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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44
December 2019

Interview — RF/전력부품연구실 강동민 실장

화합물반도체의
국산화
를 위한 길

RF/전력부품연구실 강동민 실장

최근 5G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고출력 전력 소자 요구가 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외산 장비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도 큰 도움이 될 기술개발에 성공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 중심에 ETRI RF/전력부품연구실 강동민 실장과 연구팀의 노력이 배어있다. 소자 설계부터 공정은 물론, 측정 및 패키징까지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 화합물반도체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일구어나가는 주역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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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물반도체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일구어나가는 강동민 실장

차세대 반도체인 질화갈륨(GaN)이란?

기존 반도체 기술에는 통상적으로 실리콘(Si)과 갈륨비소(GaAs) 소재를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소자들은 반도체 재료가 갖춰야 할 특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실리콘의 경우 갈륨비소 대비 RF 전력 특성이 우수한 대신 RF 주파수의 특성이 부족하고, 갈륨비소의 경우 실리콘 대비 주파수 특성이 우수한 대신 RF 전력 특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최근 대두된 질화갈륨(GaN)이라는 소자는 주파수 특성과 전력 특성이 모두 우수한 반도체 기술로서, 기존 실리콘과 갈륨비소 기반 반도체 기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입니다.

이동통신 기지국, 위성통신 및 민수/군수용 레이더 등에 활용되는 RF 송수신 모듈에 기존 갈륨비소 소자 대신 질화갈륨 소자를 적용할 경우 8배 이상의 높은 전력밀도 특성과 30% 이상의 우수한 효율 특성으로 인해 모듈 크기를 50% 이상 줄일 수 있고 동시에 경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또 질화갈륨은 실리콘 소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밴드갭으로 인한 높은 항복전압을 얻을 수 있어 고전압 전력반도체로 적합합니다. 아울러 낮은 온-저항(on-resistance)과 고속 스위칭이 가능하여 인버터/컨버터의 소형화 및 고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질화갈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실리콘이나 갈륨비소 대비 매우 우수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서 미국, 일본 및 유럽 등 기술 선진국에서 정부 주도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5G 이동통신용 GaN MMIC 전력증폭기 기술

질화갈륨이 적용 가능한 분야는?

질화갈륨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로는 크게 군수 분야와 민수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군수 분야로는 AESA 레이더, 군용 통신, Sea-Based 레이더, 미사일 Seeker 등이 있습니다. AESA 레이더의 경우 각각의 레이더 송·수신모듈(TRM)에 질화갈륨 반도체 칩이 하나씩 사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L ~ S 밴드 대역으로는 이지스 시스템, X 밴드 대역에는 항공기에 들어가는 AESA 레이더, 사드와 같은 AESA 레이더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군용 통신에도 통신용 전력증폭기가 들어갑니다. 이것은 SBX 레이더라고 합니다. X 밴드 대역에서 활용되는 레이더로, 북한이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경우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입니다. 또 전투기에 들어가는 유도미사일에도 이러한 칩이 내장됩니다. 미사일을 보시면, 전방에 목표물을 쫓아가기 위한 탐색기(Seeker)가 있습니다. 여기에 질화갈륨 반도체가 전력증폭기로 하나씩 들어갑니다.

민수 분야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쓰고 있는 4G LTE에 들어가는 기지국과 위성통신의 전력증폭기에 들어갑니다. 또 3,000T 이상 대형선박에도 S 밴드와 X 밴드 두 가지 레이더가 필수로 들어가는데, 이런 곳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가장 크게 대두될 부분은 5G와 서브 6G입니다. 상용화가 이미 시작된 5G의 경우 우리나라는 3.5GHz~28GHz 대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5G 이동통신 시스템에 질화갈륨 반도체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높은 주파수로 가면 Ka 밴드용 위성통신, W 밴드의 차량용 레이더 등 활용이 다양하고 많습니다.

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종래의 기계식 레이더처럼 송신부와 수신부가 따로 되어 회전하는 게 아니라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 수천 개가 붙은 레이더 전반부가 고정된 형태에서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레이더

이지스 시스템
(Aegis system)

함정에서 사용하는 전투 체계로, 목표의 탐색부터 이를 파괴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포함시킨 미국 해군의 최신 종합 무기 시스템

RF Load-Pull을 측정 중인 강동민 실장

추가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연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러한 전력소자들은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에서 사용되는 소자입니다. 그만큼 아주 튼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부분은 신뢰성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질화갈륨 반도체는 주파수 대역이나 출력 전력 측면에서 일정 수준 선진국에 준하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신뢰성 측면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평균 수명(Lifetime)이라든지 가속 온도 시험(HTOL, High Temperature Operation Life), 다양한 환경 시험 등 여러 가지 신뢰성 평가를 거쳤을 때 아직까지 선진국 대비 100% 만족을 시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좀 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소자의 신뢰성을 높여 상용화에 준하는 소자 및 집적회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응용서비스에서 밀리미터파 대역 이상의 주파수 특성과 수백W급의 고출력 특성이 요구되어지는 만큼 그 흐름에 발맞춰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향후 기술개발 방향은?

현재 ETRI는 군수와 민수 응용 분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L 대역에서 Ka 대역까지 200W급의 고출력 전력 소자부터 5G용 28GHz 대역 MMIC 전력증폭기까지 기술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향후 ETRI는 0.05um 이하 미세 패턴 공정기술과 이를 이용한 GaN HEMT 소자 기술, 그리고 Q ~ W 밴드 대역의 MMIC 칩셋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 10년 후 상용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6G 이동통신 핵심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6G 이동통신용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거의 10년 주기로 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5G 통신까지도 선진국에서 개발한 칩을 들여와서 쓸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ETRI에서는 6G 이동통신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을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까지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X 밴드
레이더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주파수 밴드로 8~12GHz의 SHF 주파수 대역을 말함

Ku 밴드
12㎓부터 18㎓ 사이의 레이더 주파수 밴드. 통상은 ITU(국제 전기 통신 연합)가 지정한 13.4 ㎓부터 14.4㎓, 또는 15.7㎓부터 17.7㎓의 밴드

S 밴드
레이더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주파수 밴드로. 2~4GHz의 UHF, SHF 주파수 대역을 말함

Ka 밴드
Ka 밴드는 K 밴드의 일부로, 26.5~40GHz의 주파수 대역을 말함

Editor epilogue

“질화갈륨 기반 구축을 통해 10년 후 6G 이동통신에 우리가 개발한 칩이 내장되어 시스템이 구동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사태는 우리나라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연구자부터 정치인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강동민 실장은 반도체 기술과 같이 어떤 시스템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부품·소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 선진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태를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ETRI는 선도적으로 다양한 핵심기술과 기반기술 검증을 거쳐, 질화갈륨 기반의 부품산업에 대한 구축을 지원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