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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44
December 2019

Special — 국산화로 한 걸음 나아가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의 길

국산화로 한 걸음
나아가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의 길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로 이 분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질화갈륨은 실리콘(Si)보다 고압·고열에 강한 ‘와이드밴드갭(WBG)’소재로, 신호 변환 속도가 빠르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어 고주파용 통신 시스템이나 전기자동차용 전력 시스템에 적합하다. 또 레이더, 기지국, 의료장비, RF 에너지 등 높은 효율을 요구하는 여러 제품에 적용 가능하여 차세대 전력 소자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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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고압에서 안정적인 차세대 전력반도체

최근 5G 이동통신 서비스와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연비 개선 등 에너지 효율 혁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력반도체 관련 특허출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차세대 전력반도체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2015년 10건에서 2016년 13건, 2017년 18건으로 서서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33건에 이르렀다. 연간 출원 건수가 3년 사이 3.3배가 된 셈이다.

기존 실리콘(Si) 전력반도체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량 운행 환경에서 고도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보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최근 주목받는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실리콘과 비교해 고온·고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우수한 물질 특성을 띤다. 특히 현재 사용하는 실리콘 대신 질화갈륨을 기반으로 하면, 전력 소비를 크게 아낄 수 있는 이점도 있어 이미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도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상용화 걸림돌이었던 질화갈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국내외 관련 연구프로젝트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부터 질화갈륨을 기반으로 하는 전력용 반도체 연구 등을 위해 미국 비코(Veeco)사로부터 유기금속 화학 증착장비(MOCVD)를 도입했다. 자동차와 가전 등 각종 제품에서 모터 등 전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해 전체 시스템의 안정적 동작을 가능케 하는 전력용 반도체는 현재 실리콘을 기반으로 제조되지만, 고전압 환경에서 전력전달 효율이 낮아 에너지 낭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전력전달 효율성이 높은 질화갈륨 등 신소자를 이용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질화갈륨 전력소자 칩을 광학현미경을 통해 확인하는 모습(좌), 질화갈륨 전력소자 칩을 패키징한 모습

핵심부품 국산화로 가는 발걸음

최근에는 ETRI가 ‘S-대역 200와트(W)급 질화갈륨 전력 소자’를 개발했다. 소자 설계부터 공정은 물론, 측정 및 패키징까지 모두 국내 기술력으로 이루어 더 의미 있는 성과다. S-대역이란 4GHz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해당 주파수는 주로 레이더 장비와 같은 곳에 많이 사용하며 민간에서는 5G 이동통신,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 통신 등에 활용된다.

레이더 장비는 장거리 표적을 탐지하는 핵심기술로 정밀한 탐지 및 추적 성능을 위해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존 장비 전력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진공관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수명이 짧고 발전기 등 큰 부속 장비가 필요해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실리콘, 탄화규소 등 다른 물질 활용 시 전력 소자는 충분한 출력을 내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고출력, 고전압, 고효율 특성을 가진 질화갈륨(GaN) 전력 소자가 차세대 반도체 핵심재료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이 없어 군수, 방산, 민간업계에서는 그간 전량 외산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이 전력반도체 및 집적회로 등에 대해 수출 규제로 대응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ETRI는 지난 4년간 노력 끝에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와 대등한 성능을 나타내는 S-대역 200W 전력 소자 칩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0.78mm x 26mm 크기의 전력 소자 칩을 패키징하여 성능을 검증했다. 본 기술은 150W급 이상 높은 시스템 출력을 요구하는 레이더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용 고출력 레이더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 위성통신 레이더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출력 전력 소자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및 중계기, 선박용 및 차량 레이더, 위성통신 등 활용범위가 넓다.

© ANKER 홈페이지 : PowerPort Atom III Slim(좌), © RAVPOWER 홈페이지 : 61W PD(우)

스마트 기기에 맞춰 변화하는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이와 같이 시장의 요구에 적합한 소재로 각광받는 질화갈륨은 최근 스마트 기기의 관련 주변기기 시장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기기 시장의 충전 규격 흐름이 USB-C로 통일되면서, USB 충전기의 공식 표준 고속 충전 규격인 USB-PD 제품의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더 작아지고 발열도 줄어든 질화갈륨 트랜지스터가 적용된 제품이 모습이 보인다.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는 기존 실리콘 트랜지스터보다 높은 효율을 제공하고, 전력밀도가 향상되었으며, 크기 또한 작다.

현재 출시된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앵커(Anker) USB-PD 충전기는 실리콘 트랜지스터 충전기인 애플 충전기와 비교해 크기와 무게가 크게 개선됐다. 앵커 이외에도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채택한 USB-PD 충전기는 베이어스(Baseus)와 즈미(ZMI), RVA파워(RVAPOEW) 등이 있다. 또한, 전원 어댑터의 경우 함께 제공되는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이유는 크기와 무게 때문이다. 맥북프로 13형 모델의 전원 어댑터를 예로 들면 크기 72 x 72 x 28mm에 무게는 약 193g이지만, 동일한 61W의 출력을 갖는 ‘RVA파워 W PD 3.0 GaN’은 크기 49 x 49 x 32mm, 무게 약 118g으로 작고 가볍다. 이 제품은 전력 제어와 공급을 제어하는 트랜지스터에 질화갈륨을 사용하여 실리콘 소재를 쓰는 기존 어댑터 대비 뛰어난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효율이 높은 질화갈륨을 적용하면, 어댑터 크기뿐만 아니라 발열까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는 차세대 통신망 5G 장비에도 사용되는 부품으로, 질화갈륨 무선주파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2020년 생산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 기관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pement)에 따르면 오는 2024년 20억 달러(약 2조 35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발행된 마켓리서치리포트(Market Research Report)는 무선주파수 관련 전체 부품시장이 2025년 450억 달러(약 5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각종 규제와 에너지 효율이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반도체 분야는 혁신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의 영역이다.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산업 특성상 국내에서도 꾸준히 기술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