TRI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논문에만 쓰고 제품도 프로토타입으로 끝낼 거라면 신개념형상을 생각할 수도 없어요.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제품화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져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런 형상을 통해 상용화가 이뤄지도록 만들어 내는 집단입니다. 물론 대기업 등 이미 잘하는 여러 기업도 있지만, 개발한 것을 가지고 경쟁력있게 제품화하는 데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고 능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을 ETRI가 해야 한다 생각하고 기술발전지도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 프로토타입

    (Prototype)

    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ㆍ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
  •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 사실 과학기술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기초과학 쪽은 인류 전체 개념에서 궁극적으로 풀리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ICT는 과학과 공학이 합쳐진 분야이고 이 부분의 가장 큰 핵심은 산업발전입니다. 즉, 국가 경쟁력이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미세먼지나 신재생에너지 등 사회 전반의 공공 문제해결 방안이 포함됩니다. 물론, 가장 최고 목표는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겠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관별로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이런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 ETRI는 기술발전지도 2035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기술발전지도는 ETRI가 ICT 분야에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무엇을 바라보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를 제시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래서 내용이 추상적이지 않고 모든 기술마다 의미있는 로드맵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가령 인체 통신이라면 몇 년도는 어느 기술이 나오는지 나와 있죠. 이걸 보고 다음 과제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12개의 목적지가 있는 일종의 ICT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교통이 막히면 돌아갈 수 있듯이, 기술발전지도도 절대적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또 목적지 개수 또한 더 늘어나고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 02

    2019년 7월부터 경영진의 자리에서
    ETRI 방향타를 설정하는 실행전략을
    추진해나가는 박상규 부원장

  • ‘기술발전지도 2035’
    성공적 견인 위해선?

  • 기술발전지도 2035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연구진 개개인의 노력과 ETRI 기관 차원의 포지셔닝, 다른 기관과의 소통 등 여러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먼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현실적인 연구환경 안정화가 우선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국민들로부터 “ETRI가 잘한다.”, “최고다!” 라 칭찬받으며 사랑받을 수 있도록 훌륭한 연구성과를 많이 내는 것도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ICT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력을 이끌어나가는 분야로 현재 출연연 중 ICT를 종합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기관은 ETRI가 유일합니다. 연구환경 안정화를 통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창출하여 국가 사회 및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기술발전지도 2035를 통한 ETRI의 최종 목표입니다.

  • Editor epilogue

    박상규 부원장은 87년도 ETRI에 입사해 33년 동안 인공지능 연구를 도맡아 왔다. 4년 전 수능 만점자들과 대결에서 승리한 엑소브레인,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통·번역 앱으로 지정된 지니톡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경영진의 자리에서 ETRI 연구개발의 방향타를 설정하며 AI 실행전략도 함께 추진해가고 있다.

    “성공적인 신개념형상을 위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서로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연구원 개개인의 노력과 ETRI의 역할, 책임이 필요합니다.”라며, “보석 파편 하나하나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보석 결정으로 이루어져 협력해나가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ETRI인이 그려나가는 기술들의 새로운 형상을 통해 맞이할 2035년은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인공지능 강국으로 우뚝 서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