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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34
July 2019

Trip — 문경새재도립공원

역사따라 거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문경새재도립공원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전국에 숨겨진 곳곳의 명소를 널리 알리고자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선정했다. 그중 명예로운 1위를 차지한 길은 바로 문경새재다.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이나 눈부신 명소를 생각했다면, 문경새재는 조금 소박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로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네 역사가 깃든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길 위에 역사가 있는 문경새재도립공원을 함께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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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따라 거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 윤태영

문경시의 새로운 관광 명소 ‘KBS 사극 촬영장’ © 윤태영

1000년의 역사를 품은 조령(鳥嶺)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다. 이 때문에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사회, 문화, 경제의 유통, 국방의 요충지역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초기에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을 막는 국경선이었으며, 임진왜란 이후에는 주흘관(主屹關), 조곡관(鳥谷關), 조령관(鳥嶺關) 등 3개의 관문(사적 제 147호)이 설치되어 국방의 요새가 되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바로 주흘관이다. 이곳은 문경 제1관문으로 동쪽에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조령산이 길게 뻗어 천험의 요새임을 과시하는 듯하다. 주흘관의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은은한 곡선과 기와지붕이 성문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관은 우리의 발길을 잡는다. 주흘관에서부터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의 길은 영남지방과 한양을 잇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는 영남 선비들은 입신을 꿈꿨고, 때로는 좌절하며 돌아오곤 했다. 이처럼 한양을 오가는 옛 선조들의 발걸음으로 1000년을 다져져 온 길이다. 당시 선비들은 이 길이 과연 힐링 코스로 거듭날 줄 알았을까? 지금은 여유롭게 산책하며 거닐 수 있는 숲길이지만, 이 길을 밟고 지나간 선조들에게는 삶을 위한 애환의 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걸음의 무게를 덜기 위한 읊조림은 ‘문경새재 아리랑’으로 지금까지 내려져 오고 있다.

제1관문 근처에는 KBS 드라마 세트장도 마련되어 있다. ‘대왕세종’, ‘태조왕건’,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등 인기리에 종영된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됐다. 촬영장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등장할 것만 같다. 그만큼 시대를 잘 재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덕분에 2000년 2월, 새재 안에 들어선 ‘KBS 사극 촬영장’은 문경시의 새로운 관광명소에도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영남지방과 한양을 잇는 제3관문 조령관 © 윤태영

조상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제1관문을 지나 2관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나지막한 경사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옛 조상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귀정(交龜亭)과 조령원터(鳥嶺院址)다. 교귀정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산자락과 삶의 무게를 씻어 내리는 듯한 맑은 계곡이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문경새재 길을 대표하는 명소에 꼽힌다. 실제로도 이곳을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은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교귀정 앞에서 그 풍경을 감상했다. 이곳은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은 신, 구 경상감사가 서로 인수인계를 했던 교인처였다. 1896년 의병 전쟁 시 손실되었지만, 1999년 재건되었다.

높은 돌담으로 두른 조령원터는 출장하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공익 시설이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통로였기 때문에 이런 터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동화원, 신혜원과 함께 새재 내에서만 3곳의 원터가 전해지고 있다. 문경시에서 지난 1977년 2차례 발굴을 조사했으며, 다양한 유물이 토출되었다. 와편, 어망추, 마구류, 토기편, 철재 화살촉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다.

조금씩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2관문 조곡관에 당도한다. 이곳은 선조 27년인 1594년 충주 출신 수문장 신충원이 왜의 침략에 대비해 게릴라 전을 펼쳤던 곳이다. 조곡관은 제2관문이라는 수식어와 다르게 가장 먼저 지어진 관문이다. 제1관문과 제3관문은 제2관문이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후에 세워졌다고 한다. 제2관문 조곡관은 을미사변에 이르러 또 한 번 화재로 폐허가 되었다가 1978년에 이르러 재복원됐다. 이름 또한, 조동문에서 지금의 조곡관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조곡관이지만, 사방으로 빼어난 산수가 그 아픔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계속해서 걷다 보면, 1코스의 종반인 제3관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경새재와 인근 관광지를 연계하여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문경 달빛 사랑 여행’ © 문경시

문경으로 떠나는 달빛 사랑 여행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제2관문 조곡관까지의 왕복 거리는 약 7km이며, 천천히 걸었을 때 약 2시간 정도 소요시간이 필요하다. 문경 관광센터에 문의하면, 보통 문경새재도립공원의 여행객들은 대부분 주흘관에서 조곡관까지 많이 걷는다고 한다. 등산객들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산책 차 들른 관광객에게는 조령관까지 거리가 멀고, 약간 가파른 길 때문에 힘들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문경 달빛 사랑 여행’은 문경시에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머무는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마련된 야간 관광 프로그램이다. 문경새재 트래킹과 야외 음악회, 한지등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영신숲의 청량한 길, 문경새재의 정겨운 흙길, 한양으로 가는 고모산성 그리고 쏟아지는 별빛과 휘영청 보름달, 일상의 소음 없는 자연 그대로의 소확행을 느낄 수 있다.

또 자녀와 함께 이곳에 들렀다면, 문경자연생태박물관과 옛길박물관을 둘러보길 권한다.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 중 하나로. 지상 2층 친환경 목조 건물로 되어 있으며, 문경의 자연환경을 영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영상실도 있다. ‘옛길박물관’에서는 선조들은 어떻게 여행을 하고, 봇짐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유물도 감상할 수 있어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도 추천하는 코스다. 과거 길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조망하면서 옛날 길 위에서 이뤄졌던 여행기와 풍속화, 문경의 문화유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문경새재 옛길과 달빛 그리고 선조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문경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Information

  •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
  • 054 - 571 - 0709

Trip 아이콘문경새재도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