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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5
February 2019

Interview  ____  미디어연구그룹 배병준 책임연구원

UHD 재난방송
서비스
국민 안전
책임진다

미디어연구그룹 배병준 책임연구원

지난해 2월 포항에서는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7년 11월에 발생한 5.4 규모의 본진 이후 가장 큰 여진이었다. 당시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긴급 재난 문자가 늦게 발송된 것이 문제였다.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려 8분 늦게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재난경보 시스템 및 서비스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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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 저감을 위한 지상파 UHD 기반 재난방송 서비스 시뮬레이션 영상

‘지상파 UHD 재난방송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2017년 5월 지상파 UHDTV가 수도권을 시작으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는 전국망으로 확대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UHDTV는 HDTV보다 화질이 훨씬 좋은 기술인데요. UHDTV는 화질뿐만 아니라, 재난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술입니다. 바로 UHD 방송망이 통신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ETRI는 UHDTV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재난방송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통신망의 한계란 재난 상황 시, 데이터 폭주로 인한 데이터 지연 현상을 말합니다. 통신망은 회선을 사용하여 1:1 통신을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통화량이 증가하면 통신망이 마비됩니다. 반면 방송망은 회선을 사용하지 않고, 넓은 지역으로 한 번에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트래픽 초과나 망의 훼손 없이 많은 사람에게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재난·재해 정보는 90자 미만의 긴급재난 문자, 텔레비전 자막, 전광판 자막 등의 텍스트 위주였습니다. 또 전송범위도 재난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재난지역 인근을 포함한 다소 광범위한 범위까지 전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파 UHD 재난방송 시스템 및 서비스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지역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고, 일반적인 데이터와 특화된 데이터를 분리할 수 있게 됩니다. 즉, TV에서 텍스트 메시지만 뜨는 것이 아니라 지진 발생 시간, 위치도 함께 제공되며 언어 선택도 가능해집니다. 또한, 텍스트 메시지와 함께 이미지, 동영상 클립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함께 제공하여, 시청자가 훨씬 효율적인 재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재난방송 서비스의 중요성을 설명 중인 배병준 책임연구원

핵심기술은 무엇인가요?

지상파 UHD 재난방송을 위한 기술에는 여러 가지 주요 기술이 있습니다. 그중 네 가지 특징적인 기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웨이크업(Wake-up) 기술이 있습니다. 기존 다른 방송이나 통신에는 없던 기술로, 지상파 UHDTV 표준 기술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 기술은 TV가 꺼져있을 때 재난 상황이 되면, 방송 신호가 오는 것을 잡아서 자동으로 TV를 켜주는 기술입니다. 두 번째 기술은 다른 채널을 시청 중이더라도 재난이 발생하면 자동 또는 시청자의 선택에 의해 채널이 전환되는 기술입니다. 세 번째는 텍스트 위주의 재난 알림을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재난 상황이나 재난 시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기술입니다. 마지막 기술은 UHDTV 규격이 기본적으로 통신망과 연동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방송에서 기본적인 재난 정보를 받아보고, 통신망이 안정화 되었을 때 추가로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 접속하여 추가로 더 가져오는 기술입니다.

연구진은 주요 기술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 수준단계를 1단계, 2단계에 나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데요. 올해는 1단계 수준으로, UHDTV를 통해 기본적인 재난방송을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1차 완료된 기술은 공공미디어로서, 올해 상반기부터 옥외전광판이나 버스 시스템에 시범 서비스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기술 수준 2단계로 돌입해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TV처럼 고정물이 아닌, 이동 상황에서 재난방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연구개발입니다. UHDTV를 통해 지상파 UHD 재난방송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통신망을 사용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받을 수 있지만, 연구진이 개발 중인 기술은 UHDTV와 이동 서비스 모두 방송망을 사용합니다. 이로써 통신망이 가지는 트래픽의 한계나 흡수에 무관한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웨이크업(Wake-Up)
기술

재난 발생 시 자동으로 수신 단말을 켜서 재난방송이 문자나 영상, 음성형태로 위급상황을 알리는 기술

홈 미디어 게이트웨이, 동글과 셋탑박스 / 실제 지진 시 알림뿐만 아니라 대피요령도 함께 제공하는 지상파 UHD 재난방송 기술

본 기술로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UHDTV가 전국망으로 퍼지면, 지상파 재난방송 기술도 함께 제공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재난 시에 국민이 좀 더 쉽게 재난경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 재난 시 대처방법 또한 아주 중요한데요. 만약,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현동 통신망 마비 사태와 같은 일이 서울 전역에 걸쳐 대규모로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요? 긴급재난 문자는 물론 통신마비,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구조 전화조차 되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UHD 방송망을 통해 재난 발생 시 긴급재난 문자나 대응방법이 무사히 전달된다면, 재난 대응이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연구진은 본 기술을 통해 국민이 재난 상황에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재난 상황이 종료되는 정보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지진이 끝나서 이제 안전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와 같은 귀가 정보까지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달라질 미래에는 국민이 재난·재해 상황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전 연령대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접하는 시대가 됐으면 합니다.

UHDTV(Ultra High Definition)
HDTV의 뒤를 잇는 새로운 방송 영상 기술로 HDTV와 비교해 화질이 4배 더 선명하고 뛰어난 음향, 시야각 등도 제공하는 초고화질 TV

배 박사님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과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입니다. 재난방송 기술처럼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은 돈에 비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 억원을 투입해서라도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R&D 기술개발은 몇 원을 투자해서 얼마의 경제적 이익을 낸다고 하지만, 저희 기술은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란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성공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지상파 UHD 재난방송 시스템 및 서비스 기술개발에는 많은 연구비와 연구원이 투입되어 연구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생명과 직결된 기술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모두가 열심히 과제에 임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과제를 통해 지상파 방송망을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구축됐으면 합니다. 지금 개발하는 기술을 통해 약 80% 가량의 국민들이 재난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단발성 개발로 끝나지 않고, 계속 연구가 된다면 소외계층이나 산간오지에 사시는 분들도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겠죠. 조금씩 더 발전해서 모두가 재난으로부터 100%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Editor epilogue

‘지상파 UHD 재난방송 시스템 및 서비스기술’은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사람의 인명을 구하는 일종의 도전이다. 배병준 책임연구원은 이 연구개발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꼭 재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폭염 등과 같은 생활밀착형 문제들도 방송망을 통해 제공하고자 합니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개발이 목표입니다. 재난 혹은 생활과 밀착된 문제들은 최소한 국가에서 먼저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자세한 정보들은 인터넷으로 알 수 있더라도, 정말 기본적인 정보는 꼭 먼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지진이나 폭염 등 자연재해에 대한 긴급재난 문자를 수신할 수 없는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가 지난해 기준 300만 명에 달한다. 그의 바람처럼 지상파 UHD 재난방송 및 시스템 기술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재난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 되길 기대해 본다.